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50대 상경기

3. 서울에서의 직장생활(1)

by 구호선

투자자문사


금융권에는 다양한 형태의 회사가 있는데 일반인들이 많이 접하는 1금융이 은행이고 2금융은 증권, 보험등이다. 투자회사로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이 있는데 증권사는 주식을 비롯해 종합적인 투자를 하는 회사,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어서 운용하는 회사, 투자자문사는 투자자들에게 단순히 자문을 해주고 수수료룰 받는 회사다. 내가 취직하게 된 투자자문사는 회장이 유튜브로 투자자를 모으고 직원들이 고객 관리를 하는 형태의 회사다.


애초에 부산에서부터 자산운용사를 목적으로 했던 것은 펀드를 운영하는 펀드매니저가 목적이었기 때문인데여의도에 위치한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상당히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회장은 나에게 숙소까지 제공하며 호의를 보였다. 염창역 바로 인근에 회장 명의로 빌라를 임차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다른 직원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비어 있으니 내가 바로 들어가서 짐만 풀면 되는 상황이었다. 염창역은 여의도에서 지하철로 겨우 네 정거장이고 출퇴근하기도 편리한 위치였다.

대표이사 맡아달라는 제안에 숙소까지 제공하면서 나를 캐스팅했으니 회장이 어지간히 나를 마음에 들어했던 셈이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보상받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부산에서 고생만 하고 이루지 못한 자산운용사 설립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서울에서 이루게 됐다는 희망찬 마음으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대표를 맡은 투자자문사의 위치가 국민의힘 당사 바로 대각선 방향에 위치하고 있어서 출퇴근을 하면서 매일 그 앞을 지나갔다. 시기가 총선 국면이라 당사 앞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은 지지자들과 함께 시위를 했고 거의 매일 경찰과 시위자들의 대치국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치인이 아닌 금융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장을 지켜보는 내 모습이 왠지 유체이탈 해서 내 모습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 또한 공천이 뒤집혀서 당사 앞에서 이런 시위를 하러 올라오곤 했으니 얼마 전 나의 모습을 내가 바라보는 모습이랄까. 하여튼 남 일 같지 않은 일들이 거의 매일 목격됐다.


사무실은 크지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였고 대표이사 방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직원은 8명 정도였는데 내가 입사한 일주일 뒤에 연배가 비슷한 상무가 한명 입사해서 총 9명이 됐다.

정확하게 회사 내부사항을 알아보니 회장이 유사투자자문업을 오래 했고 최근에 투자자문회사를 인수한 상태였다. 유사투자자문업이란 제도권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금감원에 신고하면 고객들의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회사를 말한다. 허가받은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투자자문사와 유사하게 금융업을 할 수 있는 법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투자자문사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고객을 모집했는데 유튜버 팔로우가 13만에 이르렀다. 추천 종목이 맞아떨어질 때는 1년 자문료 1천만원이라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하루에도 많은 고객들이 회원 가입을 했다. 평균 한 달에 5억 정도의 어마어마한 순이익이 발생했으니 주식 유튜버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


나는 한 달동안 열심히 출퇴근하며 투자자문사의 틀을 잡기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들은 유사투자자문업에만 근무해서 제도권 금융사의 엄격함을 잘 몰랐고 업무 진행에 있어서도 정확하지 못한 면이 많았다. 고객투자유치 서류나 통화녹취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갖춰지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찾아가면서 갖춰 나갔다.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고 자산운용사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초반 기대감과 열정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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