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평화 (12)
" 나리 어서 좌정하시지요" 지영은 상을 물리고 잠시 쉬고 있던 충헌을 향해 말을 했다.
" 그래요 부인! 오늘 신갑은 어찌하더이까?"
애정 어린 말투로 충헌은 지영에게 말을 건넸다.
" 오늘 소학을 다 마친 것 같아요. 칭찬 좀 해주세요"
하며 미소로 충헌에게 지영은 말하면서 " 들과 산을 좋아하는 아이 산에 오르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충분히 반성을 하기도 했으니 정치랑 같이 오르게 하면 되지 않나요?"
충헌은 지영의 말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악간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을 했다.
"정치 그 녀석은 산갑에게 절대 도움이 안 되는 짓만 하지 않소? 지난번 벌떼 급습을 유발한 것도 그 녀석 탓이라는 것을 부인은 잊었소?"
충헌은 백정치가 이산갑의 교육과 성장에 부정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보다는 시대가 반상의 유지를 없애고 사회가 혼란의 늪으로 흐르는 세태에 대한 불만의 표출과 안간힘으로 제도를 지켜가려는 속내와 어린 이 산같이 고이 자라기를 바라는 부성애의 마음 표출이라는 것을 지영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정의와 겸손을 핵심가치로 삼아온 고을 수령인 이충헌에게 반상의 질서가 외세의 영향으로 허물어지는 가는 세태에 실학과 성리학을 아우르는 민생 중심의 실용적 유교를 숭상해 온 이충헌으로서는 이산갑이 머슴의 아들 백정치와의 어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음이 자명하였다.
"산갑이가 산을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무너자저 가는 반상의 법도에 행여 물들지 않을까 걱정이오"
충헌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영에게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그래도 공부를 그리하였다고 하니 당신 뜻대로 하시구려"
결심한 듯 그러나 걱정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허락을 했다.
지영은 허락을 득할 것을 자신했으나 충헌의 내심을 알기에 산갑을 위한 일이라면 자신을 믿어준 츙헌의 의사에 대해 무한의 사랑을 마움 속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