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풍경

지금 새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by 인생서점 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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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계절을 나란히 건너는 새들의 퍼득임에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담겨 있었다.

더 쓸쓸하고, 더 따뜻하게.

칼날 같은 바람이 살을 에이는 듯한 겨울의 한복판 출근길,

야트막한 산밑에서 새들의 이상한 행동에 운전 중임에도

시선이 자꾸만 그곳에 머문다

수십 마리의 새떼들이 같은 자리를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었다

한 바퀴를 돌기 바로 직전에는 새들의 은빛 날개가

햇볕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기보다 함께 있기 위해서 처럼 보였다

뒤에 바짝 뒤따라온 차들이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새들이 떼지어 날고 있는 것은 많이 봐왔지만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신호에 걸려 있을 때 잠깐 AI 프롬프트를 열고 질문을 했다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호기심이 많았나”라는 생각을 하며,

새들의 날개짓 만큼이나 빠르게 답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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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울수록 새들은 멀리 가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돈다.

“추운 겨울엔 체온이 곧 생명이다.

혼자 날면 금방 식지만,

무리를 지어 날면 공기 흐름이 달라져

열 손실이 줄어든다.”

AI가 보내 준 몇 개의 답변뒤에

“지금은 멀리 못가니까,

여기서 같이 맴돌자

더 쓸쓸하고, 더 따뜻하게 라는 문장이 덧붙여졌다

인간처럼 표현 된 그 글을 보면 나는 실없이 웃었다.

‘쓸쓸한 한’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서인지,

아니면 새들의 비행이

살아남기 위한 몸짓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모른 채,

나는 더 쓸쓸해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공감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었다.

그 마음이 글로 나오자, 쓸쓸함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서로의 체온을 만들기 위해 무리를 지어 돈다는 말처럼,

버티기 힘든 계절을 새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겨울을 건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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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이사온후

풍경처럼 보이는 새들도 사람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것을 알게 됐다

서로 협력하여 들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를 쫓기도 했다

지난봄, 집에서 키우던 외출냥이 쿠키를 데리고 밭길을 걷고 있을때였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한무리의 새들이 떼를 지어 쿠키의 주변을 빙빙 돌면 겁을 주고 있었다

돌멩이를 허공에 던졌지만 새들은 피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숫적으로 우세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

날면서도 짹짹거리는 소리가 “우리는 수가 많아” 라는 소리로 들렸다


농사를 짓는 시골 사람들에게도 새들의

사계절은 풍경이 아니라 골치덩어리다

농부는 땅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땅이 숨쉬는시기가

돌아오면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린다,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새들이 어느새 몰려와

흙속에 묻힌 씨앗들을 파헤쳐서 쪼아 먹는다.

그러다보니 몇 번씩이나 씨앗 뿌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여름에는 농부들의 땀과 자연의 광합성으로 맺은 곡식의 열매를 훔쳐먹고

가을엔 과일을 쪼아 먹어서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화가 난 농부는 공기총을 들고 나와 탕탕 소리를 내서 쫓아 버린다

겨울이 되자 그 많던 새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 하던 찰나, 길고양이 사료가 놓여져 있는 뒤뜰 급식소 앞

울타리 위에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런, 새들이 길고양이 밥을 훔쳐먹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앙증맞은 참새가 창가 나무가지에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도 귀엽다

밤에는 날개를 접고 잠을 잔다는데 자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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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사유가 깊어지고 글감이 생겨났다

의미없이 바라보던 먼산도 이제는 관찰을 하게되고 허공을 날고 있는

길 고양이들 옆에서 은근히 약올리는 새들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 동네 새임을 단박에 알아보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올려다보는 하늘에 걸려있는 달의 변화를 보며 날짜를 계산한다

손을 허공에 뻗어본다.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이 손 끝에 머문다

함께 어울려 다니며 인간과 사계절을 함께하는 새들의 퍼득거리는

날개짓에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담겨 있었다.


인간과 사계절을 나란히 건너는 새들의 퍼득임에는

살아남기 위한 더 쓸쓸하고, 더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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