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by 구육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지는 것들이 생겼다.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 많은 예쁜 카페, 함께 마실 사람 없이는 손댈 일 없던 와인, 사람이 많아서 먹는 시간보다 줄 서는 시간이 더 긴 음식점. 처음엔 다 안 좋아했지만, 이젠 어떤 매력인지 알 것 같다. 삶에는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안 하던 짓을 하는 건 조금 겁이 나고, 귀찮기도 하고, 가끔 아쉽기도, 아깝기도 하지만 어쩌다 이렇게 하나씩 마음에 드는 일을 찾게 되면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싶은 마음이 든다. 하긴 따지고 보면 그냥 지금이라서 좋은 건가 싶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남들이 잘 모르는 조용한 음식점, 다들 차분해 보이면서도 마음 한구석 들떠 보이는 미술관, 맛있는 술과 안주를 싸게 파는 술집. 어차피 커피 맛은 잘 모르니까 너무 쓰거나 시지는 않은, 인테리어가 예쁘고, 떠나갈 듯 웃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골목 어딘가에 있는 카페, 특이한 물건이나 쓸데는 없지만 예쁜 물건을 많이 파는 가게, 난생처음 듣는 노래라 흥얼거릴 수는 없지만 마음 편히 책에 집중하게 해주는 음악, 조용한 미용실에서 들리는 머리 자르는 소리. 비 오는 냄새, 가을 냄새, 눈 냄새, 그런 것들이 좋다.


그런 순간이 오면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잠깐 멈추기도 하고 멍하니 있기도 한다. 아주 잠깐만이라도 그 순간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잘 들어보려고 하고, 잘 맡아보려고도 한다. 가만히 쳐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것들은 나에게 더 잘 다가온다. 내 행복을 위해서 잠깐 동안 시간을 같이 쓰는 느낌이랄까?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하면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은 건지 기록을 하려고 한다. 사진도 찍긴 하지만 사진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그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가 글로 쓰기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몇 자 적어보기도 한다. 대부분은 끝맺음을 하지 않는 채로 멈춘다. 내가 느낀 감정이 그렇게 긴 여운을 줄 정도는 아니었거나, 그렇게 긴 글을 쓸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지 모르거나, 마무리하면 내가 느낀 감정이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서 끝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나중에 그런 글들을 다시 보면 그 글에 대한 생각을 막 적고 싶다. 글을 이어서 쓰고 싶기도 하고, 그 문장에 대해 지금 떠오르는 것들을 쓰고 싶기도 하다. 당장에 여유가 없을 땐 너무 아쉽다. ‘지금 당장 써야 지금 떠오른 걸 쓸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든다. 왜인지는 몰라도 꼭 여유로울 땐 메모장을 안 열어 본다. 왜 바쁠 때만 쳐다보고 글이 쓰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글을 이어서 쓰기 시작하면 주제가 조금 더 멀리 퍼져가는 것 같다. 생각이란 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는 자세히 보고 많이 생각하는 게 좋다. 매일 매 순간 그런 건 아니지만, 혼잣말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대부분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려서 ‘뭐였지?’ 하고 들여다볼 시간도 없는 잡생각들이긴 하다. 멍하니 있는 걸 들켜서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아무 생각 안 한다거나 별생각 안 한다고 대답한다. 설명을 할 수가 없으니까.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면 좋겠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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