妻妾爭鬪 (처첩쟁투)

처와 첩이 다투다 (2026년판)

by 이 범


고금소총(古今笑叢) 제육화(第六話) 현대소설판
원전(原典): 유몽인(柳夢寅) 『어우야담(於于野談)』
재화(再話): 홍만종(洪萬宗) 『고금소총(古今笑叢)』
현대 세태 풍자판 재창작 (2026년)


두 개의 카카오톡 알림
2026년 4월 어느 금요일 오후 세 시.
강 씨(姜氏), 본명 강민혁(姜玟赫), 나이 마흔여덟. 중견 건자재 회사 영업이사(營業理事). 키 일흔칠 센티미터, 허리 구십이 센티미터, 상사 앞에서의 표정과 아내 앞에서의 표정이 판이하게 다른 종류의 인간.


그는 지금 회사 화장실 세 번째 칸에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쥐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카카오톡 알림이 두 개 떠 있었다.
첫 번째는 저장된 이름 '수정'이었다.
두 번째는 저장된 이름 '집사람'이었다.
두 알림이 열다섯 초 간격으로 도착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민혁은 먼저 '집사람'을 열었다.



"여보, 오늘 저녁 몇 시에 들어와? 지수 학원 픽업 부탁해."
그다음 '수정'을 열었다.
"오빠, 오늘 저녁 시간 돼? 지난번 그 와인바."
강민혁은 두 메시지를 번갈아 읽었다. 두 번씩 읽었다. 세 번씩은 읽지 않았다. 세 번을 읽으면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그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화장실 천장이었다. 형광등이 깜박였다. 강민혁은 그것이 자신에 대한 신호라고 느꼈다. 물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강민혁의 아내는 정은주(鄭恩珠), 마흔여섯이었다. 결혼한 지 이십 년이었다. 딸 지수(智秀)가 중학교 삼 학년이었다. 정은주는 대형 출판사 편집장(編輯長)이었다. 매일 오전 일곱 시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원고를 읽고 저자 메일에 답장하고 퇴근 후에는 딸 지수의 학원 스케줄을 관리했다. 二十年(이십 년)을 그렇게 살았다. 강민혁이 야근이 잦아진 것이 이 년 전부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면서도 직접 묻지 않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정확히는, 물을 에너지가 없었다.


'수정'은 임수정(林秀晶), 서른다섯이었다. 강민혁 회사 협력업체의 마케팅 담당자였다. 처음 만난 것은 이 년 반 전 업무 미팅에서였다. 그녀는 강민혁을 '오빠'라고 불렀다. 강민혁은 그것이 왜 그렇게 편안하게 들렸는지 지금도 잘 몰랐다. 집에서는 아무도 그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임수정은 현재 강남구 논현동 오피스텔 이십팔 층에 살았다. 강민혁이 보증금과 월세 일부를 부담했다. 임수정도 그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어느 날 보면 그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강민혁은 결국 두 메시지에 각각 답장을 보냈다.
집사람에게: "응, 여덟 시쯤. 지수 픽업 내가 할게."


수정에게: "오늘 좀 힘들 것 같아. 다음 주에 보자."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화장실 칸을 나왔다.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봤다. 마흔여덟의 강민혁이 거울 안에 있었다. 그는 그 얼굴이 낯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늙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열 시, 사건이 시작되었다.


강민혁은 딸 지수를 픽업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정은주는 방에서 원고를 읽고 있었다. 지수는 자기 방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강민혁의 스마트폰에 인스타그램 DM 알림이 왔다.


발신자 아이디: real_grace_lim_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남편이 제 오피스텔 보증금을 내주고 있는 여자입니다. 이분과 이 년 반째 만나고 있어요. 불편하실 것 같지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증거 자료도 있습니다."
강민혁은 그 메시지를 읽고 스마트폰을 소파 쿠션 아래로 찔러 넣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일어난 것처럼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왜냐하면 그 DM이 강민혁의 아이디가 아니라 정은주의 아이디로 왔기 때문이었다.
임수정이 발신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 스마트폰 화면 상단의 메시지 검색창에서 '강'을 치면 '강민혁'이 나왔는데, 그 옆에 '강민혁 아내'라고 저장된 정은주의 아이디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임수정은 그것을 클릭했다. 실수로.


