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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QUEST_Porto, Portugal

Day 3, Porto

by Rainy spell

평소보다(우리나라에서 일할 때 기준) 훨씬 일찍 잠에 들었기 때문일까 여행 초반의 흥분 탓이었을까, 새벽에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여러 번 잠을 깼다. 잠에 들 때도 그렇고 심지어 잠에서 깼을 때도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리드미컬한 소리를 들으며 비가 계속 온다는 사실에 ‘아 분위기 좋다 헤헤’ 하면서 즐거워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고 대신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잠에 취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천성이 게으른 탓인지 이런 상황이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는 게 당연한 데 우산을 들고 다니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나와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래시장을 마지막으로 가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여행을 할 때는 현지의 시장 구경하는 것은 늘 재미있다. 그래서 포르투에서도 바로 그 시장인 Mercado do Bolhão(볼량 시장)에 가 보았는데 너무 바지런을 떨어서 그랬는지 별로 오픈한 점포가 없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니 재래시장이라면 당연히 꼭두새벽부터 활기찬 상인들과 아침 식사 전 필요한 걸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시끌벅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평일인데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의문.


식료품과 아줄레주 타일 등을 판매하느라 분주…하리라 생각했던 볼량 시장의 한산한 모습.


볼량 시장을 간단히 보고 나와 근처에 있는 Capela das Almas로 갔다. 포르투의 아줄레주 중에 꼭 구경해 볼 가치가 있는 아줄레주가 있기 때문. 건물은 18세기 건물이고 어제 본 Igreja do Carmo의 아줄레주보다 파란색이 훨씬 선명해서 쨍한 느낌이었는데, 아줄레주는 20세기 초에 완성되어서 그렇다. 여러 성인들-프란치스코, 카타리나 등등-의 에피소드들로 가득 장식되어 있는데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흐린 날의 채도가 도와 준 것인지 짙은 회색의 벽체에 흰색 바탕-파란색 아줄레주는 색깔이 정말 잘 어울렸다.


알마스 채플이 있는 사거리에서 채플을 왼쪽 등 뒤에 두고 걸으면 그게 바로 포르투의 쇼핑거리이자 보행자 도로인 Rua de Santa Catarina다. 파리의 샹젤리제나 로마의 콘도띠는 물론 서울의 청담처럼 대놓고 명품거리를 표방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서 더욱 정겨운 느낌이었다. 이 거리는 남북을 향해 뻗어 있는데 남쪽으로 걸어가는 게 약간 내리막길이라 더욱 편하게 천천히 걸으면서 거리를 구경했다. 여기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욱 여유를 만끽하다가 미리 가려고 점찍어둔 벨 에포크(Belle Époque,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며 유럽의 19세기 말~1차 대전 이전까지의 평화로운 시대를 뜻 함)풍의 카페, Cafe Majestic으로 들어갔다. 이 카페는 100년 역사를 가진 곳이라 아르누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가려고 했던 곳이다. 들어가 보니 과연 고풍스러운 실내가 마치 20세기 초로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준다. 클래시컬한 인테리어, 포르투 여행 이틀째에 맞는 9월 말 금요일 아침의 loose한 잔잔함, 실내를 가득 채운 커피 향이 어우러져 LP noise가 멋들어지게 들어간 스트링 쿼텟을 듣는 듯한 그윽한 멋스러움을 풍겨줬다.


근사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기대보다 더 분위기가 멋졌던 마제스틱 카페.


원래는 생각보다 선선한 날씨에 식은 몸을 데워주고자 따듯한 카푸치노나 카페올레를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메뉴에 German Sausage, Cheese, Bacon이 들어간 Hotdog가 눈에 띄어서 그걸 주문했다. 우아하게 고색창연한 유럽의 카페에서 아침에 커피를 즐기려던 계획은 핫도그와 콜라에 무너진 나에 의해 이렇게 바뀌어 전개되었다. 뭐 어때, 여행이란 게 이런 거지.


막상 나온 것은 핫도그도 아니고 샌드위치와 Sub의 중간쯤 되는 아이. 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다.


카페에서 근사한 시간(메뉴는 비록 초등학생이 주문한 것 같은 것이었지만)을 보낸 후 다시 길을 나서서, Rua de Santa Catarina를 따라 사거리를 하나 지나 걸어 내려가다 보면 18세기의 바로크 성당인 Igreja de Santo Ildefonso(Church of Saint Ildefonso)가 나온다. 전 날에 이어 여전히 흐린 날씨라 오전의 가운데쯤 된 시간이었는데도 아침 같은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성당에 있는 기분을 더욱 고조시켜 줬다. 성당이든 사찰이든 아침나절에 고요한 종교의 전당에서 보내는 시간 특유의 근사함은 언제나 멋진 법이니까.


