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민준의 자식
2038년, 도쿄.
선우민준과 레이코의 결혼 7년 차.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였다. CEO와 부회장. 비즈니스 파트너.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침묵이 흘렀다.
레이코는 알고 있었다. 민준의 마음은 여전히 리나에게 있다는 것을. 그가 자신을 존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밤, 레이코는 혼자 방에서 울었다.
"하느님, 왜 저는 사랑받지 못합니까?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어느 날, 레이코는 몸이 이상했다. 메스꺼움, 피로감.
병원에 갔다.
의사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다나카 씨. 임신하셨습니다."
레이코는 얼어붙었다. "임신이요?"
"예, 8주 차입니다."
레이코는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봤다. 배에 손을 얹었다.
'아기... 민준의 아기...'
그날 저녁, 민준이 늦게 귀가했다. 레이코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코 씨, 아직 안 주무셨어요?"
"민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민준이 앉았다.
"저... 임신했어요."
민준의 눈이 커졌다. "정말입니까?"
"예."
침묵.
레이코는 민준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뻐할까? 당황할까?
민준이 천천히 다가와 레이코의 손을 잡았다.
"레이코 씨, 축하합니다."
"기쁘세요?"
"물론입니다. 이것은... 축복입니다."
하지만 레이코는 알았다. 그의 기쁨은 진심이지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만약 리나가 임신했다면, 그는 더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이 아이가 우리를 이어 줄 거야. 이 아이를 통해 민준이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9개월 후, 레이코는 아들을 낳았다.
병실에서, 민준이 아기를 안았다.
"레이코 씨,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레이코는 아기를 바라봤다. 작고 연약한 생명. 하지만 그 안에 희망이 있었다.
"르우벤이라고 지어요."
"르우벤? 무슨 뜻입니까?"
"히브리어로 '보라, 아들'이라는 뜻이에요. 하느님이 제 괴로움을 보셨다는 의미예요."
민준은 레이코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있었다.
"레이코 씨..."
"이제는 민준 씨가 저를 사랑해 주시겠죠? 제가 당신의 아들을 낳았으니까요."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이코는 알았다. 아기가 태어나도, 민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2년 후, 레이코는 둘째 아들을 임신했다.
"민준, 또 아이가 생겼어요."
"그래요? 축하합니다."
역시 담담한 반응.
레이코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출산 후, 그녀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시메온이라 지었다.
"무슨 뜻입니까?" 민준이 물었다.
"'들으셨다'는 뜻이에요. 하느님께서 제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들으시고, 이 아들도 주셨다는 의미예요."
민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레이코 씨, 저는..."
"괜찮아요, 민준. 저도 알아요. 당신은 리나를 사랑하죠. 하지만 이 아이들이... 우리를 이어 줄 거예요."
3년 후, 셋째 아들 레위가 태어났다.
"이번에는 '결합하다'는 뜻이에요. 아들을 셋이나 낳았으니, 이제는 당신이 저에게 매이겠죠."
민준은 레이코의 손을 잡았다. "레이코 씨, 저는 이미 당신에게 매여 있습니다. 사랑은 아니어도, 책임과 존중으로."
"그게 충분할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레이코는 울었다. 민준도 울었다.
두 사람은 포옹했다. 슬픔의 포옹.
그로부터 2년 후, 레이코는 넷째를 임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임신 5개월째, 레이코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평창 새벽터를 찾아갔다. 민준이 늘 이야기하던 그곳.
혼자서.
바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저는 평생 사랑받기를 원했습니다. 민준의 사랑을. 아버지의 인정을. 세상의 칭찬을."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저는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당신께."
소나무가 흔들렸다.
"제가 아들을 셋이나 낳은 것은... 민준을 붙잡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 넷째 아이는... 당신께 드리는 찬송입니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민준이 저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저를 사랑하시니까요. 제 괴로움을 보시고, 제 울음을 들으시고, 저에게 축복을 주셨으니까요."
그날, 레이코는 자유로워졌다.
민준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넷째 아들이 태어났다.
병실에서, 레이코는 아기를 안으며 미소 지었다.
민준이 물었다. "이름은요?"
"유다예요."
"무슨 뜻입니까?"
"'찬양하다'는 뜻이에요. 이제야말로 제가 주님을 찬송하겠다는 의미예요."
민준은 놀랐다. 레이코의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평화로웠다. 빛이 났다.
"레이코 씨, 뭔가 변하셨어요."
"예. 저는 이제 자유로워요, 민준."
"자유?"