두 여자의 채팅창
밤 열 시 십오 분.
정은주가 방에서 나왔다. 원고를 내려놓고 나온 얼굴이었다. 강민혁은 텔레비전을 보는 척했다.
"여보."
"응?"
"인스타 DM 확인했어?"
강민혁은 돌아보지 않았다.
"언제? 나 오늘 별로 안 봤는데."
정은주는 조용히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강민혁 앞에 놓았다.


강민혁은 화면을 봤다. 임수정의 메시지였다.
침묵이 흘렀다. 아파트 어딘가에서 냉장고 소리가 났다. 지수의 방에서 유튜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게…"
강민혁이 말을 시작했다.
"됐어."
정은주가 짧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지는 않았다. 그냥 닫았다.


밤 열 시 삼십 분.
정은주는 방에 앉아 임수정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팔로워 이천삼백 명. 사진들이 있었다. 카페 사진, 여행 사진, 와인 사진, 강남 야경 사진. 그리고 어느 사진에는 배경으로 보이는 소파가 있었다. 정은주는 그 소파를 알았다. 논현동 어느 오피스텔에서 강민혁과 함께 구입한 소파였다. 강민혁이 '선물'이라고 했던 그것.
그녀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이십 년.
숫자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다시 들어 임수정의 DM 창을 열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메시지 잘 받았습니다. 증거 자료 주실 수 있어요?"
밤 열한 시.
임수정은 그 답장을 받고 열 분 동안 방 안을 서성였다. 그러다 마음을 굳혔다.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 열두 장, 함께 간 레스토랑 영수증 사진 네 장, 오피스텔 계좌이체 내역 여섯 장을 차례로 전송했다.


전송하면서 임수정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강민혁이 오늘 저녁 약속을 거절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거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다음 주에 보자'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임수정은 구분하는 법을 이제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전송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자신이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 상황이 자신에게도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두 여자가 직접 만나다
다음 날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정은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직접 뵐 수 있을까요. 강남역 근처 카페 어떠세요."
임수정은 그 메시지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답장했다.
"네, 괜찮습니다."
카페는 강남역 사거리 인근의 조용한 곳이었다.

정은주가 먼저 와 있었다. 아이보리색 린넨 재킷에 단정한 머리. 테이블 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있었다. 임수정이 들어서자 정은주가 먼저 봤다. 임수정이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봤다.



정은주가 먼저 말했다.
"오늘 나오셔서 감사해요."
임수정이 고개를 조금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으러 온 건 아니에요."
정은주가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을 놓았다. 임수정이 내려다봤다. 변호사 사무소 레터헤드가 붙은 서류였다. 상간녀(相姦女) 위자료 청구 예고 내용이었다.
임수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금액은 협의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협의하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네."
"이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고 계세요? 이혼하겠다고 했어요? 그쪽이랑 결혼하겠다고 했어요?"
임수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은주가 계속했다.
"저는 그게 궁금해서요. 남편이 어제 저한테 한 말이 뭔지 아세요? '그건 그냥 가볍게 만난 거야. 당신이 전부야.' 이렇게 말했어요."
임수정의 눈이 약간 달라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그쪽한테는 카톡을 보냈더라고요. '나 이제 정리할게. 미안해.'라고."
임수정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카카오톡을 열었다. 강민혁의 채팅창이었다. 그 메시지가 있었다.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읽지 않은 상태로.
임수정은 그것을 정은주에게 보여줬다.
정은주가 그것을 보고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한테도 같은 시간에 '당신만 생각하고 있어. 우리 잘 될 거야.'라고 보냈어요."
두 여자가 동시에 스마트폰 화면을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았다.
정은주 것: "당신만 생각하고 있어. 우리 잘 될 거야." — 오전 8:38
임수정 것: "나 이제 정리할게. 미안해." — 오전 8:40
두 메시지의 발신 시간은 불과 두 분 차이였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임수정이 먼저 웃었다. 피식, 하는 소리였다. 정은주도 웃었다. 피식, 하는 소리였다.
같은 종류의 웃음이었다.
"이 사람, 진짜 대단하네요."
임수정이 말했다.
"대단하죠."
정은주가 받았다.


