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천막 (2)

하께하는 시간

by 이 범

함께하는 시간
며칠이 지났다.
이사와 리브가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사."
"응?"
"오늘 뭐 해요?"
"글 공부해야 해요."
"글 공부?"
"네. 김종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세요."
"같이 들어도 돼요?"
"진짜요?"
"네. 저도 배우고 싶어요."
두 사람은 함께 공부했다.
김종이 가르쳤다.
"오늘은 천자문(千字文)을 배우겠습니다."
"네!"
"하늘 천(天), 땅 지(地)..."
이사는 열심히 따라했다.
리브가도 열심히 배웠다.
"리브가 아가씨."
"네?"
"글을 빨리 배우시네요."
"함흥에서 조금 배웠어요."
"그래서 그렇구나."
공부가 끝나면.
두 사람은 들로 나갔다.
"여기가 제가 매일 나왔던 곳이에요."
이사가 말했다.
"김종 할아버지 오시는지 보려고요."
"매일요?"
"네. 기다렸어요."
"저를요?"
"네..."
리브가는 감동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두 사람은 풀밭에 앉았다.
하늘을 보며.
"리브가."
"응?"
"함흥은 어땠어요?"
"좋았어요."
"가족들이 그립지 않아요?"
"그립죠... 많이..."
"미안해요..."
"왜요?"
"저 때문에 여기 온 거잖아요."
"아니에요."
리브가가 웃었다.
"하늘님께서 부르셨어요."
"..."
"그리고..."
"그리고?"
"여기도 좋아요."
"정말요?"
"네. 이사가 있으니까요."
이사는 얼굴이 빨개졌다.
"저도... 리브가가 와서 좋아요..."
해가 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야겠다."
"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자연스럽게.
처음으로.


사라의 천막에서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 날 저녁.
아함이 이사를 불렀다.
"이사야."
"네, 아버지."
"리브가를."
"네?"
"네 어머니 사라의 천막으로 데리고 가거라."
"그곳은 이미 리브가가 쓰고 있는데요."
"그렇지."
아함이 미소 지었다.
"이제 그를 네 아내(妻)로 맞아들여라."
"예?"
이사는 놀랐다.
"지금요?"
"그렇다."
"하지만 저는 아직 어려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하늘님께서 정하신 인연이다."
"..."
"너는 리브가를 아내로 맞으라."
"그리고 사랑하여라."
이사는 떨렸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이사는 리브가에게 갔다.
천막 앞에서.
"리브가..."
"응?"
"저기...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 하셨어요?"
"당신을... 내 아내로 맞으라고..."
리브가도 놀랐다.
"지금요?"
"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긴 침묵.
"이사..."
"응?"
"저는... 괜찮아요..."
"정말?"
"네. 이게 하늘님의 뜻이니까요."
"리브가..."
"그리고..."
"그리고?"
"저도... 이사를 좋아해요..."
이사는 용기를 냈다.
"저도... 리브가를 좋아해요..."
이사는 리브가를 천막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자기 어머니 사라의 천막으로.
그곳에서.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비록 어렸지만.
진심이었다.
이사는 리브가를 사랑(愛)하였다.
순수하게.
진실하게.
리브가도 이사를 사랑했다.
온 마음으로.
그날 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리브가."
"응?"
"당신이 와줘서 고마워요."
"저야말로 고마워요."
"왜요?"
"저를 받아줘서."
"당연한 거예요."
"..."
"리브가."
"응?"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응..."
"아버지가 많이 슬퍼하셨어요."
"..."
"혼자 계실 때 우시는 것도 봤어요."
"그러셨구나..."
"그런데 당신이 오고 나서..."
"응?"
"아버지가 웃으세요."
이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서 더 고마워요."
리브가는 이사를 안았다.
"이사..."
"응?"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네."
"아버지도 기쁘게 해드리고."
"네."
"하늘님께서 함께하실 거예요."
"그럴 거예요."
밖에서.
아함이 혼자 앉아 있었다.
천막을 바라보며.
"사래..."
"이사가 장가를 갔소..."
"좋은 며느리를 얻었소..."
눈물이 흘렀다.
"이로써..."
"나는..."
"위로(慰勞)를 받게 되었소..."
"어머니를 여읜 뒤에..."
"삼 년 동안..."
"슬펐소..."
"하지만 이제..."
"리브가가 와서..."
"이사가 웃소..."
"나도 웃소..."
"당신이 보고 싶지만..."
"조금은 덜 아프오..."
별이 빛났다.
하늘님께서 약속하신 그 별들.
"네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이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사와 리브가를 통해.
에필로그 - 새로운 시작
다음 날 아침.
리브가는 일찍 일어났다.
이제는 익숙한 천막.
이제는 익숙한 소리들.
"이사..."
"응?"
"일어났어요?"
"응... 방금..."
"오늘도 좋은 날이 될 것 같아요."
"그럴 것 같아요."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리브가."
"응?"
"앞으로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평생 함께해요."
"네. 평생..."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거사님."
"대사님."
"좋은 소식 들었습니다."
"무슨 소식이요?"
"도련님께서 장가드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사가 웃었다.
"이제 마음이 편하시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래 보살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렇겠지요..."
"하늘님께서 좋은 며느리를 주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차를 마셨다.
"거사님."
"네."
"이제 편히 쉬십시오."
"아직은..."
"충분히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사님."
한 달이 지났다.
이사와 리브가는 더욱 가까워졌다.
"이사."
"응?"
"우리 아이 낳으면 이름 뭐라고 지을까?"
"벌써?"
"미리 생각해두는 거지."
"글쎄... 쌍둥이면 어떨까?"
"쌍둥이?"
"응. 둘이서 싸우기도 하고..."
"재미있겠다."
두 사람은 웃었다.
미래를 꿈꾸며.
함께할 날들을 꿈꾸며.
"이사악은 레베카를 자기 어머니 사라의 천막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그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사악은 레베카를 사랑하였다. 이로써 이사악은 어머니를 여읜 뒤에 위로를 받게 되었다."
창세기 24:67
사랑과 위로.
이사는 어렸다.
아홉 살.
하지만 진심이었다.
리브가는 왔다.
낯선 땅에.
하지만 순종으로.
두 사람은 만났다.
하늘님의 인도로.
운명으로.
처음엔 어색했다.
말도 못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까워졌다.
사랑하게 되었다.
이사는 리브가를 사랑했다.
순수하게.
리브가도 이사를 사랑했다.
온 마음으로.
아함은 위로받았다.
사라를 잃은 슬픔.
삼 년의 고독.
이제 조금 덜 아팠다.
리브가가 왔으니까.
이사가 웃으니까.
이것이 가족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이것이 위로다.
하늘님께서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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