바로크 파사드가 조화로운 Ildefonso 성당.


그렇게 잘 구경을 하고 나왔는데, 성당 들어갈 때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어느새 세찬 비로 바뀌어 있었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멍청한 자신을 탓해 보지만 무시하고 나갈 수 있는 수준의 비가 아니었기에 성당 입구의 처마 밑에서 처량하게 비를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행히(?) 나만 멍청했던 건 아닌 듯 같이 성당을 구경하던 관광객들 모두 나오다가 내리는 비에 당황해서 처마 밑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뛰어가서 근처 상점에서 우산이라도 살까 하고 고민하며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흘러가는 반대방향으로 파랗게 맑은 하늘이 보이길래 조금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20분가량 기다리니 과연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찍은 한 컷. 그래도 비 내리는 분위기는 언제나 좋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남쪽으로 남쪽으로 걸어갔다. 이 날은 집중적으로 포르투의 성당들을 보는 날이어서 다음 목적지는 역시 성당인 Igreja de Santa Clara였다. 15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당인데 겉보기에는 상당히 소박해 보였다. 클라라 성녀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추종자이자 제자였던 데다가 클라라 수도회까지 연 사람인데 두 사람 모두 부유한 상인과 귀족 가문의 딸로 부족할 것 없는 삶을 던지고 청빈한 삶을 살았으니 더욱 대단하다. 뭐 그건 그렇고 고딕이기는 한데 웅장함이나 고딕 특유의 상승감이 없고 벽체도 거친 돌을 사용해서 더욱 소박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거부할 수 없는 끌림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절로 재촉하게 되었다. 깊은 곳에 감추어진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느낌.


겉보기에는 소박하고 검소한 외관을 가진 Igreja de Santa Clara.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숨 막힐 듯한 아름다운 Interior가 나를 압도했다. 바깥에서 느꼈던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 이것이었나 싶었는데(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그걸 느꼈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발자국 소리를 죽여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내부는 모두 정교한 woodwork로 조각이 되어 있는데 얇은 금박 및 금속으로 도금이 되어 있어 모두 금속으로 만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도 조각의 형태가 목재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질감을 간직하고 있어 금속으로 도금을 했음에도 금속의 차가운 느낌이 아닌 목재의 부드러운 느낌을 잘 자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성당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구경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데 어디서 인가 관리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와서 ‘사진은 한 두 장만 찍어야 돼요’라고 주의를 준다. 성당 내부가 굉장히 어두운 편이라 셔터스피드 확보가 잘 안 되는데(ISO 너무 높이면 노이즈 생기니까), 이 아름다운 모습을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숨을 멈추고 혼신의 힘을 다해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성당이야말로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라는 어린왕자의 대사에 정말 적합한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정말 포르투의 Hidden Gem이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성당의 중앙신랑. 정말 집중해서 찍었다.


산타 클라라 성당의 아름다움에 흠뻑, 정말 흠뻑 빠져 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이 성당에서 서쪽으로 15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Porto의 대성당인 Sé do Porto가 있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지대가 높아 클레리구스 탑에서 바라본 것만큼은 아니어도 포르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타 클라라 성당에서 대성당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포르투의 전경. 잠깐 내린 비를 머금어 더욱 채도가 짙어진 색의 어우러짐이 정말 멋졌다.


Sé는 포르투갈의 대성당을 일컫는 말로 영어의 Cathedral(대성당, 포르투갈어로 catedral이란 단어도 있지만)에 해당한다. 그러니 포르투에도 있고 리스본에도 있는데 이 포르투의 대성당은 건축 연대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니-물론 그 후에 수세기를 거치며 여러 번 개축되었다-정말 오래되었다. 포르투갈 로마네스크 건축의 걸작으로도 통하는데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의 그것과 달리 화려한 외벽 장식이 없어 수수하고 질박한 느낌을 주는데, 이게 또 석가탑과 일맥상통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두 개의 사각탑을 가진 포르투 대성당의 파사드. 장엄한 요새와도 같은 느낌인데 가운데의 장미창이 위압감을 부드럽게 중화시켜 준다.


성당 안에서 바라본 장미창과 스테인드 글라스. 장미창과 스테인드 글라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렇게 안에서 보았을 때다.


