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서당 (2)픽션

탐욕의 그림자

by seungbum lee

탐욕의 그림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논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며칠 전, 현령의 명령이 내려왔다.
세금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마을 어귀에는 관아에서 보낸 관리들이 서 있었다.



농민들은 차례로 곡식을 내놓고 있었다.
“이게 전부입니다.”
늙은 농부가 떨리는 손으로 자루를 내밀었다.
관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명령을 어길 생각이냐?”
“이것도 겨우 모은 겁니다….”
관리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짝—
마을 사람들의 숨이 멎었다.
늙은 농부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윤도현이었다.


“그만하십시오.”
관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구냐.”
“이 마을 서당의 훈장입니다.”
관리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선비가 관청 일에 간섭할 생각인가.”
윤도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관청의 일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관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놈이 감히!”
그러나 윤도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미 먹고 살기도 어렵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이 세금은 백성을 죽이는 세금입니다.”
관리의 눈빛이 번뜩였다.
“좋다.”
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 말을 관아에서도 할 수 있겠지.”
그날 저녁.
마을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윤도현은 서당 마루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마당을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의 제자 이재민이었다.
“훈장님.”
윤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소년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오늘 낮에 하신 말씀 때문에 관아에서 화가 났다고 합니다.”
윤도현은 가볍게 웃었다.
“그래 보이더구나.”
“괜찮으십니까?”
윤도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재민아.”
“예.”
“글을 배운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했느냐.”
소년은 잠시 망설였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윤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초가집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글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날 밤.
윤도현은 다시 붓을 들었다.


이번 글은 상소문이 아니었다.
그는 백성들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
굶주린 아이들의 이야기.
세금 때문에 무너진 가정.
붓은 멈추지 않았다.
등불이 흔들렸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윤도현은 중얼거렸다.
“언젠가 이 글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글이 자신의 운명을 더 큰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