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최근에 좀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로맨스에 관련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어... 왜 말을 저렇게 하지? 싶은 사람이다. 그냥 적당한 안부, 걱정으로 포장된 말인데 어딘가 말속에 가시가 숨겨져 있다. 사실 말의 진정한 뜻이라는 건 말하는 본인만이 정확히 알고 있어서, 듣는 내가 그냥 아니꼽게 들렸을 확률이 높긴 하다. 그렇지만 굳이...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 이런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 때가 있다. 그냥 누가 말을 할 때 공기 중에 흩어지듯이, 그냥 흩어지게 두면 좋을 텐데. 내 고질병이 또다시 지랄하기 시작했다.
혹시 X같이 말하는 버릇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물어보면 귀싸대기 한 대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꾹꾹 참고 혼자 생각하는 중이다. 그 사람은 분명 아~무 생각 없을 텐데 또 나 혼자서 난리 부르스를...! 그냥 A를 A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왜 언어에는 중의적 표현이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 그냥 꼽을 주고 싶으면 대놓고 꼽을 주지. 그럼 나도 얼씨구~ 맞꼽을 주든 했을 텐데. 그런데 제일 짜증 나는 게 뭔지 아시는지? 이렇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는 내가 제일 짜증 난다! 아오!
내가 짜증을 부리며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는데, 그걸 들은 엄마가 충분히 기분이 나쁠 만한 이야기라고 공감을 해줬다. 그러고 나서한 말이 이렇다. "그런데, 그 사람 말이 그렇게 중요해?" 당연히 안 중요하지! 몰라! 괜히 신경질을 부리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소라면 짜증만 부리고 별 생각 안 했을 텐데, 그날 잠들기 전에 갑자기 '그 사람이 중요한 사람인가?' 생각이 들었다.
어떨 땐 아주 둔감한 녀석 같지만, 나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떤 말을 듣든 간에 나는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그래서 폭풍우 치는 것 마냥 흔들리고 부서지는 때가 많았다. 그놈의 말, 말, 말. 어쩔 땐 영혼이 탈탈 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은 어찌어찌 흘러가고 있다.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나인데. 고작 그 말로 내 삶을 수 있겠나? 절대! 아니야! 말 따위에 쓸려갔다면 아마 난 살아있지 않을 거다. 진작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면담하러 갔겠지~
생각을 하면서 약간의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내 인생이 뒤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 내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그 사람의 고작 몇 마디! 그 무엇도 나를 깨부술 수 없음을. 물론 그 순간과 잠깐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는 그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란 걸!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던 그런 사람이란 걸. 결국 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거다.
솔직히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아무래도 많이 아프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일을 글로 쓰며 그때의 깨달음을 내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분들도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는다면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당신은 그 말 한마디로 무너지지 않을, 굳건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 모두 기억하고 덜 상처받는 나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