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다

by 위하는 마음

아기고양이는 감각이 뛰어나다.
요리에 감이 좋고, 인테리어도, 선물도 감으로 잘 고른다.
난 그게 늘 부럽다.

아기코끼리는 계획이 빠르고 정리가 특기다.
리포트는 빠르고, 정보는 정확하고, 엑셀은 예술이다.
아기고양이는 그게 신기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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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다르다.”
자주 하는 말이다. “근데 그래서 좋은 거 같아.”
자주 덧붙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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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이 부족한 사람이다.
무언가를 고르거나 느끼거나 판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기고양이는 빠르다.
“이건 좀 별로야.”
“자기한테는 이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그 말이 항상 맞는다.
그게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의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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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집들이 선물로 진공포장기를 부탁했다.
“이거, 고기 보관할 때 너무 좋잖아!”

나는 웃었다.
누가 그런 선물을 청하나 싶었지만,
막상 받아보니 너무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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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은 내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아기고양이가 에스까르고를 만들었다.
집에서 에스까르고 요리를 하다니,
그것도 너무 맛있게.

“자기 덕분에 친구들이 진짜 감동받았어.”
내가 말하자, 아기고양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맛은 성의야. 정성은 맛으로 보여야지.”

그 말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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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고 분석한다.
아기고양이는 감으로 방향을 잡고,
나는 그걸 구체화한다.

아기고양이는 말로 사람을 위로하고,
나는 글로 정리해서 마음을 전달한다.

아기고양이는 감정을 빨리 표현한다.
나는 속으로 오래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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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라도, 서로의 부족한 걸 채워준다.
나는 아기고양이 덕분에 감각이 자란다.
아기고양이는 나 덕분에 구조를 배운다.

“자기랑 있으면 내가 좀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야.”
아기고양이가 말했다.

“나도 자기 덕분에 좀 더 부드러워졌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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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다.
그래서 더 재밌고, 그래서 더 기대된다. 내가 못하는 걸 아기고양이는 잘하고,
아기고양이가 서툰 걸 나는 잘한다.

우리의 조합은 이상하게 균형이 맞는다.
그리고 그 조화는, 하루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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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닮아가는 일이 아니라,
다름을 껴안는 연습이다.

우리는 그 연습을 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같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웃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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