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눈과 귀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이 보인다. 주변을 본다면, 길가에 핀 들꽃이라던가 짹짹대는 참새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이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주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것은 '사람'이다. sns를 통해서 다른 이들의 삶을 쉽게 엿볼 수 있는 시대.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늘 생각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에 얻는 아쉬움이란 것도 있는 것 같다.
집에서 홀로 간장계란밥을 비벼먹고 있을 때 sns를 켰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는 것을 좋아하질 않나. 지인들이 업로드한 스토리에는 참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순대국밥에서부터,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라던가, 오마카세라던가. 가끔씩은 그게 부러울 때가 있다. 집에서 기름진 머리를 대충 묶고 밥이나 비벼 먹는 나와,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지인이 저절로 비교가 된다. 꼭 음식뿐만이 아니다. 각자의 생활을 올리는 곳이 sns니까, 정말 다양한 것들이 나온다. 사진 속에서 입고 있는 옷, 액세서리 같은 것. 하고 있는 취미나 몰두하고 있는 일. 여행지. 하물며 읽고 있는 책까지. 내 삶과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은 다 그렇다.
나는 사실 의식주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누리는 것들보다 값비싸고 좋아 보이는 걸 누군가 할 때 크게 부럽진 않다. 그냥 어느 순간.. 그래. 이렇게 표현해야겠다. 쪽이(!) 팔리다. 특히 내 또래들의 sns에서. 그들이 읽고 있는 책과,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는 그 성실함,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 그들과 내 삶을 대조했을 때, 나는... 제법 '쓰레기'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잠깐 내 성향을 소개해보자면.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표본과도 같은 사람이다. '미룬 이'라는 노래를 다들 아시는지?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 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딱 이 노래와 같다. 그래, 솔직히 완벽까지는 모르겠고! 그냥 나는 '어느 정도'의 수준의 결과가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 시작하기도 싫다. 사람들은 그럴 때 보통 노력을 한다. 나도 다른 사람과 비슷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노력을 뒤-지-게 안 한다. 그래, 게으른 거지. 게으른 거긴 한데! 핑계를 대보자면 그냥, 노력을 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쓰니까 참 우습다. 나 자신이!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여기에 나는 마음까지 불편하다. 이런 개-노-답(어떤 상황에서 해결 방법이 전혀 없거나 어떤 사람의 행동이 매우 변변치 않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사전)을 보았나. 음하하하! 난 게으른 놈이다. 세상아 내게 덤벼보아라. 이런 마인드로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나는 남들과 다르게 많이 아프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목감기 걸린 사람한테 노래 3시간 부르라고 할 수 없듯이. 비교하기 전에 내가 나의 한계를 쉽게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번 가는 의사 선생님께 잘 지내고 있는 거라고 칭찬을 받아도, 여전히 내 삶의 질은 의심스럽다. 의심하지 마! 받아들여...
사람의 눈은 앞을 보게 되어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런 맥락에서, 내 삶보다는 내 눈앞에 보이는 남들의 삶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확인하듯이, 나도 내 삶을 들여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좀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지. 아무렴.
이런 생각이 또 들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밥도 맛있지만, 내가 먹는 간장 계란밥도 특별하고 아주 맛있는 음식이다. 조리법도 간단하지만 맛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만든 요리니까 더 특별할 거다. 그런 걸 생각해야지. 음. 그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