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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누워있으면 뭐 어때!

by 아무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



걱정하는 목소리로 칼처럼 찌르는 날카로운 말

등 뒤에 칼을 숨긴 강도처럼, 너를 위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이미 몇 번이고 찔렀다.


잊고 싶었던,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던, 묻어두고 싶었던 10년 전 이야기가 불쑥 찾아온다.

나 스스로도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걸고넘어질 거야? 이제 너무 지겹지 않니?. 그때가 언제인데.."라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그래. 이제 그만해야지.. 미련은 없어.

10년 전 시절을 떠올리며 후회만 하고 있어 봤자 나에게 남는 건 없고,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살 사람은 살아야지. 나의 남은 인생도 챙겨가야지.. 하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살아왔다.

정말. 생각 하나도 안 했다. 그런데 왜 자꾸 요즘에 불쑥 찾아오는 거니..


내 인생에 첫 번째 좌절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울했던 것 같아..라고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땐 그냥 무(無)의 상태였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보이지 않는, 검은색의 상태. 내 기분도 감정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

눈앞에 그냥 검은색만 보이던 시절.


인생 다 망한 것 같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어두움 속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죽고 싶다.. 는 아닌데 그냥 내가 없는 것 같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부질없다. 알 게 뭐야. 해봤자 뭐 없네..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누워만 있던 나에게 들린 말

"언제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 그리고 나에게 와서 내 몸을 잡고 흔들었다.

나도 모르겠어. 나도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나한테 어쩌란 말이야!! 이렇게 누워만 있게 만든 게 누군데 나에게 왜 그러는지.

원망과 미움이 흘러넘쳤지만, 그 와중에도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동시에 드는 정신 나간 내 마음.


그렇게 그 시절의 내 마음속에 충격으로 남은 그 상황들이 지금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거 같아.

어렴풋이 느껴지고 확신해 왔지만, 오늘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결국 거기서부터 풀어야 하는 건가.. 싶다.


99%의 결심과 1% 행동만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1% 어쩌면 0.00001% 이 작은 퍼센트의 망설임이..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모르겠지. 그 사람은.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너는 현실을 몰라' 조금씩 스며들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번엔 그냥 묻어만 두지 않을 거다. 어떻게든 잘 흘려보내는 연습을 할 거야.

사바아사나 하듯 호흡하며 생각을 흘려보내듯, 나의 상처 트라우마들을 흘려보낼 거야.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서 다시 또 이런 우울의 기간이 찾아오지 않도록, 꾹꾹 참아 또다시 터지지 않도록 잘.. 흘려보낼 것이다. 방법을 모르겠지만, 선생님이랑 같이 잘 이겨내 볼 거다.

똑같은 지옥을 반복하고 싶지 않고, 그러기엔 내 남은 삶이 너무 안타깝고 아까우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라는 말에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좀 누워있으면 뭐 어때! 인생 한 해 두 해 사는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초등학고 6년, 중-고 6년, 대학 4년을 쉴 틈 없이 공부하고 다녀오며 살아왔는데

좀, 누워있으면 어때. 앞으로 남은 인생 잘 살아가보려면 잘 쉴 줄도 알아야지!



"현실을 몰라"


"현실을 모르는 건 당신이야. 그때랑 지금이 얼마나 다른데, 사람들 모두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건 아니야! 각자의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지. 내가 아는 현실을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거지. 본인이 생각하는 현실을 나에게 강요하지 마!"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하든

회사를 계속 다니든 내 마음이 편안한 쪽을 선택하면 되는데

어딜 선택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의 내 모습이 불쌍하고 안쓰럽다.

이 작은 1%의 문제를 마주하고 잘 흘려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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