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이란 (6)

불안의 무게를 내려놓는 법

by 이 범

심리상담 스타일

Q. 왜 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괜히 다른 일로 도망칠까요?

A. 이를 ‘회피성 행동’이라고 합니다. 두려운 감정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 뇌가 즉각적인 안도감을 주는 행동으로 도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더 커집니다. 해결책은 ‘감정 인식 → 우선순위 설정 → 10분만 착수하기’라는 3단계입니다.



은주는 중요한 회사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자마자 그녀는 문득 창틀의 먼지가 보였다. “이런 건 치워야지…”
그러고는 갑자기 밀린 빨래가 떠올랐다. 이어 냉장고 속 음식 정리, 온라인 쇼핑, 메신저 답장…
하루는 정신없이 흘렀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한 줄도 진행되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자 그녀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중요한 일만 시작을 못 하지?”

그녀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조용한 방, 부드러운 음악, 따뜻한 조명이 그녀를 맞았다.
“저는 중요한 일만 앞두면 다른 사소한 일을 찾아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한참을 쓰면서 진짜 해야 할 일은 미뤄요.”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 님의 뇌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기적 안도감’을 선택하고 있어요. 이를 회피성 행동이라 하지요.”

“그러니까… 저는 일부러 도망치는 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는 건가요?”

“맞아요. 회피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감정 회피예요. 불안, 부담, 실패의 두려움 같은 감정이 문제를 만들죠.”

은주는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감정을 먼저 인식하세요. 그리고 일을 세분화해 10분만 시작하는 겁니다.”

집에 돌아온 은주는 책상 앞에 앉았다.
보고서 파일을 열기 전, 먼저 종이에 썼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완벽하지 않을까 봐 무섭다.’

그 문장을 적는 순간 마음 한쪽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녀는 상담사가 말한 대로 일의 크기를 잘게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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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핸드폰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추었다.
‘10분만 하자. 10분이면 괜찮아.’

타이머가 울렸을 때, 그녀는 이미 10분을 넘겨 25분째 작성 중이었다.
“어… 이게 되네?”



작은 시작이 그녀에게 아주 큰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며칠 후 보고서를 제출하는 날, 팀장은 말했다.
“은주 씨, 이번 자료 정말 좋았어요. 구조도 깔끔하고 내용도 명확하네요.”

그 말은 은주의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했다.
“사라질 줄 알았던 불안은 여전히 있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피해 도망치지 않아도 돼.”



그날 밤, 은주는 다이어리에 적었다.
‘용기는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불안과 함께 시작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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