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선택, 그리고 성장

아이의 자퇴 후, 우리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by 천강

우리 아이는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 후 몇 달 만에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아침마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처음엔 단순한 스트레스겠거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엄마, 학교에 가기만 하면 너무 힘들어."

처음엔 아이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점점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쳐가는 모습이 보였다. 노력하면 나아질 거라며 다독였지만, 아이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사실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가야금을 배웠다.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고, 나름대로 열정을 쏟았던 활동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말쯤, 아이는 더 이상 가야금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냥 흥미가 사라졌다고만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어쩌면 가야금을 그만두면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기에 공부에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와 깊이 대화를 나눠보니, 단순한 스트레스 문제가 아니었다. 시험이 끝나면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버거운 전쟁 같았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을 버텼지만, 결국 아이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자퇴하고 싶어. 검정고시 볼게."

처음엔 반대했다. 힘들어도 버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걸 보고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자퇴를 결정했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 생활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걱정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좀 더 자유롭게 자기 속도로 공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검정고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었고,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다시 대학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는 다시 입시라는 벽 앞에 서게 되었다. 재수를 선택한 지금, 또 한 번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재수를 결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학원에 다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학원비 많이 들잖아. 나 학원 안 다녀도 될 것 같아. 부담 주기 싫어."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스스로 공부하는 길을 택했다.

지금 아이는 매일 아침 내 출근 시간에 맞춰 같이 집을 나선다. 내가 회사에 가는 동안 아이는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한다. 하루 종일 집중해서 공부한 뒤,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차 안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어떤 과목을 공부했는지, 힘든 건 없는지, 가끔은 웃긴 이야기로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엄마,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이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학원을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아이가 대견하고, 고맙다.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아이를 보며, 이 선택이 정답이든 아니든 끝까지 응원하고 함께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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