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실천, 큰 울림

함께하는 순간이 주는 행복

by 천강

아이는 공부를 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중간중간 바람도 쐬고, 헌혈도 다녀온다.

이번에 확인해 보니 벌써 네 번째 헌혈을 했더라.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자라,

현혈을 하며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대견했다.

헌혈을 하고 나면 작은 상품권을 받는데, 그 상품권마저 기부를 한다고 했다. 연말정산을 정리하다 보니 아이 이름으로 기부한 금액이 21,000원이 찍혀 있어서 물어보니, 그동안 받은 상품권을 기부한 거라고 한다. 순간 마음이 찡했다. 기부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아이가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헌혈 후에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며, 족발을 사 왔다. 집에 오기 전 전화가 와서 "엄마, 오늘 저녁 준비하지 마! 족발 사 갈게!"라고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헌혈하고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를 생각해 저녁 걱정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더 고맙고 기특했다.

나는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학원을 보내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공부와 성적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과 태도가 아닐까 싶다. 내가 해주지 못한 것들보다,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더 값지다는 걸 깨닫는다.

헌혈을 하고, 기부를 하고, 엄마를 위해 배려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의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언젠가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따뜻한 마음은 변치 않길 바랐다. 아이가 헌혈을 하면서 느낀 것들, 기부를 하며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란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행동을 통해 부모인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이가 세상을 배워가듯, 나도 부모로서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라는 걸 실감한다.

이날 저녁은 단순히 족발을 먹는 식사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는 둘러앉아 아이가 헌혈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기부를 하게 된 계기 등을 나누며 웃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엄마, 나중에도 계속 헌혈할 거야. 내 피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잖아"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런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아이가 이런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더욱 단단해져야겠다고 다짐한다. 때때로 불안하고 흔들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우리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런 순간들을 더 많이,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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