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을 때 쓰는 글

고민 조금 해결

by 구육오

날이 차고 달이 밝고 몸이 피로할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실 그냥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 핑계를 대본 것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그런 것으로 하자. 요즘은 참 고민이 많다.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누구와 함께하게 될까,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 것이 나에게 행복인 걸까, 대체 나는 어떤 행복을 갖고 싶은 걸까.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다. 나도 그렇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행복이 나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어떤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까?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내가 느낀 행복은 너무나 많다. 그 당시엔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더라도, 지나고 나서 떠올려보니 찾아오는 감사함과 그와 함께 찾아오는 행복, 힘들게 보낸 하루 끝에 쳐다본 하늘이 아름다워서 느끼는 행복, 무언가를 이뤄내서 느끼는 행복,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행복, 화려한 작품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경이로운 행복, 아름다운 분위기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두근거리는 행복,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생긴 좋은 일에 덩달아 나도 함께 느꼈던 행복, 재미있는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복, 친구들과 조용히 이야기하며 그땐 그랬지 하면서 느끼는 어딘가 허탈하기도 한 그리운 행복, 따뜻한 이불이 주는 행복,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조심스러운 행복, 할 일을 모두 끝마쳤을 때 느꼈던 후련한 행복, 힘든 하루를 너무나 잘 버텨준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며 칭찬했던 행복, 새끼손가락 손톱보다도 더 작은 하얀 꽃을 발견했을 때의 행복, 매일 지켜보던 나무가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 행복,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행복,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무겁고 힘든 행복, 내 주변 사람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행복, 슬프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진지한 대화,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떠드는 유쾌한 대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 장인의 기술, 열정이 가득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일.


내가 느낀 행복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구나.


이 간단하고 당연한 것을 나는 왜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던 걸까. 이미 알았었다 하더라도 왜 지금에서야 인지한 걸까. 내가 하는 고민들의 과정과 결과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것들이 내 모든 행복을 망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행복할 수 있겠구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구나. 너무너무 안도된다. 너무나 감사하다. 나의 행복이 나의 일이나 나의 진로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많은 것을 좋아하고 있구나.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왜 나는 반대로만 생각한 것이었을까?

나는 장래를 고민하며 도전에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도전하며 사는 것에도, 현실에 만족하며 소소한 행복을 기대하며 사는 것에도 행복이 있는데, 굳이 꼭 도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만족하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내가 좀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도전하지 않는 삶, 그냥 흘러가는 대로, 순응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멋도 용기도 의지도 열정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나는 도전하는 삶이 무서우면서도 그게 행복에 더 가까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밖에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냥 '거기에 행복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렇게 일차원적인 선택을 하려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도전하는 선택이든, 도전하지 않는 선택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느끼는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미 너무나 많다. 그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빛과 눈 덮인 산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고, 그것을 보면서 '너무 좋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감사하고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인데, 나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나'라는 존재가 이런 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나'인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나는 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그렇게 고민한 것이었을까.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고, 살 수 있는데, 나는 그 시간들을 대체 무엇을 하며 보내려 한 것이었던 걸까.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 행복의 기준이 높지 않은 나의 모습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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