"당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졌어요. 물론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것이 제 가치를 결정하지 않아요."
민준은 레이코를 새롭게 봤다.
"제 가치는 하느님께서 주셨어요. 저는 사랑받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레이코 씨..."
"그래서 이제 저는 찬양할 수 있어요. 아들 넷을 주신 것도, 이 가정을 주신 것도, 심지어 이 고통도 감사해요. 그것이 저를 성장시켰으니까요."
민준은 처음으로 레이코를 진정으로 존경했다.
'이 사람은... 나보다 강하다. 나보다 깊다.'
그날 이후, 민준과 레이코의 관계가 변했다.
민준은 여전히 리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레이코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존경이 생겼다. 감탄이 생겼다. 그리고 점점, 다른 종류의 사랑이 싹텄다.
"레이코 씨."
"왜요?"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갑자기요?"
"제가 몰랐어요.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지혜로운지."
레이코가 미소 지었다. "이제야 아셨어요?"
"미안합니다. 제가 당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괜찮아요. 저도 저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시간이 흘렀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네 아들이 자랐다.
그들은 어머니 레이코를 보며 배웠다.
"엄마는 왜 항상 웃어요?" 막내 유다가 물었다.
"엄마는 찬양하는 사람이거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감사를 찾아."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요?"
레이코는 웃었다. "아빠는 엄마를 존경해. 그것도 사랑의 한 형태란다."
2050년, 민준은 레이코와 결혼 20주년을 맞이했다.
기념 만찬에서, 민준이 말했다.
"레이코, 20년 전 우리는 사랑 없이 결혼했습니다."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처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 깊은 방식으로."
레이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당신은 제게 네 아들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은 제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무엇인가요?"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는 것. 선택이고, 헌신이고, 성장이라는 것."
레이코가 일어나 민준을 껴안았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민준.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
하객들이 박수를 쳤다.
네 아들도 함께 박수를 쳤다.
레이코의 일기, 2050년 12월 25일: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사랑받지 못했을 때도, 당신은 저를 보셨습니다.
제 울음을 들으셨습니다.
저에게 아들들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를 자유케 하셨습니다.
이제 저는 찬양합니다.
고통도, 거절도, 외로움도.
모든 것이 저를 이 자리로 이끌었습니다.
민준은 이제 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기쁨의 원천은 아닙니다.
제 기쁨은 당신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네 아들의 이름이 제 여정을 말해줍니다.
보심 → 들으심 → 결합 → 찬양
이것이 사랑받지 못한 자가 걷는 길입니다.
하지만 끝은 찬양입니다.
항상 찬양입니다."
2055년, 레이코는 선우다나카 테크놀로지 회장이 되었다.
민준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취임사에서 레이코는 말했다.
"저는 평생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세상에게."
청중이 숙연해졌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저는 항상 사랑받았습니다. 하느님께. 그리고 그 사랑이 충분했습니다."
박수.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기립박수.
"찾으십시오. 평창의 새벽터든, 도쿄의 우물이든, 당신만의 성소를 찾으십시오.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나십시오. 그러면 당신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네 아들이 앞줄에 앉아 어머니를 바라봤다.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코의 장례식 (그녀는 88세까지 살았다).
민준이 추도사를 읽었다. (그는 90세였다)
"레이코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였습니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사랑받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저에게,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그녀는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그녀의 네 아들의 이름이 그녀의 여정을 말해줍니다."
"르우벤: 보심"
"시메온: 들으심"
"레위: 결합"
"유다: 찬양"
"이것이 레이코의 삶이었습니다."
"고통에서 시작해 찬양으로 끝난 삶."
"이제 그녀는 평창 새벽터의 하느님 곁에 있습니다."
"영원한 찬양 속에."
관 위에 네 개의 이름표가 놓였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그녀의 네 아들.
그녀의 네 단계.
그녀의 완성된 여정.
—끝—
에필로그
평창 새벽터에 다섯 번째 돌이 추가됐다.
민준의 돌.
스프링웰스의 돌.
도쿄 우물의 돌.
그리고 이제, 레이코의 돌.
레이코의 돌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사랑받지 못한 자에게
2038-2055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나를 보셨다. (르우벤)
내 울음을 들으셨다. (시메온)
나를 당신께 결합시키셨다. (레위)
그래서 나는 찬양한다. (유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당신은 이미 사랑받고 있습니다.
발견하십시오.
그리고 찬양하십시오.
다나카 레이코"
그 돌은 오늘도 새벽터에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찬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