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닌 질문을 옮기는 사람이였다

by 윤서

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
이상한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같은 상황인데
어떤 사람은 상담이 끝난 뒤 가벼워지고,
어떤 사람은 똑같이 답을 듣고도 다시 돌아온다.


처음에는 설명이 부족했나 생각했다.
더 자세히 말해주면 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서 더 많이 설명했고,
더 정확한 해석을 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변화는
답을 들었을 때 생기는 게 아니었다.
질문이 옮겨졌을 때 시작됐다.


“연락이 올까요?”라고 묻던 사람이
“나는 왜 이 관계에서 기다리고 있을까”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 마음이 궁금해요”라고 하던 사람이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 걸까”라고 말하는 순간,
상담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답을 잘해서 상담이 이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질문의 위치가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를 묻고 있었고,
누군가는 상대를 묻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확인받고 있었다.


상담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이 머물던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상담을 시작하면 답을 준비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한다.
이 사람이 지금 붙잡고 있는 질문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그리고 아주 조금,
그 질문의 방향을 옮겨본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답이 바뀌지 않아도
질문이 달라지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 내가 해온 일은
사람의 미래를 읽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다른 질문을 만나게
도와주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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