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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Nov 18. 2022

실수(實數)와 실수(失手)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실패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 할수록 우리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개 숙임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일, 실패를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나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니 나의 실수, 실패 또는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래도 괜찮다. 순간의 잘못과 실수는 내 삶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지 못한다. 우리 삶은 그 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실패한 에피소드가 결코 우리 삶 전체를 좌우하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 해주자. 그리고 나의 실수나 실패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끼쳤다면 반드시, 최대한 빠르게 사과하자. 나 자신에게도 사과하자. 아쉽지만. 이번에는 실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잘 못을 저질렀지만.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지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신념, 평화, 합리, 질서, 유리수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실패, 균열, 비합리, 혼돈, 무리수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자. 혹시 내 안의 외침이 피타고라스의 고집, 외면, 비겁, 나태, 무지, 오만은 아닐지. 혹여 그렇다면 히파소스의 인정, 직시, 용기, 성실, 배움, 겸손으로 되돌리자. 유리수도 무리수도 우리 삶 곳곳에 있는 수(數)일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를 대하는 태도다. 나의 실수를 받아들이겠다는 결단이다. 용기가 실제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지금 어떻게 행동할지의 결단이 필요하다.


 밑에 나오는 인용구절은 철학 박사이자 작가인 허유선 님의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에 나온 내용이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고민하던 와 중 이보다 용기에 대해 잘 이야기한 것이 있을까 하여 가져 왔다. 작가님의 글에 나의 표현을 한 두 마디만 보태어 정리해 보았다.


 우리 인생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의 심장이 만들어낸 결심을 바탕으로 자신을 자기 인생에 스스로를 던질 때. 자기 인생에 직접 참여할 때 우리 삶의 주인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참여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외면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용기다.
 우리를 슬프고 무기력하게 하는 것은 용감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내 마음의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는 자세. 잘 모르겠고, 그냥 넘어가고 싶은 마음을 제쳐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이 솟는 마음. 마음속에 안개가 끼어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마음의 거리낌에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의지. 나의 의문을 외면하지 않고, 나를 방치하지 않으려는 태도. 나 스스로를 상대하는 힘 우리는 이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거리낌을 만났고, 이를 진실하게 대하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활성화된다. 단 한 번 용기가 활성화되었다고 모든 것이 잘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비겁하다 느껴지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거기서 용기는 시작된다. 용기는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용기는 새로운 도전에만 필요한 가치가 아니다. 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해 필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나의 잘못과 실수를 직시하고, 용기를 내어 이를 더 살펴보면서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실패가 더 큰 실패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혹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커지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가치는 용기다.


 최후의 최후까지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없다. 그러니 실수로 인해 떨고 있는 나에게, 실패를 외면하고 비겁해 질지 모르는 나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하자. 괜찮다고. 그렇게 용기를 내어 나의 실수를 직시하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의 오만을 겸손으로 되돌리자. 중요한 것은 진실과 용기다. 도망가지 않으려는 태도, 당당히 맞서려는 자세, 엄중한 꾸중을 받아들일 자세로 거울 속의 나에게 먼저 악수를 내밀자.


 소크라테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을 마주한다면 우리의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용기는 전쟁터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거나 어떠한 위협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등.  용기는 우리 삶에서의 다양한 형태로 필요하다.”
 - 플라톤 『대화, 라케스: 용기에 관하여』 -


참고 자료:

1. 허유선,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 더퀘스트,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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