화려한 제단을 비롯해서 성당 내부를 즐기다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보물관에서 전시 중인 유물까지 잘 감상했다. 그러는 중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대낮부터 하고 있는데 조금 후 성당 2층에서 성당 앞 광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바로 포르투의 대학생들이 광장 앞에 모여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전통을 그대로 지켜 모두 검은색 망토를 차려입은 애들이 있는 힘껏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포르투갈어를 모르니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생 복장도 이 검은색 망토로부터 모티브를 따온 것.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십자고상과 주교의 망토.


젊음을 신나게 발산(?)하고 있는 포르투의 대학생들. 검은색 망토 안에 차려 입은 옷도 모두 검은색 일색이다.


포르투의 대성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장미창과 Cloister였다. Cloister는 단순히 회랑이라고 번역을 하는데 회랑은 맞지만 사각형 회랑으로 되어 있고 그 회랑의 안쪽은 지붕이 없이 뚫려 있는, 흡사 고대 로마 주택의 Atrium같은 공간이다. 중세 이후 유럽의 성당들은 부속건물로 이 Cloister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공간을 정말 사랑한다. 반복된 아치가 만들어내는 정렬된 아름다움과 그늘이 만들어주는 시원함, 뚫려 있는 가운데의 공간이 만들어주는 여백과 채광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멋들어진 감상을 선사해준다.


성당의 남쪽에 붙어 있는 Cloister. 14세기 만들어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Sé 를 잘 구경하고 나와서 이다음날 리스본으로 이동할 기차표를 사기 위해 São Bento기차역으로 갔다. 학생 때야 기차를 타면 거의 늘 2등석 신세였지만 일을 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어느새인가 1등석만 사고 있다. 가격도 론리 플래닛에 나와 있는 것보다 30%는 올라 있었는데 학생 때는 이런 걸 열심히 따져보고 확인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게을러진 것이다.


포르투의 중앙기차역인 상 벤투 역. 역사 내부는 깔끔했고 게다가 아줄레주로 장식까지 되어있어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만난 우체통. 빨간색(일반)/파란색(급행)이 한 세트인데 여기는 일반만 있다.


드디어 그 유명하다는 포르투의 포트와인을 즐길 때가 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어느 와이너리 투어를 해볼까 나름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고른 와이너리가 바로 포르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Sandeman이었다. 이곳은 역사가 17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포트와인 최초의 등록상표, 가장 큰 포트와인 메이커 등 여러 가지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투어의 설명을 들어보니 산데만의 포트와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군데에서만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들의 로고는 ‘The Don’으로 챙이 둥근 모자에 망토를 두른 기사 모습인데, 모자는 스페인이고 망토는 포르투갈 대학생들의 망토를 따 온 것이라고 하니 양국을 아우르는 로고인 셈이다. 정작 창립자인 George Sandeman은 스코틀랜드인이니 3개국 하이브리드 브랜드라고 해야 할지도.


Iconic한 디자인의 로고 ‘The Don’이 큼지막하게 있는 산데만 와이너리의 입구.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와이너리를 구경하는데 이게 재미있으면서도 묘했다. 왜냐하면 영어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가 히로코라는 이름의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영어로 포르투갈의 와인을 설명해주는 건 뭐랄까, 라트비아인이 만주어로 김치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영어도 잘하고 투어 내용도 알찼지만 하여간 묘한 건 또 어쩔 수 없었다. 투어가 끝나면 White와 Imperial Tawny 2종의 포트와인 시음을 즐겨보게 되는데 여기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정신줄을 놓게 되어 있다. 나는 술은 좋아해도 와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즐기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 포트와인(특히 임패리얼 토니)은 20도의 적정한 도수(사실 이제는 소주도 20도가 한참 안되니 이걸 보통 와인처럼 콸콸 따라 마셨다간 순식간에 취해버린다), 오크통에서 숙성된 진한 과일향과 달콤함이 혀와 뇌를 저릿하게 마비시킬 정도로 맛있었다. 당장 반해버려 임페리얼 토니 2병을 사버렸다. 덕분에 투어 끝나고 나중에 호텔에 돌아갈 때까지 얘네들을 낑낑대며 메고 다니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오크통으로 가득한 산데만의 cellar. 저 통들 다 열어서 수영장에 받아놓고 거기서 수영하고 싶다.


