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할머니는 담배를 끊어보겠다고 다짐하셨지만, 결국 몇 차례 병원을 들락날락하셨다.
나는 학교생활에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했고, 명절이나 몇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뵙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명절만큼은 꼭 할머니 옆에서 함께 잤다. 할머니의 익숙한 냄새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대학교에 가지 않고 곧바로 취직을 했다.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첫 월급을 받던 날, 나는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골랐다. 겨울 내복 한 벌을 사서 할머니 댁으로 찾아갔다.
"우리 토깽이 같은 애기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내복을 사 오는 걸 다 보네."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할머니, 더 필요한 건 없어?"
"나야 뭐, 담배 한 보루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정말 할머니, 못 말린다니까."
할머니는 늘 돈이 부족했다. 경제활동 없이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살아오셨으니, 담배 한 갑 사는 일도 쉽지 않으셨다. 자식들 중 누구 하나 담배를 챙겨 드릴 리도 없었다.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주는 사람은, 그 자체로 좋은 사람이었다.
"할머니, 그럼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드릴게. 이걸 마지막으로 끊어야 해, 알았지?"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셨다.
슈퍼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사서 나오는 길,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그리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셨다.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공장에서 일하는 도중 반장이 나를 불렀다.
"너희 집에서 전화 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어서 가봐."
숨이 턱 막혔다.
아직 일흔도 되지 않으셨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늘이 노랗고 빨갛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장례식 내내 엄마는 몇 번이나 쓰러지시고,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3일의 장례를 치르고,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집으로 갔다.
할머니는 소박하게 사셨다. 옷장에는 옷이 몇 벌 되지 않았다. 그런데 서랍을 열어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에는 내가 사드린 담배 한 보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할머니의 유품.
천식 흡입기, 두통약 한 묶음, 그리고… 미처 뜯지 않은 담배 한 보루.
그래도 나는 내 할머니를 오랫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 담배 냄새도, 함께한 시간도 그리운 날이 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내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기억들은 늘 따뜻하게 나를 감싸며, 그 냄새마저도 어쩐지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할머니, 할머니의 사랑과 손길은 언제까지나 내게 큰 힘이 될 것이고,
할머니가 남긴 그 담배 한 보루처럼, 내 마음 속에서 할머니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