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이층 세탁실에 있던 산세베리아가 반송장이 되어 내려왔다.
뿌리는 썩어 있었고, 잎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기울어 있었다.
고양이들이 흙을 파헤쳐 뿌리가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이층으로 올려보냈다.
거리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가고 있었다
이층의 세탁실은 햇빛은 약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하지만 나는 어쩔수 없이 산세베리아를 내 시야 밖으로 밀어두었다.
실패는 과한 애정에서 오고, 방치는 잠깐 손을 거두는 데서 온다.
지난 여름에는 몬스테라를 데려왔다.
이웃집 마당 한 귀퉁이,
한 여름 뙤약볕에 키 큰 몬스테라가 서 있었다.
원래는 손가락을 쫙 펼친 것처럼 넓게 벌어진 잎사귀로
공기를 끌어안고 서 있는 식물인데, 그날은 달랐다.
잎을 최대한 작게 말아 하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실내에서 자라야 할 식물이 뜨거운 태양 아래 숨을 아끼며 버티고 있었다.
나는 그날, 태양이 아니라 식물이 더 뜨거웠다
겨울이 오면 얼어 죽을 게 뻔했다.
나는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이웃에게 내가 키우겠다고 했다
내가 화분없이 몬스테라를 들고 대문을 들어서자
“엄마 이제는 동물들도 모자라 식물까지 데려오는거야”
딸은 이제는 별것 다 집안으로 들인다며 한마디를 했다
돌봄은 거창한 일이 아니며,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나는 세상을 다 구할 수는 없지만 눈에 들어온 생명만큼은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무관심 속에 놓인 생명을 보면 외면하지 못하는건
식물처럼 여린 내 마음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두 식물은 분명 나에게 살려달라고 했을 것이다.
내가 귀로 듣지 못했을 뿐, 마음으로는 이미 들었다.
산세베리아는 지금 창가에서 상처를 아물리고 있고, 몬스테라는 잎을
손바닥처럼 넓게 펼치며 거실 가득 채우고 있다
고양이들은 여전히 흙을 파헤친다.
계절은 또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