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는 것

by 위하는 마음

아기코끼리는 주말마다 산책을 가자고 졸라댄다.
“자기야~ 오늘도 걷자~ 날씨 진짜 좋아~”

아기고양이는 정리를 마치고 나가고 싶다.
“일단 세탁기 돌리고, 이거 접고, 청소기만 돌리고…”

나는 속으로 외친다.
‘주말인데, 그냥 바로 나가면 안 되나?’

하지만 아기고양이의 표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외출하면 하루 종일 불편하다고 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기다리기로 한다.
책을 읽거나, 폰을 만지며.
처음엔 조금 서운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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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아기코끼리는 빠르게, 아기고양이는 차분하게. 나는 계획하고, 아기고양이는 흐름을 따르고.

예전에는 그 다름이 속상했다. 왜 나만 기다려야 할까?
왜 지금 나가자고 하는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은 걸까?

그런데 점점 보인다. 아기고양이는 ‘내가 불편하지 않게’ 모든 걸 정리해두고 나오는 것이다. 그게 이 사람의 배려 방식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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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는 나의 깨방정도 좋아한다. 갑자기 막춤을 춰도, 노래를 불러도, 웃으며 말한다. “아기코끼리는 진짜 귀여워. 난 자기 그런 거 너무 좋아.”

나는 그 말이 참 좋다.
내가 나일 수 있다는 느낌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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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서 서로를 위해 작은 것들을 한다. 나는 “주말엔 무조건 걷기”를 고집하고, 아기고양이는 그 전에 스타일러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냉장고를 정리해둔다.

같이 나가면 걷는 속도도 다르다.
나는 빠르게 걷고, 아기고양이는 그런 나에게 맞춰 따라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같이 멈춘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눠 먹는다.

그 순간이 좋다.
우리는 같은 리듬은 아니지만, 같은 멈춤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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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함께 걷는 것 같지만, 사실은 따로 걷다가 자주 멈추는 일이다. 한 사람이 빨리 가도,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도, 결국은 같이 쉬고, 같이 웃고, 같이 걷는다.

우리의 리듬은 다르지만, 그 리듬을 서로가 이해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결혼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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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걷고 싶고,
아기고양이는 정리를 마치고 나가고 싶다. 그 다름은 여전하지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저녁을 먹고,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기다려도 괜찮다. 아기고양이의 템포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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