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의 [우리의 밤을 외워요] 라는 노래와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 주변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 나처럼 이렇게 글만 길게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진도 잘 찍어놓지 않아서 그들처럼 그렇게 예쁜 사진이 많지도 않고, 내 하루를 설명할 만한 사진도 많지 않다. 사진에는 영 재주가 없기도 하고, 사진을 찍을 시간에 내 눈으로 보는 게 내 마음에 무언가 한 숟가락 더 얹어지는 느낌이라 그렇기도 하다. 물론 그 당시는 맨눈으로 보는 것이 더 좋지만, 지나고 나면 사진 좀 찍어놓을 걸 하는 순간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그들처럼 그렇게 매일을 기록하는 일은 정말 좋기도, 대단하기도 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그들을 존경스럽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데 뭐 내 블로그는 그냥 이렇게 길게 쓰는 스타일인 거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읽는데도 오래 걸리고 조금 불편하고, 살짝 재미없기도 한 블로그도 써야지.
최근에 누군가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런데 읽고 나서는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사람의 글을 보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글을 자꾸 길게 쓰지?' 항상 글을 쓰다 보면 길이가 길어진다. 누군가는 내 글이 길어서 끝까지 못 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A4 용지를 기준으로 하면 2장에서 4장 정도? 솔직히 긴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블로그 치고는 긴 건가? 아마 읽는 시간으로 따지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냥 다른 사람에 비해서 사진도 없이 글만 있으니 조금 길게 보이는 것뿐이지, 길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조금 짧게 써볼까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시작도 못한 나를 발견하고 그건 무리겠구나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짧은 글은 나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것 같다. 마치 여백의 미처럼 말이다. 반면 내 글은 길고 자꾸 세세히 설명하려 해서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글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쓰고 싶지만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글을 읽고 그냥 "그랬구나" 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내 글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글이면 좋겠다.
내가 글을 주저리주저리 길게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 담고 싶어서. 내 마음을 조금 더 정확하게 담고 싶어서이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예를 들어 대학교 축제에서 놀 때 어떤 기분이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냥 "좋았지, 신났지" 하는 대답은 너무 뻔하고 성의 없어 보인다. 물론 예상 가능한 답변이긴 하지만, 너무 예상 가능한 답변이라 조금 그렇다. 보통 저런 질문에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설명하며 내가 그때 느낀 기분을 말해준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떼창을 하면서 휴대폰 라이트를 켰는데 그 광경이 너무 예쁘고, 노래도 좋았다." 이 정도로 말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만족할 만한 답변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내가 진짜로 말해주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르다. 그 축제가 나에게 가지는 의미는 어땠는지, 그 노래는 나에게 어떤 곡이었는지, 그때의 나의 상태는 어땠는지, 내 옆의 친구와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들게 될 것이다. 정말 내가 느낀 것, 말해주고 싶은 것들은 바로 그것들이지만, 질문자가 듣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보통은 가볍게 물어보고, 가벼운 대답을 예상한다. 그래서 나도 그에 맞게 그냥 적당한 답변을 한다. 가벼운 질문엔 가볍게 대답하는 것이 나의 작은 매너라고 해야 할까. 아마 어떤 질문을 해도 내가 생각한 것을 정확하게만 말하려고 하면 그것을 다 들어줄 사람도, 다 설명할 시간도 별로 없을 것이다. 적당한 답변을 하는 것이 내 인간관계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긴 대답은 뭐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따로 하면 되는 거니까. 긴 대답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이렇게 대화를 할 때는 자꾸 적당한 답변을 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 쓰고 싶어서 자꾸 길어지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글을 길게 쓴다고 해서 내 마음과 생각을 전부 다 담아낼 수는 없다. 마치 법전처럼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빈틈이 자꾸만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예시를 들거나 비유하는 것도 좋아해서 자꾸 글이 길어지는 것도 있다.) "타인을 죽이지 말라."라는 법이 최초에 생겼다고 해보자. 단 하나, 누군가를 죽이지 말라는 법만 있는 경우에 누군가 사람을 죽기 직전까지 팼다면, 그 사람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그럼 또 법을 만든다. "타인을 때리지 말라" 그럼 잠을 못 자게 매일 같이 소리를 지를 수도, 타인의 소유물을 약탈할 수도 있다. 이렇게 법은 점점 세밀해지고, 점점 모든 것을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빈틈은 늘어간다. 내가 설명하는 내 마음과 생각도 그렇다. 내 마음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라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설명하는 순간 나의 감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말할 수 없다. 당신은 슬픔을 설명할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슬픔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슬픔에 대한 완벽한 정의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완벽히 설명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말이 길어진다. 네모를 깎아서 동그라미를 만들려는 사람처럼, 최대한 많이 깎고 다듬어서 최대한 동그라미에 가깝게 만들고 싶어서 그렇다. 내가 느낀 것들을 그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냥 그건 그러고 싶으니까.
내가 느낀 내 마음 하나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에 최대한 많이,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 그렇게 점점 더 가까이 가다 보면 또 새로이 보이는 것들도 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 나도 몰랐던 숨겨진 내 생각, 불현듯 떠오르는 표현들, 내 안 어딘가 숨겨져있던 기억들. 그런 것들이 나와 함께 있구나 하면서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후련해지기도 한다. "내가 이랬구나." 하면서 나를 알게 된다. 다 담지는 못해도 최대한 담다 보면 내가 보인다. 그럼 또 나와 친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평생 살아가야 한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나는 나와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 내 편이 되어주고 싶다. 나랑 가장 오래 있을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다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나와 친하게 지내고, 나를 알고 싶어서.
나의 글은 나를 설명하는 글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SNS에 무언가를 많이 올리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일정한 선을 가지고 있다. 나도 다른 사람과 내가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른다. 몇 번째 선이니, 얼마나 가깝니 그런 건 없다. 그냥 감이다. 오히려 그 선을 존중하고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에게 더 마음을 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나를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그럼에도 전체 공개로 되어있는 이 블로그에는 진심만을 쓴다. 나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 블로그를 읽으면 된다는 말을 여기저기 한 적이 있는데, 굳이 굳이 여기까지 찾아 들어와서 사진도 없이 글만 쭉 쓰여있는 블로그를 다 읽어줄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내 생각을 알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고 마음에 들면 계속 읽을 것이고, 내가 마음에 들어도 글은 별로라면 안 읽을 수도, 글도 나도 별로라면 그냥 안 읽으면 그만이다. 적어도 내 생각을 이렇게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이유도 아마 수없이 많겠지만, 설명을 다 할 수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