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그동안 막연히 고민만 했던 요가 지도자 과정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24년 상반기 나의 큰 방어막이 되어 주었던 요가.
지도자 과정 수업을 들으며 티칭 연습도 하고 아사나 연습도 하고,
그동안(취업 이후) 남들 앞에 나서서 무언 갈 해본 적 없던 나의 생활에 새로운 도전들을 가져다주었다.
그 속에서 변화된 내 모습도 만나고, 이전의 내 모습도 떠올려보고 알게 모르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도자 교육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요가를 이어갔다. 그러다 살짝 어깨를 다쳤다. 플라잉 요가 좀 열심히 따라 해 보겠다고 낑낑대며 냅다 해먹을 당겼는데, 등 힘이 없어 어깨로 당겼다보다. 신경이 놀란 것 인지 근육이 놀란 것인지. 통증이 있기에 잠시 요가를 쉬었다.
그전엔 몰랐는데, 그냥 꾸준히 요가 가서 사바아사나를 하고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고 심신의 평화를 찾아 꿀잠 자고 뭐, 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요가는 나의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병이 났다. 온갖 부정 에너지가 해소되지 못하고 내 안에서 나를 갉아먹었다.
회사 이외의 집중할 무언가를 찾지 못해서, 회사에서는 물론 퇴근을 하고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에 같이 일하던 못된 상사의 영향이 아주 많이 컸지.. 버티고 버티다가 9월엔 도저히 이러다 내가 죽겠다. 는 생각에 병가를 냈다. 인생의 첫 병가... 병가 내는 것부터 너무 무섭더라.
지름길은커녕, 돌아가는 길 아니 어쩌면 길이 없는 곳으로 이탈해 버리는 것일 지도 몰라-라는 두려움.
그렇게 그 시기에 그냥 나를 돌아보았다.
상사의 괴롭힘, 회사의 상황, 회사에서의 내 모습, 그런 것들을 돌아보았다.
우리 모두 가슴 한구석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다니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이직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어 채용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없다. 회사 생활을 5년이나 했는데,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나의 직무가 일반적인 곳은 아니기에 애초에 선택지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허무하다. 부질없다.
5년을 근무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10년을 근무하면 달라질까? 아닐 것 같아. 똑같은 아니,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5년을 사회에서 일을 했는데, 5년의 경력단절녀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정말 우울하더라.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심하게 들었다.
싫다.. 를 넘어서 그냥 무기력하다. 공허하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요가 지도자 과정을 통해 채웠던, "나도 할 수 있어!" 긍정의 힘도 사라져 버렸다.
수업을 하는 내 모습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고 싶지도 않았다. 못 하겠다.
시작도 전에 잘 못 될 상상부터 하고 있는 내 모습.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도 한심하고 싫고, 그 감정을 뛰어넘어 그냥 다 피하고만 싶었다.
그렇게 10월 한 달. 그냥 욕심 내지 말고 요가나 가자.
맨날 가던 그 길을 걸어서 1시간 수련만 하고 오자. 꾸준히 가기만 하자..
그 10월 동안 요가 지도자 4 기분들은 시험을 쳤고, 합격을 하셨다.
자격증 검정을 앞두고 4기 ms선생님의 모의수업에 함께하여 선생님의 큐잉에 맞추어 수련도 했다.
처음에는 떨리고 긴장하시던 선생님, 그 마음 저도 잘 압니다!!
그 후, 시험에 딱! 합격하시고 바로 일도 구하시고, 몇 번이나 이어서 모의수업들을 함께 했다.
할 때마다 달라지시는 선생님의 모습. 멋있다. 선생님의 변화를 보고 있으니 내 안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난다. 멀리만 보이던 "요가 지도자"의 길이 마치 나도 할 수 있다는 듯이 조금은 가까이 다가온다.
ms선생님께서는 거의 8년 정도 요가 수련을 이어오시다가 고민 끝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진행하셨는데
결혼을 하시고 일을 그만두시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시면서 지내며 취미로, 그저 요가가 좋아서(다른 이유도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계속 요가를 해오셨다고 하셨다. 이번 지도자 과정 이후에 바로 취업도 하시고, 육아와 요가수업을 동시에 이어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정이 오갔다.
마치 내가 선생님이랑 같은 몸이 된 것 같이.....
5년간 회사 생활 하며 경력단절녀가 된 것 같이 느껴졌던 나...
나도 선생님처럼 요가로 두 번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괜히 더 응원하고 싶고, 마치 내가 요가원 취업이 된 것 마냥 너무 기쁘다.
요가원 오전반 수련을 가면서,
선생님 덕분에 다른 도반님들과도 인사도 하고, 점심도 먹고, 즐거운 야외요가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동안 회사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던 나의 생활에 또 한쪽의 문이 열린 듯하다.
오전 수업을 가면 항상 인사도 먼저 해주시고, 점심식사 초대도 해주시고, 나도 조금 더 살갑게 인사하고 반응하고 싶은데, 낯가림이 심해 항상 무뚝뚝하게 보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살가운 모습, 주변을 잘 챙겨주시는 모습. 따스함에 위로받습니다.
혼자서만 요가원 가고, 혼자서 운동 다녔는데,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나도 뭔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수련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