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9)

민족말살정책

by seungbum lee

1930년대 들어서면서 일제의 통치 방식은 더욱 가혹해졌다. 학당 화재 사건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조선총독부에서는 새로운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영광군청 대회의실에 지역 유지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소집되었다. 아유라 형사도 참석한 가운데, 군수가 총독부의 새로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앞으로 모든 조선인은 일본식 성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회의실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이산갑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조선어 교육을 완전히 금지합니다. 조선사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일본어와 일본 역사만을 가르쳐야 합니다."
군수는 계속해서 새로운 정책들을 나열했다.
"매일 아침 황국신민서사를 암송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신사참배에 참석해야 합니다. '나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이다'로 시작하는 이 서사를 모든 국민이 외워야 합니다."
이산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서영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우리말, 우리글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정책이었다.
"교육 연한도 단축됩니다. 조선인들에게는 실업 교육 위주로만 가르칠 것입니다. 지나친 교육은 불필요합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산갑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산돌이가 마중을 나와 물었다.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산돌아... 이제 정말로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구나."
이산갑은 서영이 가르치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그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도, 자신의 말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며칠 후, 마을에는 새로운 포고문이 붙었다.
"한글 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발행 중단" "모든 조선어 출판물 금지"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전면 금지"
백정치는 이 포고문을 보며 서영의 죽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었다.
'서영이 누나... 미안합니다. 이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이때 노새를 쓸고가던 사람이 백정치를 힐긋 힐긋 쳐다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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