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형제
2076년 6월, 서울.
선우민준은 90세가 된 형 태준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형님, 요즘 어떠세요?"
태준은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휠체어에 의지했고, 말도 느렸다.
"괜찮다, 민준아. 네가 돌아와서 행복해."
"형님..."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무엇입니까?"
태준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너를... 45년 전에 일본으로 보낸 것 말이다."
"형님, 그건 제 선택이었어요."
"아니야. 내가... 사실은 너를 멀리 보내고 싶었어."
민준은 놀랐다. "왜요?"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질투했어. 네가 너무 똑똑하고, 능력 있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나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회장이 됐지만, 네가 더 자격이 있었어."
"형님, 그런 말씀 마세요."
"그래서 너를 일본으로 보냈어. '3년만'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어."
민준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45년이 지나도록 너를 한국으로 안 불렀어. 핑계를 댔지. '일본 법인이 중요하다', '민준이가 거기서 잘하고 있다'..."
태준이 울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민준아. 형이 너무 이기적이었어. 너에게서 45년을 빼앗았어."
민준도 눈물을 흘렸다.
"형님..."
"용서해줄 수 있겠니?"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45년간의 타국 생활.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형의 질투 때문이었다는 것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형의 약한 모습이 보였다.
90세의 노인. 죽음을 앞둔 사람. 후회하는 형.
그날 밤, 민준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형을 용서해야 하나? 45년을... 내 인생의 절반을...'
새벽 3시, 그는 평창 새벽터로 차를 몰았다.
바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형을 용서해야 합니까?"
"45년을... 그냥 넘어가야 합니까?"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민준의 마음에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야곱과 에사우.
야곱이 형 에사우를 속이고 축복을 훔쳤다.
20년 후, 야곱은 에사우를 만나러 갔다.
두려웠다. 에사우가 자신을 죽이려 할까봐.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다. 엄청난 선물을.
'나도...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민준은 생각했다.
'형이 나에게 잘못했다. 하지만 나도 형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 화해를 위해.'
다음날 아침, 민준은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 목록을 펼쳤다.
선우다나카 주식: 15조 원
글로벌 기업 주식: 10조 원
부동산: 5조 원
현금: 3조 원
기타 자산: 2조 원
총 35조 원.
민준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형에게 얼마를 줄까?'
그는 성경의 야곱을 떠올렸다.
야곱이 에사우에게 준 선물:
암염소 200마리, 수염소 20마리
암양 200마리, 숫양 20마리
젖 먹이는 낙타 30마리와 새끼들
암소 40마리, 황소 10마리
암나귀 20마리, 수나귀 10마리
총 550마리가 넘는 가축.
당시로서는 엄청난 재산이었다.
'나도... 그만큼 줘야 하나?'
민준은 결정했다.
자신의 재산 중 10조 원을 형에게 주기로.
하지만 어떻게?
민준은 변호사와 회계사를 불렀다.
"형 태준 회장님께 10조 원 상당의 자산을 증여하고 싶습니다."
"10조 원이요?!"
"예. 하지만 특별한 방식으로."
"어떻게요?"
"다섯 개의 패키지로 나눠서, 일주일에 걸쳐 전달하고 싶습니다."
민준은 계획을 설명했다.
1차 선물 (월요일): 2조 원 상당의 선우그룹 주식
2차 선물 (화요일): 2조 원 상당의 부동산 (강남 빌딩 3개)
3차 선물 (수요일): 2조 원 상당의 글로벌 기업 주식
4차 선물 (목요일): 2조 원 상당의 AI 기술 특허권
5차 선물 (금요일): 2조 원 현금
"왜 나눠서 주시는 겁니까?"
"야곱이 에사우에게 선물을 보낼 때, 다섯 무리로 나눠 보냈어요. 떼와 떼 사이에 거리를 두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형의 마음을 조금씩 풀기 위해서죠. 한꺼번에 주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조금씩 주면, 형이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롭습니다."
월요일 아침.
태준 회장의 사무실.
비서가 들어왔다. "회장님, 선우민준 부회장님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선물?"
"예, 선우그룹 주식 2% 지분입니다. 가치는 약 2조 원입니다."
태준은 놀라 서류를 봤다.
증여증서가 있었다.
그리고 짧은 메모:
"형님께,
첫 번째 선물입니다.
형님을 사랑하는 동생 민준 올림"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화요일.
또 다른 선물이 도착했다.
강남의 빌딩 3개. 총 가치 2조 원.
메모:
"형님께,
두 번째 선물입니다.
동생 민준"
태준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들었다.
"민준아..."
"예, 형님."
"이게 무슨 짓이냐? 왜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주세요, 형님. 제 마음입니다."
"하지만..."
"형님이 45년 전에 저를 일본으로 보낸 것, 용서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
"그 45년이 저를 성장시켰어요. 만약 한국에 남았다면, 저는 형님 그늘에서 평생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일본에 가서 제 길을 찾았어요."
