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습격
어둠 속의 습격
"뭐야!"
헌병대 건물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순간적인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켰다.
"정전이다!"
"발전기를 돌려!"
헌병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산돌이가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후문 경비에게 다가갔다. 헌병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누구..."
헌병의 말이 끝나기 전에 산돌이의 곤봉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헌병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1번 클리어!"
산돌이가 작은 새소리를 냈다. 신호였다.
신우혁과 정혁진이 담장을 넘었다. 최득삼의 팀도 뒤따라 넘어왔다.
"가자!"
최득삼의 팀이 건물 1층으로 돌진했다. 당직실 문을 열자 헌병들이 랜턴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뭐야!"
"습격이다!"
헌병들이 총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최득삼의 팀이 순식간에 덮쳤다. 어둠 속에서 격투가 벌어졌다.
"꺄악!"
한 헌병이 칼에 찔려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해!"
최득삼이 그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소리는 새어나갔다.
"빨리! 2층으로!"
신우혁이 계단을 올라갔다. 절름거리는 다리가 계단을 오르기 힘들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올라갔다.
2층 복도. 야마자키의 집무실 문 앞에 경호 헌병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아래층의 소란을 듣고 총을 꺼내 들고 있었다.
"누구냐!"
경호병이 외쳤다.
신우혁은 대답 대신, 단도를 던졌다. 칼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 한 헌병의 가슴에 박혔다.
"크윽!"
헌병이 쓰러졌다. 나머지 한 명이 총을 겨눴다.
"움직이지 마!"
하지만 정혁진이 옆에서 덤벼들어 그의 팔을 쳐냈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두 사람이 뒤엉켜 싸웠다.
신우혁은 쓰러진 헌병에게서 단도를 뽑아냈다. 피가 칼날을 타고 흘렀다.
"혁진!"
신우혁이 외쳤다. 정혁진이 헌병을 밀쳐내는 순간, 신우혁의 칼이 헌병의 목을 그었다.
"크읍..."
헌병이 목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들어간다!"
신우혁이 집무실 문을 발로 찼다. 문이 박살나며 열렸다.
집무실 안,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 야마자키가 서 있었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조센징."
야마자키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취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연기였다.
"덫이었나..."
신우혁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너희들의 계획은 진작 알고 있었어. 한도회 회원 명단도 다 알고 있지."
"밀고자가 있었군."
"현명하구나. 그래, 너희 중 한 명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해줬어."
신우혁의 가슴에 분노가 치솟았다. 배신자. 동족을 판 개 같은 놈.
"누구지?"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어차피 너희는 여기서 다 죽을 텐데."
야마자키가 총을 겨눴다.
"안녕, 조센징."
방아쇠가 당겨지려는 순간.
"형님!"
정혁진이 신우혁을 밀쳤다. 총소리가 울렸다.
"으윽!"
정혁진의 어깨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혁진!"
신우혁이 외쳤다. 하지만 정혁진은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야마자키에게 달려들었다.
"이 개 같은 놈!"
정혁진이 야마자키의 총을 잡고 뒤엉켜 싸웠다. 신우혁도 단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세 사람이 촛불 주변에서 격렬하게 싸웠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야마자키가 정혁진을 밀쳐내고 칼을 빼들었다.
"죽어라!"
야마자키의 칼이 정혁진을 향했다. 하지만 신우혁의 단도가 그 칼을 막아냈다.
"네놈이 죽을 차례다!"
신우혁의 눈에 14년 묵은 복수심이 타올랐다. 광주에서 받은 총탄, 부러진 다리, 빼앗긴 청춘.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칼과 칼이 부딪쳤다. 불꽃이 튀었다.
신우혁은 다리가 불편했지만, 그의 칼놀림은 야마자키보다 빨랐다. 의병의 아들에게서 배운 검술. 14년간 갈고닦은 복수의 칼.
"크윽!"
야마자키의 팔에 칼자국이 났다. 피가 흘렀다.
"이 개자식!"
야마자키가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신우혁은 침착하게 피했다.
그리고 순간을 포착했다.
야마자키의 칼이 빗나간 순간, 신우혁의 단도가 파고들었다.
"크아악!"
야마자키의 옆구리에 칼이 박혔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불가능... 조센징 따위가..."
"조센징?"
신우혁이 칼을 뽑고 다시 찔렀다.
"조센징이 네놈을 죽인다!"
칼이 야마자키의 가슴을 관통했다.
"으윽..."
야마자키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조선을... 얕보지 마라..."
신우혁이 칼을 비틀었다. 야마자키의 눈빛이 흐려졌다.
"크읍..."
야마자키 헌병대장이 쓰러졌다. 영광의 폭군, 살인귀, 조선인의 악몽. 그가 죽었다.
신우혁은 피 묻은 칼을 들고 서 있었다. 14년 만의 복수였다.
"형님!"
정혁진이 어깨를 붙잡고 일어났다.
"혁진, 괜찮나?"
"예... 관통상입니다. 괜찮습니다."
"서류를 태워야 해!"
두 사람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징집 명단, 한도회 관련 서류, 조선인 사상범 명단. 모든 서류를 꺼내 불에 태웠다.
불길이 치솟았다.
그때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형님! 숙소에서 헌병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산돌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철수한다!"
신우혁이 외쳤다.
"최득삼! 철수!"
"알겠습니다!"
1층에서 최득삼의 팀이 뛰쳐나왔다. 두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모두 살아있었다.
"후문으로! 빨리!"
모두가 후문으로 달렸다. 뒤에서 헌병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습격이다!"
"도둑이다!"
"쏴라!"
총소리가 울렸다. 총알이 담장을 스쳤다.
"뛰어!"
회원들이 담장을 넘었다. 신우혁이 마지막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그를 정혁진과 산돌이가 끌어올렸다.
"빨리!"
담장을 넘는 순간, 총알 하나가 신우혁의 어깨를 스쳤다.
"으윽!"
"형님!"
"괜찮아! 가자!"
모두가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미리 정해둔 대로, 세 방향으로 나뉘어 도망쳤다.
헌병대 건물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야마자키의 집무실이 타고 있었다. 서류도 함께.
영광의 밤은 붉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