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교환
요즘엔 출근하는 날이면 인스타 스토리에 짧은 글을 쓰다 보니 이렇게 길게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규칙적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글을 쓰다 보니까 머리 비우기 미니 버전을 하는 느낌이라서 꼭 긴 글을 쓰지 않더라도 생각이 적당량 덜어내지는 느낌이다. 물론 눈뜨자마자 출근 준비를 하기 전에 쓰는 짧은 글이라 생각을 다 비워내거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는 못해서 살짝의 답답함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요즘은 그렇게 큰 고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큰 어려움도, 크게 해야 할 일도 없다 보니, 이 글의 제목처럼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드나 싶다. 최근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뭐 대단한 상담가나 사상가도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돕는 것은 꼭 그런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
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나름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솔직히 말하면 또 모든 경우에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돕기 싫을 때도 있고,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을 봐도 '아유 힘들겠네~ 힘내야지 뭐 어떡해' 하면서 냉소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도울 수 없는 상황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분명 돕고 싶다. 그 마음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서, 유튜브나 라이브 방송 같은 걸 해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뭐가 됐든 그냥 블로그에서 먼저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런 글 다음엔 뭘 하게 될지도 모르고,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정도라도 기록을 해두는 것도 어딘가에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돕는 방식에는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 봉사를 갈 수도 있고, 기부를 할 수도 있다.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주고 싶은 도움은 그게 아니다. 봉사나 기부가 하기 싫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조금 더 하고 싶고, 더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도움과는 조금 다르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전혀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담을 한 경험이 있다. 기간으로만 보면 나름 꽤 길기도 하다. 물론 그 기간의 밀도가 높다거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질 수 없지만, 아마 그 경험이 나에게 실패적이기만 했다면, 내가 그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맨 처음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상담에 대해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군대에서도 또래상담병 역할을 맡았었고, 대학에서도 공감한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또래상담을 진행했다. 이런 것들은 물론 전문적인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뭐랄까 전문적인 상담 기법을 정석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것을 모르기 때문에 더 진심으로 하려고 했고, 더 깊이 들으려고 했다.
내가 그런 활동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나나 내 주위에서 겪은 힘든 일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가까이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는 것들이 분명 우리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딱 그거 하나인가 싶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함께 봐줄 하나의 시선. 우리는 그 누구와도 똑같이 살지 않았다. 모두가 다르다. 그게 우리 모두와 내가 가진 장점이다. 나는 삶에서 엄청나게 대단한 성공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아마도 지옥 끝에 빠져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고통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산다. 다만 그 평범이 당신의 평범과 다를 뿐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절대로 당신의 상황을 100%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과 가치관이나 삶의 우선순위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그냥 일반적으로 대화를 하면 누구나 '아 이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구나'하고 감이 살짝 오는 것처럼,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시선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화로 타인의 인생을 어렴풋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화의 멋진 점 중 하나이다. 하나의 시선을 더 가진다는 것은 분명 큰 메리트가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내 시선을 제공하고,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나에게 당신의 시선을 주면 된다. 쓰다 보니 이건 사실 도움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같다.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고, 뭐랄까 물물교환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글의 제목은 도움이 되는 글쓰기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타인을 돕는 것도 결국 자신의 만족을 위해 행한 일이기 때문에 꽤 이기적인 성격을 띠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타인을 돕고 싶은 이유가 단순히 "나는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야"이라는 도덕적 만족감을 얻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누군가를 돕는 것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 생각에 맞다고 생각되는 일을 할 뿐이니까 그렇게 큰일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에 옳고 당연한 일을 할 수 있다.(혹은 한다.)"에서 오는 만족감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해 봤을 때 "내 생각에 옳고 당연한 일을 할 수 없다.(혹은 하지 않는다.)"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분명 무언가 불만이 생길 만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운이 좋게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말 그대로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지, 나에게 옳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꼭 도우려고 돕는다기보다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돕는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는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도 보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원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인데, 나는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탰으니 결국 내가 원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 순수한 마음에서 도움을 주었다면 그러한 것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일은 이렇다. 우선 나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발생한 이야기나 느낌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 대화는 고민 상담일 수도 있고, 어떤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토의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소하고 짧은 이야기일 수도, 깊고 복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상자에 대한 신상을 오픈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기록하고 싶다. 물론 그 기록은 어딘가에 공유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검사를 받을 것이다. 나는 그 기록이 상당한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 간의 동의가 있는 그 기록을 본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나와 당사자는 또 다른 시선을 공유 받을 수 있다. 또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직접 나, 그리고 누구인지 모를 상대방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글에서 알아서 자신의 정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내가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익명이어도 상관없고, 메신저나 글처럼 소통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매체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사실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쓰고 싶은 도움 되는 글쓰기가 나 혼자만 있어서는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가장 먼저 도와야 하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고, 그것으로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야 있겠지만, 그건 시선의 공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참여가 상당히 중요한데, 사실 타인이 나를 봤을 때, 나라는 사람을 대체 뭘 믿고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게 참 어려운 점이다. 가장 고민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마도 누군가 앞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대한 글을 내가 써서 올려놓은 선례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 글에서 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나 대충 어떤 흐름의 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견적(?)이 나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근데 문제는 그런 글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마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고민이 아니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나, 사회적인 이슈, 이런저런 민감한 문제들, 사소한 문제들, 모두 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하나의 시선에서 멈추게 될 뿐이다.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한다. 가능하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약간 자기 PR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큰 문제는 아니니까. 나는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질문도 나름 잘 한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마음의 평화는 얻게 만들 수 없지 몰라도, 그냥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을 말해줄 자신이 있다. 내 생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굳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와 시선을 공유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주면 좋겠다. 미친놈은 아니니까 고민이든, 생각이든 편하게 말해주시기 바란다.
많은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