태준은 울었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선물이 계속 도착했다.
글로벌 주식.
AI 특허권.
2조 원 현금.
매번 같은 메모:
"형님을 사랑합니다. 동생 민준"
금요일 저녁, 태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민준의 집으로 갔다.
민준이 문을 열었다.
"형님!"
태준은 휠체어에서 내려 무릎을 꿇으려 했다.
민준이 급히 붙잡았다.
"형님, 무슨 짓입니까!"
"민준아... 용서해다오..."
"형님, 일어나세요. 제가 이미 용서했어요."
"10조 원이나... 나는 너에게 45년을 빼앗았는데..."
민준이 형을 일으켜 세웠다.
"형님, 그 10조 원은 선물이 아니에요."
"뭐?"
"형님께 드리는 사랑의 표시예요. 우리가 다시 형제가 되었다는 증표예요."
태준이 민준을 껴안았다.
두 형제가 울었다.
90세 노인과 85세 노인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날 밤, 민준은 가족들을 모았다.
레이코, 리나, 일곱 자녀.
"내일 형님 댁에서 가족 모임이 있을 거야."
"무슨 모임이에요?" 르우벤이 물었다.
"화해의 만찬이야. 형님과 나, 우리 가족과 형님 가족이 함께 모이는 거지."
"왜 갑자기요?"
민준이 설명했다. 45년의 이야기를, 형의 고백을, 그리고 자신의 선물을.
레이코가 물었다. "10조 원을 주셨다고요?"
"응."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아니야. 형제의 화해를 위해서라면 적은 거야."
리나가 말했다. "민준 씨, 당신은 정말... 야곱 같아요."
"야곱?"
"야곱이 에사우에게 선물을 준 것처럼, 당신도 형님께 선물을 주셨잖아요."
민준이 미소 지었다. "맞아. 나는 야곱의 이야기를 따라 했어."
다음날, 선우그룹 회장 공관.
양가 족이 모였다.
태준 가족 20명, 민준 가족 10명.
총 30명.
태준이 일어나 말했다.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제 동생 민준이와 제가 진정으로 화해하는 날입니다."
박수.
"45년 전, 저는 질투 때문에 동생을 멀리 보냈습니다. 그것이 제 죄입니다."
"하지만 민준이는 저를 용서했습니다. 그리고 10조 원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었습니다."
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선물은 단순한 돈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용서입니다. 화해입니다."
민준이 일어났다.
"형님, 그 선물은 제가 형님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 형님은 저에게 인생을 주셨어요."
"인생?"
"예. 형님이 저를 일본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저는 레이코와 리나를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일곱 자녀도 없었을 거예요."
민준이 가족들을 바라봤다.
"형님이 저에게 준 45년은,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형님께 10조 원을 드리는 건, 사실 형님께 받은 것을 조금 돌려드리는 거예요."
태준이 울면서 웃었다.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두 형제가 포옹했다.
30명의 가족이 박수를 쳤다.
만찬이 시작되었다.
한식과 일식이 섞인 호화로운 식탁.
민준이 건배사를 했다.
"오늘 우리는 가족입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그냥 가족입니다."
"45년의 분리가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입니다."
"형님, 사랑합니다."
태준이 대답했다.
"나도 사랑한다, 민준아."
잔이 부딪쳤다.
가족들이 함께 먹고 마시고 웃었다.
민준의 일기, 2076년 6월 20일:
"오늘 형님과 화해했습니다.
10조 원을 드렸습니다.
사람들은 말할 겁니다.
'너무 많이 줬다'고.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것은 적은 것입니다.
형제의 화해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야곱이 에사우에게
550마리 이상의 가축을 준 것처럼,
저도 형님께 제 재산의 일부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받아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형제입니다.
나이도, 질투도, 과거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형님과의 화해를 이루게 하셔서.
이것이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아멘."
—끝—
에필로그
태준은 그로부터 1년 후 세상을 떠났다.
91세였다.
장례식에서 민준이 추도사를 읽었다.
"형님은 제게 45년을 주셨습니다. 타국에서의 45년을."
"처음에는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사합니다."
"그 45년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년, 우리는 진정한 형제였습니다."
"10조 원이라는 선물로 화해했지만, 진짜 선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한 그 시간이었습니다."
민준은 관을 바라봤다.
"형님, 이제 편히 쉬세요. 저는 형님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평창 새벽터에 열한 번째 돌이 놓였다.
"화해의 선물"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형제의 화해
2076.6.20
나는 45년을 잃었다.
형의 질투 때문에.
하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
그리고 선물을 주었다.
10조 원이라는.
사람들은 말했다.
'너무 많이 줬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적은 것이라고.
형제의 화해보다
귀한 것은 없다.
당신도 화해하십시오.
선물을 주십시오.
아낌없이.
그러면 평화가 옵니다.
선우민준"
그 돌은 오늘도
갈등하는 형제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용서하십시오.
선물을 주십시오.
아낌없이.
화해는 값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