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커넥션의 [29]라는 노래와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올해도 2/3 지점을 지났다. 날씨도 밤엔 제법 시원해졌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고 빨라진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그만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시간이 정말 빠르다. 정말 슉슉 지나간다. 20대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나 보내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굳이 특별한 일은 안 하기로 정했다. 괜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더 아쉬움이 남을까 봐 그냥 조금 더 나한테 솔직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하는 게 그나마 후회가 덜 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게 가장 특별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이라고 괜히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 하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20대가 끝나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봐 그런 것도 있고, 꼭 20대만 할 수 있는 게 특별히 있나 싶기도 했다. 그냥 남들이 다 좋다는 20대가 나한테도 좋았던 것 같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또 그만큼 괜찮게 살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까, 후회가 되든 그리움이 남든 지나간 시간을 어쩔 수는 없고, 이미 그 시간들은 다 내가 되었다고 믿기로 했다. 그럼에도 20대가 끝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겁이 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실패를 더 더 두려워하게 되는 내가 되는 건 아닐까? 도전에 더욱 망설이는 내가 되는 건 아닐까? 아무도 말리지 않았는데, 조금씩 작아지는 것 같다. 어린 내가 꿈꾼 나는 너무 컸던 걸까?
솔직히 나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29살, 30살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커다란 시간의 흐름 위에 오래 있을수록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나는 이제 겨우 10,000일을 조금 넘게 산 사람일 뿐이다. 10,000이라는 숫자는 뭔가 많은 것 같기도, 적은 것 같기도 하다. 10,000일은 꽤 긴 시간이었구나. 그냥 평범하게 생각해 봤을 때 별일이 없다면, 30,000일(82년)에서 길게는 40,000일(109년) 정도 혹은 그 이상 살게 될 텐데, 벌써 인생의 25~30%를 살아낸 셈이 된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충 그 정도는 살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니까 꽤 많이 왔나 싶기도 하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 가는데, 나는 무얼 하는 게 좋을까?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주기적으로 잘 쓰지는 못하는 것 같고, 쓰다 보니 매번 비슷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아직은 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비슷한 이야기만 쓴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나의 신념이나 성격, 스타일 같은 것이 드러나는 지점일 수도 있지만, 매번 다른 주제에서도 비슷한 결론으로만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나름 글을 최대한 깔끔하게 쓰고 싶어 해서 환경을 딱 갖추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땐 주로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생각은 많아도 막상 글로 길게 쓰게 되는 건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한 번은 조금 더 글을 자주 써보려고 메모장에 나름의 마음가짐을 적어보기도 했다. '쓸데없는 고민하기',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는 우물쭈물 글쓰기', '완성되지 않는 글쓰기', '흐지부지 물거품 같은 글쓰기'.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내가 누군가에게 답을 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고, 그냥 누군가도 그런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무도 답을 모르니까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원래 고민이라는 게 다 뿌옇고, 물거품 같고, 우물쭈물하게 되는 거니까.
솔직히 요즘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 마음이 자주 생긴다. 뉴스를 보면 별 이상한 범죄나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냥 단순히 내가 잘 모르는 분야도 너무 많다 보니까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느낌이다. '내가 뭘 한다고 달라질 수는 있긴 할까'하는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너무나 모르는 게 많고, 경쟁력이 없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전에는 흐지부지 물거품 같은 고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오히려 고민의 수 자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 하는 고민은 그냥, 나한테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싶다? 요즘은 세상이 참 빨리 변하고, 이것저것 문제도 많이 생기는데, 나는 너무 가만히 있나 싶어서 그런 걸까? 뭐랄까 돈은 벌고 싶지만, 부동산이나 코인, 주식 같은 것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냥 뭐 돈은 더 있으면 좋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신감이 있지는 않다. 내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겠고, 자신감이 없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내가 대체 어떤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는 뭘 잘 알지? 뭘 할 줄 알지? 일은 했지만, 경력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맡아서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괜찮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나는 뭐하나 알지는 못하지만 회사만 오래 다닌 사람이 될까 두렵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다. 나는 회사를 왜 다니는 거지? 아니면 내가 너무 나의 가치를 돈으로만 결정하려고 하고 있는 걸까?
회사는 그만두고 싶은데, 관두면 할 게 없다.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차라리 빨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나으려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여태까지 해온 일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제 와서 공부하고 새로운 직업을 다시 가지는 게 늦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아직 10,000일 정도 밖에 안 살았으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늦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두려움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의 취업시장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러다 보면 또 돌고 돌아 그냥 만족하면서 살까 싶기도 하고... 어렵다.
그냥 그런 뿌연 고민뿐이니까, 자꾸 변명만 늘어가는 것 같다. 뿌연 안갯속에서 길을 찾으려 허우적대는 것보다 안전한 길을 찾으려고 하는 기분? 세상이 참 커다랗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우물쭈물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하고 겁이 많은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꿈이나 목표를 가지려고 하면서도 그 꿈에 두려움을 느낀다.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출발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쓴 것 같지만, 또 글만 쓰고 막상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그렇다고 변하려고 큰 노력을 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슬픈 감정이 들지도 않다.
나는 비겁한 사람일까? 변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면서 변하기를 원하니까 말이다. 아니, 그냥 습관처럼 바뀌고 싶다고 말만 하니까 말이다. 남들이 나에게 해줄 조언도, 다른 사람이 나에게 비슷한 고민을 말했을 때 내가 해줄 조언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계속 도전하고 준비해 봐야지 뭐 어쩔 수 있겠어?" 같은 말들이다. 모두가 안다. 일단 돌을 던져야 파동이 생기는 것쯤은.
실패라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인가 보다. 실패를 하기도 전부터 실패를 걱정하게 만드는 걸 보니 말이다.
오늘은 글쓰기가 참 뿌옇다. 마무리도 잘 생각나지 않고, 더 써볼까, 끝낼까, 흐지부지 망설여진다. 급하게 마무리해봐야겠다.
흐지부지 망설이느라 깔끔한 결론을 내지 못해도 여기까지 써놓은 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 날이 있었을 뿐인 거니까.
내 마음이 안갯속 같은 날에 안갯속 같은 글을 썼으니 잘 썼다.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