두 사람은 그 카페에서 한 시간 더 있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나중에는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했다. 정은주는 이혼 결심을 이미 했다고 했다. 임수정은 위자료 소송을 받겠다고 했다. 금액은 변호사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헤어지면서 정은주가 말했다.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될까요."
"네."
"이 년 반 동안 좋으셨어요?"
임수정이 잠깐 생각했다.
"처음엔요. 나중엔 잘 모르겠어요."
정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처음엔 좋았어요. 이십 년 전에."
두 사람은 카페 문을 나서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강민혁의 토요일
그날 오전, 강민혁은 집에 혼자 있었다.
정은주는 "잠깐 나갔다 올게"라고 했고, 지수는 친구 집에 갔다. 강민혁은 소파에 앉아 임수정에게 보낸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나 이제 정리할게. 미안해." 읽음 표시가 없었다. 아직 확인을 안 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정은주에게 보낸 메시지도 다시 읽었다. "당신만 생각하고 있어. 우리 잘 될 거야." 정은주는 읽었으나 답장이 없었다.
강민혁은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열었다. 밑반찬이 있었다. 정은주가 어젯밤에도 만들어둔 것들이었다. 콩자반,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강민혁은 그것을 꺼내 밥을 퍼먹으면서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에서 부동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정은주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임수정에게도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강민혁은 소파에 누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주말 예능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강민혁은 그것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三週(삼 주) 뒤.
정은주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임수정 측과의 위자료 협의는 삼백만 원에 합의했다. 임수정이 제안한 금액이었다. 정은주는 더 요구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에너지를 다른 데 쓰고 싶었다.


임수정은 논현동 오피스텔을 나왔다. 새 계약은 자기 명의로 했다. 강남이 아닌 마포였다. 보증금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월세는 스스로 냈다.
강민혁은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산분할(財産分割) 협의가 시작되었다. 변호사가 말했다.
"이사님, 이 사건에서 귀책사유(歸責事由)는 전적으로 이사님 쪽에 있어서 재산분할에서 상당히 불리하실 겁니다."
강민혁이 말했다.


"재판까지 가야 하나요?"
"조정으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배우자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셔야 해요."
강민혁은 잠시 침묵했다.
"얼마나요?"
변호사가 숫자를 말했다.
강민혁은 그 숫자를 들으며 이 년 반 동안의 오피스텔 보증금과 월세와 와인과 여행의 합계를 머릿속에서 계산해봤다. 그리고 재산분할 예상액을 더했다. 그리고 위자료를 더했다. 숫자가 꽤 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가 다시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오래 찾지 않았다. 변호사가 계속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만종(洪萬宗)은 고금소총(古今笑叢)에 이 이야기를 실으며 이렇게 썼다.
妻妾爭鬪(처첩쟁투)— 처와 첩이 다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가 달라졌으니, 2026년의 처와 첩은 카카오톡으로 증거를 나누고 강남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웃었다— 같은 종류의 웃음으로. 그 웃음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는 이 이야기에서 웃음을 찾을 것이고, 모르는 자는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인 강민혁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잠이 들었으니— 그것이 아마 가장 큰 웃음이리라.

"두 여자가 만나 웃었다. 한 남자가 소파에서 잠들었다. 이것이 2026년의 妻妾爭鬪다."
(처첩쟁투 발문(跋文) 정신에서)

월,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