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쓰다...

취준생 시절을 돌아보며_ep.05

by 석현

'베트남 파견'은 해프닝으로 맥없이 끝났고...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문득 예전의 나를 되돌아본다.


"취준생"


2009년 10월, 3년 만기 중위로 전역하고서, 연락이 온 곳은 '보험사' 뿐이었다.

그렇게 혹독한 현실을 맞이하며 시작한 2010년 사회생활,

그리고 9급 공무원을 위한 노량진학원 등록.


김포에서 매일 새벽 버스와 전철을 타고 나와 시작했던 나의 스물아홉.

빽빽한 책상, 작은 의자소리에도 민감한 주변 공시생들,

그리고 휴식시간에 나와서는 창밖에 보이는 63 빌딩과 화려한 주상복합아파트,

철교 위를 지나는 바쁜 전철의 풍경..

모든 순간이 잔인하고 막막했다.


군 생활 말년에 나를 만나, 외국계 기업을 바쁘게 다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는 또 무슨 죄인가...

공시생 남친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를 하기엔.. 그녀 역시 쉬운 상황은 아니었을 테지.


세무공무원 국가직/지방직 시험을 모두 떨어졌을 때..

'그래 이제 1년도 안 했는데, 더 해봐야지' 하는 마음과,

'몇 십만 원 학원등록비를 주고서,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1년을 더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얽히고 싸웠던 2010년의 여름.


공부에만 매달려도 시원찮을 마당이고,

이런 공시생 남친을 만나는 그녀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게 맞나 싶었다.

왜 나를 만나는지 내가 너무 밉지는 않은지... 짜증을 되려 내가 내면 안 되는데...

푸념 섞인 어투로 그녀에게 그렇게 투덜댔다.

"나는 석현 씨의 지금보다 미래를 보고 만나는 거예요."


그녀의 한마디에 나는 공시생을 접고 취업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자격증 공부, 컴터 공부...

그렇게 빡세게 3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

감사히 11월 첫 직장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응원의 한마디.

작은 응원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거다.


1년의 취준생은 참으로 혹독했지만 (물론 누군가에겐 짧은 기간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옆에 조력자가 있다는 것, 힘이 되는 가족이든..

누군가가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 당시 여자친구는,

지금은 비록, 가장 무서운 아내가 되어 있지만...ㅎ


그래도 행복하고 감사한 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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