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끄는 행인
백정치가 마을 어귀에서 포고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노새를 끌고 지나가던 행인이 그를 힐긋힐긋 바라보았다. 중년의 사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노새를 세우고 백정치 곁으로 다가갔다.
"이보게... 백정치 아닌가?"
백정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예... 그런데 누구시죠?"
"나는 옆 마을에서 장사를 하는 김상돌이라고 하네. 자네 얼굴이 요즘 많이 어둡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김상돌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백정치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하지만 김상돌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혹시... 서영이 선생 일 때문인가?"
백정치의 몸이 움찔했다.
"마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자네가 많이 힘들어한다던데..."
김상돌의 목소리에는 묘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저는... 저는..."
백정치의 입술이 떨렸다. 며칠째 마음 속에 담아둔 고통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