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재회

400명의 장정

by 이 범

선우태준2077년 1월 15일, 서울.프니엘에서의 씨름 후 2주가지났다.선우민준은 여전히 절뚝거렸다. 하지만 평화로웠다.어느 날 아침,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

"회장님, 선우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오신답니다."

"형님이?"

"예, 그런데... 이상합니다."

"뭐가?"

"수행원 400명과 함께 오신답니다."

민준의 심장이 멎었다. "400명?"

"예. 선우그룹 전 임원진과 주요 직원들입니다. 마치... 시위대처럼."

민준은 창밖을 내다봤다.

멀리서 긴 행렬이 보였다.

선두에 형 태준의 차량.

그 뒤로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형님이... 왜?'

민준은 프니엘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민준이 선우태준을만나러 갈 때.

그가 400명의 장정과 함께 왔었다.

민준은 두려워했다. '형이 나를 죽이러 오는구나.'

'설마... 형님도?'

민준은 급히 가족들을 불렀다.

레이코, 리나, 일곱 자녀.

"형님이 오신다. 400명과 함께."

가족들이 긴장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르겠어. 하지만... 준비해야 해."

민준은 가족들을 배치했다.

"빌하, 질파(두 비서), 너희가 먼저 나가라."

"레아... 아니 레이코, 네 아이들과 함께 그 다음."

"라헬... 리나, 요셉과 함께 맨 뒤에."

"왜 이렇게 배치하세요?" 레이코가 물었다.

"만약... 만약 형님이 화가 나셨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맨 뒤에 두고 싶어."

리나가 떨었다. "설마 형님이..."

"모르겠어. 하지만 최악을 대비해야 해."


민준은 홀로 앞장섰다.

절뚝거리며.

형의 행렬을 향해 걸어갔다.

100미터, 50미터, 30미터.

형 태준이 차에서 내렸다.

91세의 노인. 휠체어 없이 서 있었다. 어떻게?

뒤에 400명의 선우그룹 사람들.

민준은 두려웠다.

'형님... 저를 용서하지 않으신 건가?'

그는 땅에 엎드렸다.

절을 했다.

한 번.

일어서서 다시 걸었다.

또 엎드렸다.

두 번.

다시 일어서서 걸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째 절을 할 때.

형 태준이 소리쳤다.

"민준아!"

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태준이 달려오고 있었다.

91세의 노인이, 휠체어 없이, 달리고 있었다.

"형님!"

두 형제가 부딪쳤다.

포옹했다.

태준이 민준의 목을 껴안고 입 맞췄다.

"민준아! 내 동생아!"

민준도 형을 껴안았다.

"형님... 형님..."

두 사람은 함께 울었다.

4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랜 포옹 후, 태준이 물었다.

"민준아, 저기... 저 사람들은 누구냐?"

레이코, 리나, 일곱 자녀가 멀리 서 있었다.

"형님, 하느님께서 이 종에게 은혜로 주신 가족들입니다."

태준의 눈이 커졌다. "가족이... 그렇게 많아?"

"예. 두 아내, 일곱 자녀입니다."

"오라고 해라."

민준이 손짓했다.

먼저 두 비서(빌하, 질파)와 그들이 돌보는 아이들이 왔다.

절을 했다.

태준이 그들을 일으켰다. "일어나라. 가족인데 뭔 절이냐."

다음 레이코와 네 아들(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이 왔다.

절을 했다.

태준이 레이코를 바라봤다. "당신이 다나카 레이코 씨요?"

"예, 선배님."

"고생 많으셨소. 내 동생이 폐를 많이 끼쳤을 텐데."

"아닙니다. 민준 씨는 좋은 남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나와 요셉, 벤자민이 왔다.

절을 했다.

태준이 리나를 봤다. "당신도 민준의 아내요?"

"예... 죄송합니다. 복잡한 사정이..."

"아니오. 민준이가 행복하면 됐소."

태준은 일곱 자녀를 하나하나 바라봤다.

"민준아, 네가 이렇게 큰 가족을 일궜구나."

"예, 형님. 모두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태준이 뒤를 돌아봤다.

400명의 선우그룹 사람들.

"민준아, 저들이 누군지 아느냐?"

"아닙니다."

"저들은 모두 네 사람들이다."

"예?"

"네가 선우그룹에 있을 때 네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 네가 가르쳤던 사람들, 네가 도왔던 사람들이야."

민준은 놀랐다.

"내가 네게 화났다고 생각했지?"

"예... 400명이나 데리고 오셔서..."

태준이 웃었다. "바보야. 나는 너를 환영하러 온 거야. 이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싶어 했어."

400명이 박수를 쳤다.

"선우 부회장님!"

"회장님!"

"환영합니다!"

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형님... 저는..."

"민준아." 태준이 동생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네게 미안하다. 45년을 일본에 보내서, 질투해서, 제대로 대우하지 못해서."

"형님, 이미 용서했습니다. 10조 원도 드렸잖아요."

"알아. 하지만 돈이 다가 아니지. 나는 네 형으로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

태준이 400명을 가리켰다.

"그래서 저들을 다 데리고 왔어. '우리 선우 가문은 민준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민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형을 끌어안고 울었다.

400명도 함께 울었다.

감동의 순간 후, 태준이 물었다.

"그런데 민준아, 내가 오는 길에 엄청난 선물 행렬을 봤는데, 그게 뭐냐?"

"아... 형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선물? 또?"

"예. 소 200마리, 염소 200마리, 양 200마리..."

"뭐?! 너 미쳤니?"

