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글쓰기 수업을 받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양주에서 신천까지는 지하철을 두 번 이나 갈아 타야한다.
이 나이에 무슨 글쓰기냐고 할 법도 한데 남편과 딸은 나를 응원해 주었다.
남편은 지하철 역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고 열심히 하고 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하철에 들어서 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변을 천천히 들러보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독서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래전에 본 광고 카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때 나는 노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광고였었다,
지하철 안 모든 사람 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을 때
혼자 만 독서하는 모습은 내 눈에는 생경했다.
그 앞에 서고 싶었으나 사람들에게 떠밀려 맞은편 젊은 청년 앞에 서게 됐다,
앳된 얼굴이 학생 같기도 했으나 이 시간에 학생이라면
학교에 있어야 할 텐데, 차림새로 보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대신에 책을 들고 있었음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혼자라는 감각을 지우려 스마트폰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이다
나와 남편은 서울에서 36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며 책과 함께 살아왔다,
책방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디지털의 힘에 밀려
종이책은 사라질것이라며 각종 메스컴에서 떠들어댔다.
때마침 양주에서 사회적기업을 하고있는 A가 양주로 와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면 좋을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었고,
우리 가족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었었다
코로나 직전 두 개의 서점을 정리했다.
양주로 이사와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아 보던 중.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면 나중에 큰 이익이
돌아온다며 함께 하기를 권했다.
법인사업자만 가능하다고 해서 차명으로 투자를 했다.
하지만 회사 설립 과정에서 그 믿음은 배신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우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았을 땐, 삶의 터전이었던 서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와 남편은 혹독한 댓가를 치루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힘든 과정속에서 회사를 운영 하면서 외로운 감정은
들어설 틈이 없었다.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남편과 딸은 그만 단념하자고 했다.
가족과의 갈등은 계속됐지만 물러서기엔 너무 멀리 와있었다.
내 마음속에 이는 분노의 불길은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나만 홀로 섬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고립감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직원들 급여를 대출로 해결하면서 버텼다.
컨설팅 강사님이 강의 시간에 “3년만 버티세요“
라고 말을 해줬다. 나에게는 그말은 희망의 처방전이었다.
나는 더욱더 외롭다는 말을 아꼈다.
말을 하는 순간 나의 나약함이 드러날까 싶어서였던 같다.
나의 외로움은 내가 처한 상황을 공감 해주는 이가 없다는 데서
오는 심리적 고립감이었다.
일어서기엔 너무 늦다고 포기하기도,
또 너무 이르다고 하기도 애매한 경계선에 있으면서
나는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삶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 타인의 말은 약속이 아니라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된다 는
깨달음을 얻었다
밤늦은 퇴근길, 차에서 내리면 홀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를 기다리던 외출냥이 쿠키와 마주친다.
차소리 를 듣고 달려오는 쿠키의 발자국 소리에 문득 울컥해 한다.
나도 모르게 꼬옥 끌어안으면 쿠키의 몸에서는
비릿한 밤의 냄새와 함께 외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쿠키는 우리 가족과 함께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고양이다.
“너도 외롭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이른 초저녁 주야장천 하늘을 홀로 지키던
보름달이 초승달이 되어 서쪽하늘로 넘어가고 있을 때,
달을 향한 외로움이기도 했다.
아침 밥을 먹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혹시 외로운 적 있어?” 아니 없는데“
”그래“ 큰일 났네 외로움 대하여 써오라는 숙제인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주 보고 웃었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외로움마저도
함께 느끼줄 아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