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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계

by 아무


오후 1시, 직장인들의 오후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

나도 얼마전까진 오후 1시만 되면 회사로 돌아가는 공노비였다.

휴가 2일째,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이제 더이상 회사를 가지 않는다.


오후 1시, 카페에서 나와 햇살을 맞으며 집으로 간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 겨울의 햇살이 이렇게 따뜻한 거 였구나.

회사로 가득한 길거리에는 이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다들 오후 근무 중일테니까.


지난 주 금요일, 이 회사 마지막 출근날. 나의 첫 회사 였다.

이곳에서 만난 동기들. 그들과 힘든일 즐거운일 재밌던 일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며 지내왔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며 초-중-고-대-취업, 월요일부터 금요일 평일 5일, 토요일 일요일 주말 2일, 9 to 6 의 시간

세상이 정해 놓은 큰 규칙 속에 살아왔는데, 한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세상이 굴러가는 큰 톱니바퀴의 한 구성원으로 지금까지 돌돌 돌아왔던것 같은데...

왠지 그 톱니바퀴에서 튕겨져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회사에 들어와 동기로 만나고, 회사의 목표를 위해 같이 노력하고,

뭔가 하나의 구성요소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던 것 같은데,

이제 완전히 가는 방향이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반대편을 향해 바라보는 느낌.


뭔가 조금 쓸쓸하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기대감도 든다.


누군가가 정하지 않은, 세상이 정하지 않은 시계, 나의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삶.

긴 인생속에 한번 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오후1시, 겨울의 햇살도 이렇게나 따뜻한 이 시간.

회사에 있었으면 영원히 몰랐을 오후 1시의 햇살.

이 순간 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그저 좋다. 햇살이 따뜻하다. 그뿐이다.


틀에 박힌거 싫어! 구속되는거 싫어! 자유롭고 싶어!! 얽매이기 싫어! 하면서도

겁이 많고 두려움도 많고, 걱정과 생각이 많아 결국은 안정을 찾아 망설이는 나였다.

그러면서도 그 환경이 싫어 또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나였다.


어쩌면 이렇게 "나"가 주체가 되어 일단 부딛혀보는,

나의 시계에 맞춰 사는 시간이 너무나도 필요했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은 이렇게 산데. 누구는 얼마를 벌었데~, 누구는 벌써 승진을 햇데~!

타인의 시계, 세상의 시계에 맞춰 살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며 나만의 시계에 맞춰 사는 삶

요가에서 무리하지 마라, 내 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조급하지말고 호흡을 하며 기다려라..

요가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어쩌면 나의 시계에 맞춰 살아가고 싶었던 내 마음을

요가가 알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을 이제야 깨닳았기 때문이 아닐까?

참된 "나" 그자체에 집중하는 요가처럼 나도 세상의 시계가 아니고 나의 시계! 내 시계에 맞춰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꺼다.


세상의 시간에 살짝 벗어난 사람이 되는 것, 그거 그렇게 무서워 할 일 아니야.

각자의 길을 찾으면 되는 거야. 오늘 오후 1시,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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