사라의 천막(1)

사랑의 시작

by 이 범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43년(1461년) 여름
브엘세바
주인공:
이사(以思, 9세): 약속의 아들, 순수하고 성실한 소년
리브가(利福加, 17세): 신부, 지혜롭고 온화한 여인
이아함(李亞含, 116세): 늙은 아버지
김종(金從, 73세): 충실한 종
유모(乳母, 60세): 리브가의 유모
혜능 대사(慧能大師, 101세): 고승



낯선 아침
다음 날 아침.
리브가는 일찍 일어났다.
"어디 있지..."
낯선 천막.
낯선 소리들.
"아가씨, 주무셨어요?"
유모가 들어왔다.
"응... 잠이 잘 안 왔어..."
"그러시겠어요."
"첫날이니까요."
"여기가 정말 내 집이구나..."
"그렇죠."
리브가는 밖으로 나갔다.
브엘세바의 아침.
맑았다.
공기가 좋았다.
"아가씨!"
몸종들이 달려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괜찮아... 나도 할 일이 있어야지..."
"하지만..."
"세수할 물 좀 가져다줄래?"
"네!"
리브가는 준비를 했다.
세수하고.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이제 어떻게 하지..."
"도련님께 인사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유모가 말했다.
"그래야겠지?"
"네."
"떨려..."
"괜찮으실 거예요."
리브가는 천막 밖으로 나갔다.
조심스럽게.
이사가 보였다.
마당에서.
혼자 서 있었다.
"도련님..."
"아!"
이사가 놀라 돌아봤다.
"리브가... 아가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또 어색했다.
침묵이 흘렀다.
"저기..."
이사가 먼저 말했다.
"네?"
"어젯밤 편히 주무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다행이에요..."
"..."
"혹시... 불편한 거 없으세요?"
"아니에요... 다 좋아요..."
"그럼 다행이고..."
또 침묵.
"저기..."
이번에는 리브가가 말했다.
"네?"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도와드릴 건... 없어요..."
"그래도..."
"아! 아버지께 인사드려야죠!"
"아버지요?"
"네! 어르신께!"
"아... 그래야겠네요..."


가족이 되다
이사는 리브가를 아함에게 데려갔다.
"아버지."
"왔구나."
"리브가 아가씨가 인사드리러 왔어요."
리브가가 절했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그래, 잘 잤느냐?"
"네, 감사합니다."
"불편한 것은 없고?"
"없습니다."
"다행이구나."
아함은 리브가를 자세히 보았다.
너울을 벗은 얼굴.
아름다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눈빛이었다.
맑고 착했다.
"리브가."
"네, 어르신."
"너를 보니..."
"..."
"사래가 생각난다."
"사라 할머니요?"
"그렇다."
아함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할머니도 그랬단다."
"낯선 땅에 왔을 때."
"두려웠을 거야."
"..."
"하지만 잘 이겨냈지."
"하늘님께서 함께하셨으니까."
"너도 그럴 거다."
리브가는 눈물이 났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우리 가족(家族)이 되었구나."
"네..."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날 낮.
리브가는 집안 일을 배웠다.
"여기가 부엌이에요."
몸종이 안내했다.
"음식은 여기서 만들고요."
"네."
"저장고는 여기고요."
"물은 저기 우물에서 길어요."
리브가는 열심히 배웠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가씨가 하실 필요는..."
"아니에요. 하고 싶어요."
"그럼... 빵을 만드시겠어요?"
"네! 가르쳐 주세요."
리브가는 밀가루를 반죽했다.
정성스럽게.
"아가씨, 손이 빠르세요."
"함흥에서 자주 했어요."
"그래서 익숙하시구나."
빵이 구워졌다.
고소한 냄새.
"아버지께 드려야겠어요."
리브가가 말했다.
"제가 처음 만든 거예요."
"좋아하실 거예요."
리브가는 빵을 가지고 갔다.
아함에게.
"어르신."
"왔느냐?"
"제가 빵을 만들었어요."
"네가?"
"네. 드셔보세요."
아함은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구나."
"정말요?"
"그래. 사래가 만든 것 같다."
"감사합니다."
"고맙다, 리브가."
리브가는 이사에게도 가져갔다.
"도련님."
"네?"
"빵 좀... 드실래요?"
"제가 만든 건데..."
이사는 부끄러워하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한 입 먹었다.
"맛있어요!"
"정말요?"
"네! 정말 맛있어요!"
리브가는 기뻤다.
"다행이다..."
두 사람은 함께 빵을 먹었다.
처음으로.
편하게.
"도련님."
"네?"
"저기... 도련님이라고 부르기가..."
"이상해요?"
"좀..."
"그럼... 이사라고 불러도 돼요."
"이사... 도련님?"
"아니, 그냥 이사요."
"그럼 저도 그냥 리브가라고 불러주세요."
"네... 리브가..."
두 사람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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