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느낌은 그냥 평소랑 다를 것 없는데 대뜸 TV에서 12시에 카운트다운을 한 날을 맞이하여, 지난 카운트다운부터 이번 카운트다운까지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사실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것보다는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치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멀게만 느껴지던 시간들이 어느새 다가오고 무언가를 끝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입학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 절반이 어영부영 지나가는 일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덕에 철학과 수업을 듣게 된 일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인생사 새옹지마가 맞는가 보다.
나는 20살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회사에 들어가고, 그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지낸 시간이어서일까 그 흔한 20살의 술 주정이나 어린 날 치기에 의한 실수, 친구들과 떠난 여행 같은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 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살의 나는 살아남고 싶어서 무척이나 애쓰고 있었나 보다. 쓰고 보니 나와 그 시간을 함께 보낸 누군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다. 사실 뭐, 나에게 제일 미안한 일이다. 미래의 나에게 아무런 기억을 남겨주지 못했으니까. 친구들과 있었던 일은 막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20살의 기억이 나지 않는 나에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대학 생활은 20살의 기분을 조금은 느끼게 해준 감사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20살이 아닌 상태에서 겪는 20살의 상황. 그게 나에겐 참 감사한 것 같다.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나이 중 하나인 20살을 조금이나마 마주하게 해주어서 고맙다. 그냥 다 지나고 나서일까? 좋은 기억만 가져가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고. 분명 힘든 일도, 아픈 날도 많았지만, 그냥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좋았다.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경험들, 소중한 기억들, 너무나 감사하고 아름다운 그 시간들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게 감사한 것을 보니, 내가 정말로 좋은 일이 가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자주 되돌아보고, 자주 감사해하고, 어떤 순간을 맞이해도 그 순간 역시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미래의 어느 내가 돌아봤을 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일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더 좋은 일이겠다. 이왕이면 좋은 일을 기억에 남기는 게 좋으니까, 좋은 순간을 많이 만들어봐야겠다.
군대에서 쓴 일기를 되돌아보면, 참 신기하게도 그날들이 기억난다. 그런 하루들이 내 삶에 많이 있을 텐데, 하나하나 기억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이가 들면 시간은 조금씩 더 빨리 지나간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책상 위 두 개의 모니터 중 오른쪽 모니터의 오른쪽에 2024년 달력을 걸어뒀다. 분명 작년보다 하루가 더 있는 달력인데도, 짧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366일도 생각보다 별로 안 긴가 보다. 올해는 조금 더 기억에 남는 하루들을 많이 만드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올해의 목표는 "올해를 기억에 남기기"
다시 대학 생활을 조금 되돌아보아야겠다. 참 좋은 일이 많았다. 어색한 일, 신기한 일, 황당한 일, 설레는 일, 반가운 일, 어려운 일, 신나는 일, 목련을 바라보는 일, 재미난 일, 부끄러운 일, 우는 일, 따뜻한 일, 후련한 일, 바다를 보는 일, 도전적인 일, 힘든 일, 안 해본 일, 지치는 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비를 맞은 일, 나 답지 않은 일, 슬픈 일, 열심히 한 일, 화나는 일, 위로받은 일, 조금은 이상한 일, 응원한 일, 격려한 일, 소리 지른 일, 안 좋아하는 일, 뛰는 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 부러운 일, 새로운 일, 싸운 일, 무언가를 만드는 일, 열중한 일, 뿌듯한 일, 고민되는 일, 외로운 일, 풍경을 감상한 일, 조용한 일, 허탈한 일, 가만히 앉아있는 일, 글을 읽는 일, 무언가를 찾아낸 일, 다친 일, 웃는 일, 이뤄낸 일, 책을 읽는 일, 노래를 한 일, 취한 일, 산책을 한 일, 공부를 한 일, 날씨를 바라보는 일, 눈 오는 하늘을 기다리는 일, 쉬는 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 여행을 떠난 일, 꽃을 보는 일, 선물 받은 일, 열광하는 일, 축하하는 일, 오리를 바라보는 일, 멋진 일, 긴장한 일, 감사한 일, 고양이와 사진 찍는 일, 바라보는 일, 나를 알아가는 일, 글을 쓰는 일,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 친구들을 만난 일, 감사한 사람들을 만난 일, 소중한 시간을 만든 일,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
나는 행운아가 맞는 것 같다. 이런 귀중한 시간들을 겪은 내가 운이 안 좋은 사람일 리 없다.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작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조금은 사라진지도 모르겠다. 구태여 되돌아보지 않아도 분명 좋은 일만 가득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모두에게 감사하다. 혹시라도 나의 의도이거나 의도가 아니거나 하는 이유로, 나로 인해 상처받거나 일말의 불쾌감을 느낀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그 모든 시간들을 잊거나, 용서하거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행복한 일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나에게 행복을 준, 수많은 인연들과 시간들에 무한히 감사한다.
이 글을 읽는, 읽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제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