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너머의 할머니 03

by 천강

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더 이상 할머니와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할머니도 무척 걱정하셨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혼자 돌아와야 할 내 상황이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다. 부모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야 들어오시니, 저녁까지 집에서 홀로 있을 내 모습이 떠오르셨겠지.
“야야, 너 씩씩하니 잘 있을 수 있지? 할미가 자주 갈꾸마, 너무 걱정 말아라.”
그 눈빛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입학 전날, 할머니는 우리 집으로 오셔서 하루 밤 주무시고 입학식 날 함께 가기로 하셨다. 그날 저녁, 할머니와 나는 손을 꼭 잡고 나란히 누웠다.
할머니는 늘 TV를 켜둔 채로 주무신다. 잠이 드신 것 같아 TV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면, 꼭 말씀하신다.
“아이고 나 안 잔다. 다 듣고 있다. 그냥 둬라.”
그렇게 밤새 TV를 틀어 놓고 기침을 하시다가 비로소 잠드셨다.
그날 밤도 역시 TV를 켜둔 채로 누워 계셨다. 이번에도 다른 채널로 돌리려다 문득, 아무 기척도 없으신 걸 느꼈다.
“할머니, 오늘은 TV 다른 데로 돌려도 아무 말씀 안 하시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빠를 불렀다.
“아빠, 할머니 오늘은 TV를 돌려도 아무 말씀 없으셔.”
아빠가 서둘러 방으로 오셔서 할머니를 확인하셨다.
“어여 엄마한테 119 부르라고 해라.”
그날 밤, 할머니는 119를 타고 병원으로 가셨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깨어나셨고, 다음 날 일반 병실로 옮기실 거라고 했다. 천식이 있는 할머니는 1년에 몇 번은 병원 신세를 지곤 하셨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입학식에 갔지만, 할머니와는 함께하지 못했다.

입학식이 끝난 후, 나는 곧장 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자리에 없으셨다. 그런데 어디에 계실지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병원 뒤편 비상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실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역시나 할머니는 비상계단에 계셨다. 차가운 계단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시는 모습이 익숙했다
“할머니, 아픈데 여기서 또 담배를 피우시면 어떻게요!”
할머니는 살짝 웃으며 손을 내저으셨지만, 그 담배 냄새는 내 코끝을 따갑게 찔렀다. 오늘따라 그 냄새가 유독 지독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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