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엎드려 자는 아이들 (2)
소외와 무관심, 공황장애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진로수업을 할 때다
첫 수업은 오지도 않더니
두 번째 시간에는 오자마자 엎드려있는 남학생이 있었다.
대체로 수업 초반 1~2회는 분위기가 풀어지기 전이라 아이들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앞을 본다.
그러다 어느 틈엔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천방지축 오합지졸이 돼버려서
내 입장에서는 초반에 집중력을 끌어내 수업 분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문제가 뭘까?
아직 아무것도 안 했으니 흥미가 떨어질리는 없기에 '이 아이는 애초에 관심 없는 반을 온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일전에 사춘기 딸에게 이걸 물어본 적이 있다.
'중학생이랑 공감하려면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그러자 너무나 가슴 아픈 대답을 한다
'니들도 왜 사나 싶지?'라고 해.
그런데 중학교 수업 중에 진짜로
'왜 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하고 물으니
절반이 끄덕거려 너무 놀랐었다.
그래서 나는 삐딱하고 딴짓하는 아이에게 유독 마음이 쓰인다.
자는지 아픈 건지 친구가 엎어져 있어도
깨우거나 관심을 주고 물어보지 않는 것이
아이들은 이미 이 모습이 익숙한 모양이다.
이럴 땐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아이가 잠깐 고개를 든 틈에 얼른 모든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줬다.
마이쮸 이벤트~ 복불복 당첨 게임이다
확률에 기인한 게임이지만 마이쥬 하나로 다들 귀엽게 눈빛이 반짝거린다.
이때 얼른 4인 1조로 팀을 만들었다.
상황을 조금 지켜보니 점차 고개를 들고 친구들을 보는대도 아무도 이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재밌어 보이니 관심을 가진 듯한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게 보였다.
팀끼리 상의하라는 미션에도 투영 인간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누구라도 말을 걸어주면 좋을 텐데 함께라는
배려가 없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다른 이의 감정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상처도 쉽게 주고 자기도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의 멘털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예전엔 유리 멘털이라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
손만 대면 바사삭 부서지는 과자
'쿠크다스 멘털'이라고 한다고 한다.
배려가 없는 아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결국 자기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것은 누가 알려줬을까?
내가 소외되는 게 아니라면
남의 소외는 관심이 없는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나아질까?
나는 우선 이 아이가 내 수업은 교과수업도 아니니 스트레스 없이
여기만큼은 마음 편하게 오게 하고 싶었다.
리더십이 있는 아이와 조를 짜주고
웃긴 아이의 옆에 앉히고
뭔가 아이디어를 내면 무조건 반응해 주었다.
경험상 이건 선생이 먼저 관심을 꾸준히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장점 찾기 보드게임인데 결과가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다.
한 학기의 수업 동안
여전히 말수는 적지만 점점 고개를 들고 참여를 하는 것을 보니 참 기특했다.
수업을 어느 정도 하다 담임선생님께 들었는데
이 아이는 공황장애였다.
그래서 수업시간도 종종 빠지고
이를 학교에서도 이해하고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수업에서 웃고 참여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은
나와 함께 아이의 변화를 기뻐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건
병원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다.
어렵지도 않고
그저 친절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이라면 나일 수도 있고
부모라면 내 아이의 이야기 일수도 있다.
아이들이 사회문제에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여전히 고민이 많은 나도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