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결석계 15화

개강, 개 강해져야해~

개강이다

by 까밀

개강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개 강해져야 하는 순간이 왔다. 방학은 왜 이렇게 짧은 걸까?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은 천근만근 무겁고, 그만큼 느린데 말이다. 간단하게 세워둔 계획마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무산됐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개강을 맞이하게 되었다. 방학 시작할 때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고 싶은 게 잔뜩 있었다. 그런데 이 놈의 몸뚱이가 세상에, 봄에 그렇게 힘들었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진 것 아닌가! 하하하. 이번 방학 때 하려고 했던 건, 그래. 다음 방학으로 미루는 걸로...


아냐! 이렇게 방학을 끝낼 순 없어! 그래도 한 일이 있을 거야. 찾아내야 해.... 아, 그래. 운동을 시작했다. 숨차는 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병원 교수님의 당부에 시작했다. 방학 전에 한 피검사 수치가 나쁘기도 했고. 이러다 요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영을 제법 열심히 다녔고, 식단도 병행했는데... 방학 전보다 5kg 빠졌다. 정말 빠진 티가 내 눈에는 하나도 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래. 나 다이어트했네! (급 화색)


와... 근데 이거 말고는 진짜 한 게 없다. 돌아보면 최근 운동 간 것을 제외하고 계속 송장처럼 누워만 있었다. 욕창 안 생긴 게 다행일 정도다. 잠은 어찌나 많이 잤는지! 그 외에는 병원을 다니느라 바빴다. 잘 쉬어서 그런가? 그래도 병이 좀 차도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과 공황은 나았는지 심각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하련다. (박수갈채)


지난 학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학기도 공황과 우울에 아주 많이 시달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꼭 연주도 끝까지 다 서고 싶다. 전공실기 시험도 이번에는 꼭 봤으면 좋겠다. 시험 1년 안 봤으면 그래, 이제 볼 때도 됐지~ 부디 이번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전지전능하신 분이 날 지켜보고 계시다면 내게 용기를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학기에 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너무 울지 않기. 복학하고 지난 1년 동안 너무 많이 울었다. 등굣길에 울고, 하굣길에 울고, 음대 건물 화장실에서도 울고... 그래. 등하굣길엔 울어도 되니까 화장실에서만 안 울었으면 좋겠다. 찌질의 생활을 이제 그만 청산하여라~ 덜 울고, 더 웃자! 그래서 이번학기가 끝나고 나면 한 점의 후회도 남아있지 않기를 바란다.


복학한 지 벌써 1년. 이제 슬슬 학교에 적응한 것... 같지? 부디 내가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우고, 익히고, 공부하고! 김까밀 힘내자.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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