시음으로 제공되는 2종류의 산데만 포트와인. 정말 그리운 맛이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시음 때 제공되는 양은 소주로 치면 네댓 잔 정도는 되는데 설명을 들으며 꿀꺽꿀꺽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더니 와이너리에서 나올 때는 약간 취기가 돌 정도였다. 헤헤 너무 좋다, 하면서 바로 앞의 공원 벤치에 앉아 두로 강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기분 좋은 취기를 즐겼다. 오전까지는 흐렸던 날씨가 완전히 개어 9월 말 햇살이 따스하게 나를 감싸주고, 입안에 남아있는 오크향 섞인 달달한 와인의 맛이 더없이 근사했다.


두로 강에 한가로이 떠 있는 포트와인 수송용 전통배를 바라보며 잠시 달콤한 망중한을 즐겼다.


그렇게 잠시 쉰 다음 다시 두로 강을 건너서 히베이라 쪽으로 갔다.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힌 위대한 후원자이자 대양 항해용 범선인 캐러벨을 만든 엔히크 ‘the navigator’ 왕자가 태어난 곳이자 포르투의 첫 세관 건물로 사용되었던 Casa do Infante(House of Prince)에 가기 위해서였다. 여기는 14세기에 세관 건물로 시작되어 수세기 동안 세관 역할을 했는데 그 시절의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건 그것보다 이 지하에 있는 로마시대의 모자이크였지만. 로마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국가 중에 고대 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도시들은 땅만 파면 로마시대 유적이 나오는 건 부지기수니... 정말 로마 제국은 대단하다.


Legendary 엔히크 왕자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Casa do Infante의 파사드.


비교적 최근인 2002년에 발굴된 건물의 지하에는 로마시대 주택의 모자이크가 남아있다.


Casa do Infante에서 나와 이 전날 탑만 올라가고 성당은 닫혀 있어 들어가 보지 못했던 Igreja dos Clérigos로 향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인 Nicolau Nasoni의 작품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여기는 바로크라는 걸 강조라도 하듯이 내부의 신랑이 독특하게 타원형을 하고 있다, 사실 파사드부터 온통 바로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시 찾은 클레리구스 성당의 바로크 파사드.


내부는 굉장히 화려한데 중앙제단 쪽은 조명이 절묘해서 아주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시각은 어느새 다섯 시가 지나고, 포르투에서의 모든 여정이 끝이 났다. 이제는 포르투의 명물이라는 Francesinha(프랑세지냐)를 먹어볼 차례. 여행 전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다가 이 음식이 소개되길래 마음을 빼앗겨 꼭 먹어봐야지라고 다짐했던 음식이다. 햄과 고기가 꽉 찬 프렌치토스트 위에 프렌치프라이를 얹고, 다시 그 위에 프라이드 에그와 멜팅치즈가 덮여 있는, 유치한 입맛의 소유자인 나에게는 너무 사랑스러운 구성의 요리다. 아마 프랑스의 크로셰 마담이 포르투갈로 넘어오며 현지화된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뭐 아무려면 어떠랴, 너무 맛있는 걸. 약간의 느끼함은 콜라를 곁들이면 해결이다.


나름 유명한 Cafe Aviz로 들어갔다.


영혼을 채워주는 맛이 났던 프랑세지냐. 기대했던 것의 120%를 충족해줬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가방에 들어있는 포트와인 두 병이 어깨를 짓누르기는 했지만 이 날은 포르투의 마지막 날, Douro 강변의 야경을 봐야 했다. 어스름이 잔잔히 내려오는 포르투를 감상하며 천천히 두로 강으로 걸어가서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 Vila Nova de Gaia로 건너가서 석양과 야경을 즐겼다. 강변의 야경이란 늘 로맨틱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포르투잖아.


서서히 어둠이 내려오는 두로강변. 바람은 조금 세찼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서늘한 기온을 잊을 지경.


Vila Nova de Gaia에서 바라본 Ribeira. 어느새인가 여기저기에서 연인들이 몰려나와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난 혼자였지만.


포르투에서의 모든 여정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는 포르투는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밤의 상 벤투 역은 낮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조명 덕분이었을까, 기차역에도 로맨틱한 기운이 감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대충 정리해 놓고 역시나 수페르 복(Super Bock)을 마시면서 이다음날 여행해야 할 Guimarães의 정보를 다시 읽어봤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걸은 데다가 오후부터는 포트와인 두병까지 짊어지고 다니느라 다리가 매우 피곤했지만 목으로 넘기는 맥주가 피곤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그렇게 맥주를 다 마시고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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