"아닙니다. 형님께 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태준이 손사래를 쳤다.

"안 돼! 내 동생아, 나도 많다. 네 것은 네가 가져라!"

"형님, 제발 받아주세요."

"왜 이렇게 고집이 세!"

민준이 형의 손을 잡았다.

"형님, 제가 형님 얼굴을 보는 것이 마치 하느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뭐?"

"형님께서 저를 이렇게 기꺼이 받아주셔서, 저는... 저는 마치 하느님께 용서받은 것 같습니다."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발 이 선물을 받아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저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저는 모든 것이 넉넉합니다."

민준이 간곡히 권했다.

태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받마. 네 마음을 받겠다."

두 형제가 다시 포옹했다.

400명이 환호했다.


그날, 선우그룹 본사에서 대연회가 열렸다.

민준의 귀국 환영식.

아니, 형제 화해 축하연.

태준이 연단에 섰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제 동생 민준이가 45년 만에 진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박수.

"저는 민준에게 미안합니다. 질투로 그를 멀리 보냈고, 제대로 대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화해했습니다. 아니, 화해를 넘어 진정한 형제가 되었습니다."

태준이 민준을 불렀다.

"민준아, 이리 와라."

민준이 절뚝거리며 연단으로 올라갔다.

"여러분, 제 동생을 보십시오. 그는 절뚝거립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약함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의 강함입니다."

"그는 하느님과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태준이 민준의 어깨를 잡았다.

"이제 선우그룹은 두 기둥으로 서게 됩니다. 저와 민준이. 형과 동생. 함께."

기립박수.

민준이 마이크를 잡았다.

"형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45년을 돌고 돌아 집으로 왔습니다."

"그 여정은 힘들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성장했고, 가족을 얻었고,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형님과 진정으로 화해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님 얼굴을 보는 것이 하느님 얼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형님께서 저를 받아주실 때, 저는 하느님께 받아들여진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민준은 레이코와 리나, 일곱 자녀를 바라봤다.

"제 가족입니다. 복잡하지만,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입니다."

"형님과 저입니다. 갈등했지만, 화해로 하나 된 형제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연회장이 숙연해졌다.

"저는 모든 것이 넉넉합니다. 재산도, 가족도, 사랑도."

"하지만 가장 넉넉한 것은... 용서받았다는 확신입니다."

민준은 형을 바라봤다.

"형님, 사랑합니다."

태준이 대답했다.

"나도 사랑한다, 민준아."

형제가 포옹했다.

400명이, 아니 연회장의 모든 사람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날 밤, 민준은 평창 새벽터를 찾았다.

혼자.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그는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야곱이 에사우를 만났듯이, 저도 형님을 만났습니다."

"두려웠습니다. 400명을 보았을 때."

"하지만 그것은 심판이 아니라 환영이었습니다."

"형님 얼굴에서 당신의 얼굴을 봤습니다."

"용서를, 사랑을, 은혜를."

민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프니엘에서 당신과 씨름했고, 오늘 형님과 화해했습니다."

"제 여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진정으로 자유입니다."

"과거에서, 죄책감에서, 두려움에서."

"저는 사랑받는 자입니다."

"하느님께, 형님께, 가족에게."

바람이 불었다.

소나무가 춤췄다.

민준은 평화를 느꼈다.

완전한 평화를.

민준의 일기, 2077년 1월 15일:

"오늘,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형님을 만났습니다.

400명과 함께.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심판받으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환영이었습니다.

형님께서 달려오셨습니다.

저를 껴안으셨습니다.

입 맞추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형님의 얼굴에서.

용서를 봤습니다.

사랑을 봤습니다.

은혜를 봤습니다.

야곱이 에사우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았듯이,

저도 형님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봤습니다.

제 여정이 완성되었습니다.

타국에서 45년.

씨름의 밤.

그리고 오늘, 화해.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형님을 주셔서.

제 가족을 주셔서.

제 여정을 인도하셔서.

저는 이제 완전합니다.

아멘."

—끝—

에필로그

태준과 민준은 그 후 함께 선우그룹을 이끌었다.

태준이 명예회장, 민준이 회장.

두 형제는 매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더 이상 갈등은 없었다.

오직 사랑만.

5년 후, 태준이 세상을 떠났다.

96세였다.

장례식에서 민준이 추도사를 읽었다.

"형님은 제게 두 번 생명을 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육체적 형으로서."

"두 번째는 영적 형으로서."

"형님께서 달려와 저를 껴안으셨을 때,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용서받은 자로, 사랑받는 자로."

민준은 눈물을 닦았다.

"형님,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해주셔서."

"저에게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셔서."

"이제 편히 쉬세요."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입니다."

"그곳에서."

평창 새벽터에 마지막 돌이 세워졌다.

열세 번째 돌.

"재회의 돌"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형제의 재회

2077.1.15

나는 두려워하며 갔다.

형이 400명과 함께 온다고 해서.

하지만 그것은 심판이 아니었다.

환영이었다.

형이 달려왔다.

나를 껴안았다.

입 맞췄다.

그 순간, 나는 하느님을 만났다.

형의 얼굴에서.

"형님 얼굴을 보는 것이

하느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리였다.

용서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난다.

당신도 화해하라.

당신의 형제와.

그러면 당신도 보리라.

하느님의 얼굴을.

선우민준

'사랑받는 자'

'하느님의 얼굴을 본 자'"

그 돌은 오늘도

갈등하는 형제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두려워 말라.

먼저 다가가라.

형제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리라."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화해하고

함께 울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형제로서.

가족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월, 화, 수,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