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계승(1)

축복의 대를 잇다

by 이 범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43년(1461년) 가을 ~ 세종 45년(1463년)
브엘세바
주인공:
이사(以思, 9-11세): 약속의 아들, 이제는 유부남
리브가(利福加, 17-19세): 지혜로운 아내
이아함(李亞含, 116-118세):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
김종(金從, 73-75세): 충실한 종
혜능 대사(慧能大師, 101-103세): 고승
기(起) - 노인의 평안
가을이 왔다.
결혼한 지 석 달.
이사와 리브가는 행복했다.
"이사."
"응?"
"오늘 날씨 좋다."
"그러게."
"들에 나갈까?"
"좋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브엘세바 들녘.
바람이 시원했다.
"리브가."
"응?"
"행복해?"
"응. 너무."
"나도."
"..."
"가끔 꿈같아."
"나도 그래."
이사가 웃었다.
"함흥에서 온 지 벌써 석 달이야."
"빨리 지나갔어."
"이제는 익숙해?"
"응. 여기가 이제 내 집이야."
"고마워."
"왜?"
"와줘서."
"나도 고마워."
리브가가 이사의 손을 꽉 잡았다.
"받아줘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함이 앉아 있었다.
평화로운 얼굴.
"아버지."
"왔구나."
"들에 다녀왔어요."
"그래, 날씨가 좋구나."
리브가가 차를 가져왔다.
"어르신, 드세요."
"고맙다, 며느리."
아함은 차를 마시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보니..."
"네?"
"내가 젊었을 때 생각난다."
"어르신도 젊으셨어요?"
리브가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나도 젊었지."
"사래와 함께..."
아함의 눈빛이 멀어졌다.
"함흥을 떠났을 때..."
"일흔다섯이었지만..."
"마음은 젊었지..."
"어떠셨어요?"
"두려웠다."
"..."
"낯선 땅으로 가는 것."
"모르는 미래."
"하지만..."
"하지만요?"
"사래가 함께였다."
"그래서 괜찮았다."
이사와 리브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그래요, 아버지."
"그래, 너희도 그럴 거다."
아함은 평안해 보였다.
"이제..."
"나는 마음이 편하다."
"왜요?"
"너희가 있으니까."
"약속이 계속되니까."
며칠 후.
아함은 김종을 불렀다.
"종아."
"네, 주인 어른."
"수고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함흥까지 다녀왔잖느냐."
"제 일이었습니다."
"아니다."
아함이 김종의 손을 잡았다.
"너는 충실(忠實)했다."
"사십 년을 함께했다."
"한 번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입니다."
"고맙다."
김종은 눈물을 흘렸다.
"주인 어른..."
"이제 너도 쉬어라."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충분히 했다."
"하지만..."
"도련님을 잘 부탁한다."
"...네."
"리브가도."
"네."
"너만 믿는다."
"명심하겠습니다."



계절의 변화
겨울이 왔다.
눈이 내렸다.
"와! 눈이다"
이사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사! 감기 걸려!"
리브가가 소리쳤다.
"괜찮아! 같이 나와!"
"에이..."
리브가도 나갔다.
두 사람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이게 아버지!"
"하하! 닮았다!"
"이게 김종 할아버지!"
"수염이 길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함은 안에서 그들을 보았다.
"저렇게 행복하구나..."
"좋다..."
"이제 나도 편히 갈 수 있겠다..."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거사님."
"대사님, 이 추운데..."
"괜찮습니다."
"차라도 드시지요."
두 사람은 따뜻한 방에 앉았다.
"거사님."
"네."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런가요?"
"네. 평안해 보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아함이 미소 지었다.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사가 장가들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
"사래가 보고 싶지만."
"이제는 견딜 만합니다."
"리브가가 있으니까요."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님께서 좋은 며느리를 주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거사님."
"네?"
"준비하셔야 합니다."
"무엇을요?"
"마지막을."
아함은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
"얼마나 남았을까요?"
"하늘님만 아십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곧입니다."
"알겠습니다."
아함은 잠시 생각했다.
"대사님."
"네."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이사를 잘 부탁드립니다."
"..."
"제가 가면."
"이사가 외로울 겁니다."
"어리니까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봄이 왔다.
세종 44년(1462년).
이사는 열 살이 되었다.
리브가는 열여덟.
"이사, 벌써 열 살이야."
"응."
"많이 컸어."
"그래?"
"응. 키도 크고."
"목소리도 변했고."
이사는 부끄러워했다.
"정말?"
"응.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
"남자다워졌어."
"고마워..."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밤에 별을 보며 이야기했다.
"리브가."
"응?"
"저 별 봐."
"별이 많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뭐라고?"
"할아버지께서."
"아함 어르신 말이야?"
"응. 함흥을 떠나기 전에."
"하늘님께서 말씀하셨대."
"무슨 말씀?"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질 것이다.'"
"..."
"'바닷가의 모래처럼.'"
리브가는 별을 올려다보았다.
"우리 후손이?"
"응."
"믿어져?"
"잘 모르겠어..."
"나도..."
"하지만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으니."
"이루어질 거야."
"그럼..."
"응?"
"우리도 아이를 낳아야겠네?"
이사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 그래야지..."
두 사람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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