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55)

예민(睿敏)의 탄생

by seungbum lee

순산이 와 계민이를 잇달아 낳은 강지윤은 또 임신했다.



강지윤: (이산갑에게) "이번엔... 딸이기를 바라요."
이산갑: (웃으며) "그렇군요. 딸이면 좋겠네요."
마을 사람들도 기대했다. 아들만 셋이나 있는데, 이번엔 딸이 나올 거라고.

여의사: "축하합니다! 딸입니다!"
이산갑: (눈을 반짝이며) "정말요?"
강지윤: (기쁨과 피로가 섞인 목소리로) "우리 딸... 우리 예민이..."
아기는 작고 약한 울음으로 세상을 맞이했다.
이산갑: (딸을 보며) "예민(睿敏)... 예리하고 민첩하다는 뜻이다."
강지윤: "좋습니다... 우리 예민이..."

예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약해 보였다.
막심이: (걱정스럽게) "마님, 이 애기가... 좀 약한 것 같은데요?"
강지윤: (아기를 안으며) "그럼 어쩌죠?"
여의사: (검진 후)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유를 잘 먹는지... 체온이 안정적인지..."

생후 2주일쯤, 작은 신호들이 나타났다.
예민: (자주 울다가) "우앙... 우앙..."
그리고 갑자기 울음을 멈추곤 했다.
강지윤: (불안해하며) "예민아? 예민이?"
이산갑: (침착하려 하지만) "괜찮을 거야. 아기들은 원래..."
하지만 둘 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예민: (자주 열이 나기 시작)
당시에는 정확한 진단 기술이 없었다. 의사도 묘연했다.
여의사: "아마도... 폐렴이거나, 아니면..."
강지윤: (떨리는 목소리로) "아니면 뭐죠?"
여의사: (말을 잇지 못하고) "...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산갑: (밤중에 딸을 보며) '이 아이가... 왜?'
이산갑: (속으로) '순산이, 계민이는 건강한데... 왜 예민이만...'
그는 무엇을 할 수 없었다. 다만 기도할 수밖에.
이산갑: (무릎을 꿇고) "제발...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

강지윤: (예민을 안고 밤새 깨어) '살아 있어... 제발... 살아 있어...'
아기의 숨소리를 세며, 가슴이 움직이는지 계속 확인했다.
강지윤: (중얼거리듯) '이 아이... 우리 딸... 예민이... 꼭... 살아야 해...'예민의 상태가 악화되었다. 모유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
여의사: (심각하게)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이 위기인 것 같습니다."
강지윤: (절망하며) "살려주세요... 제발..."
이산갑: (방 안에서) '서영아... 우리 딸을... 지켜줄래?'예민은 자주 울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점점 약해졌다.
예민: (숨 가쁜 호흡)
강지윤: (끊임없이 등을 토닥이며) "숨을 쉬어... 예민아... 숨을 쉬어..."
이산갑: (옆에서) "지윤이, 진정하세요."
강지윤: (목이 메어) "어떻게 진정합니까! 우리 딸이..."방은 조용해졌다.
너무나 조용해졌다.
강지윤: (아기를 안고) "예민? 예민이? 예민!!"
절규하는 울음.
이산갑: (옆으로 나와 부인을 안으며) "... 지윤이..."

예민의 작은 관은 불갑산 자락에 묻혔다.
이산갑: (흙을 덮으며) "우리 딸... 여기 있구나."
강지윤: (울음을 멈출 수 없음)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모여 절을 했다.

강지윤: (며칠 후, 침대에 누워)
표정이 없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몸 같았다.
이산갑: (침상 옆에서) "지윤이..."
강지윤: (목소리 없이) "우리 예민이... 어디 있을까요?"
이산갑: (말을 잇지 못함) 이산갑: (혼자 밤에) '내가... 뭘 잘못했나?'
이산갑: '혹시 내 일 때문에? 일제의 탄압, 감시... 그 때문에 딸이?'
이것은 이성적이지 않았지만, 부모의 마음은 이성적이지 않았다.
이산갑: (속으로) '서영아... 이번엔 우리 딸을 지키지 못했다.'강지윤: (막심 이에게) "왜... 우리 예민이가... 왜..."
막심이: (옆에서 울며) "마님...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이건... 마님의 탓이 아닙니다."
강지윤: (고개를 저으며) "그런데 왜... 왜 안 살렸을까요..."순산이: (엄마를 보며) "엄마... 왜 울어?"
계민: (어린이답게) "언니는... 어디 갔어?"
이산갑: (아들들을 안으며) "언니는... 다른 곳에 가 있단다."
순산이: "왜?"
이산갑: (목이 메어) "... 아버지도 모르겠다."강지윤은 차츰 회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예민을 잃은 고통이 영원히 남았다.
강지윤: (이산갑에게) "또 아이를 가져도 괜찮을까요?"
이산갑: (조심스럽게) "... 정신이 든다면..."
강지윤: "아니요. 나는... 계속하기로 결심했어요. 우리 예민이를 위해... 또 다른 아이를 낳겠습니다."

강지윤은 또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예민이보다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이산갑: (의치를 보며) "이번엔... 건강하게 자라겠지."
강지윤: (의치를 안으며) "우리 의치... 예민이를 대신해서... 잘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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