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결석계 17화

눈을 감은 후엔 뜨지 않기를

제발요

by 까밀

목요일 밤에 상태가 이상해지더니... 금요일 낮부터 어떤 정신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꽤 잘 지냈다가, 몸이 아파서 그런 건지 다시 마음 상태가 고장이 났다. 산책을 하다가 엄마를 먼저 보내고, 공원에서 숨죽여 울었다. 비공개 sns 계정에 또 배설하듯 감정을 토해냈다. 왜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이런 순간이 크게 오는 건지….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한데. 왜 어려운 순간들은 올 때마다 늘 새롭게 느껴지고, 행복한 순간들은 늘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매일 꼬박꼬박 학교에 가는 것이 나름 기특했다. 이번 금요일만 아니면 9월에는 평일 모두에 학교를 간 셈이다. 재작년과 작년의 나를 생각한다면, 이거 아주 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들도 꽤 놀라워했다. 먹는 약이 센 편이라, 아침에 누군가가 면상에 물대포를 쏘는 것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못했던 나. 이젠 스스로 일어난다. 여전히 대중교통은 잘 못 타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버스를 탄다.... 어? 이렇게 보니 많이 달라졌네. 이열.


한동안은 제법 사람답게 살다가, 시련이 오니까, 아.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많이 아픈 사람이었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뭘 얼마나 멀쩡하게 살았다고 그걸 잊고 살았는지. 정상이었을 땐 어땠더라? 생각도 안나는 시절, 우울해도 괜찮았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너무 오래 아팠던 모양이다.


아프고 나서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응석받이처럼 굴었다. 이상하게도,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기는 더 어렵더라.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한 무더기인데, 너무 어렵다. 그 왜, 있잖나.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 특징이, 꼴랑 이모티콘 하나 보냈다고 그걸 플러팅이라고 생각하는 거, 그거. 내가 사람 관계에서 딱 그런 것 같다. 나는 나름 다가간다고 해도, 그 사람 입장에선 '이게 다가온 거냐' 싶을 거다. 아오. 중학생 때는 살면서 처음 본 외국인한테도 "웰컴 투 코리아!!"를 외치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좀 돌아오너라.


나는 염세주의자다. 그런데 참 어이가 없는 점이,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사람 좋아! 사랑 좋아! 사랑을 주세요! 이건 뭐 하트 강탈하는 슈가슈가 룬의 쇼콜라도 아니고... (다음 생엔 반드시 팜므파탈 초미녀 마녀로 태어나겠다) (이렇게 보니... 내가 크림이(반려견)와 다른 게 뭐가 있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무-진장 많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다. 밴드 동아리를 1순위로 원했는데, 내 노래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겠더라. 그다음에 생각한 게 오케스트라 동아리였는데... 일단 몸살감기가 심하게 와서 면접을 못 갔고... 그리고 거기서 사람 못 사귈까 봐 무서웠다!!!!!!!!!!!!............ 나는 몸은 물론 마음의 병도 있고... 제정신이 아니고... 그다지 성실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못 생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오... 아오.... 진짜 별 생각을 다 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후배님한테 용기 내서 동아리 어떤지 물어봤는데...... 나는 진짜 구제 불능이야..........


다시 평일이 다가온다. 몸 상태도 안 좋고, 학교 가서 수업 들으면 진짜 공황 와서 토할 것 같은데... 약간 뭐라고 해야 되나. 나는 사방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학교에서는...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이 막... 들고... 그냥 마음 둘 데가 없는 전쟁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난 그렇게 잘난 사람도 아니고, 실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모가 예쁜 것도 아니고. 성실하지도 않고.... 그냥 다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남의 생각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요............ 진짜 눈물 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


그냥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나를 싫어하지 말아 줘... TT. 부탁할게... 인사하면 받아줘... 그냥 모지라지만 착한 언니, 누나라고 생각해 줘....★ 아 진짜 모르겠다. 그냥 죽고 싶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6화나는 생각보다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