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너머의 할머니 01

할머니와 나

by 천강

따뜻한 기억 내 할머니


오늘도 나는 할머니 방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깨운다

‘할머니 또 여기서 밥 먹는거야? ’

늘 내 머리 맡에서 아침일찍 물에 밥 말아서 드시는 할머니 그렇게 하루의 첫끼를 시작하셨다

그렇게 식사를 하시고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신다.

큰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할머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억이나는 나이부터 나는 늘 할머니와 함께였다

바쁘신 부모님 대신 할머니가 엄마이자 친구였다


‘야야 오늘은 시장에 닭발 있나 보러가자’

지금이야 닭발 가격이 비싸졌지만 그때는 닭발을 시장에가면 그냥 주곤했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할머니의 단골 가게가 하나둘 나온다. 작은 좌판 위에 닭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웃으며 "어머니 오셨어요!" 하고 반긴다. 할머니는 그 닭발을 봉지에 가득 담으며 오늘 저녁 메뉴를 벌써 정하신다.

‘오늘 저녁은 이거로 먹음 되겠네’

씻어서 삶아서 양념 하지 않은 닭발을 소금에 찍어먹자 하신다


그렇게 점심이 지나고 나면 할머니와함께 동네 화투방에 같이 간다

방에는 뿌옇게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10원 내기 화투를 친다

할머니도 담배를 물고 계신다

나는 화투방 앞에 한복집에서 할머니가 화투를 마칠때까지 한복집 아주머니와 함께하곤했다

그 담배 냄새 가득한 방에 나를 두긴 싫으셨겠지

딸은 바쁘다고 그 딸을 나에게 맡겼으니 할머니 취미 생활도 못하고 얼마나 힘드셨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의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갑작스러운 기침 소리가 길에 울린다. 주머니에서 천식 흡입기를 꺼내 몇 번씩 사용하시지만, 그 모습이 안타까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래 천식도 있는데 그 담배를 못 끊고 있으니 그러만도하지

잠시 앉아서 천식 흡입기를 여러번 쓴다


할머니는 결혼한 뒤부터 천식을 앓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담배를 권하며 “담배 한 대 피면 숨이 훨씬 편해질 거야”라고 하셨단다. 그 말만 믿고 시작한 담배는, 숨을 쉬게 하기보다는 할머니의 숨을 점점 더 힘들게 했다. “그때 내가 왜 그 말을 믿었는지 모르겠다”던 할머니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그때 내 나이 7살 이었지만 그때의 할머니의 기침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