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통의 시대, 단단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철학의 쓸모
우리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의 삶을 깊이 숙고할 여유 없이 살아갑니다. 무수히 많은 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고, 그런 일상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위험일지 모릅니다. 직장에서는 복종과 아첨, 순응 사이를 오가고,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에 맞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합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습니까? 우리는 이처럼 종종 삶의 고통 속에서 길을 잃곤 합니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숙제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숙제를 푸는 데 과연 철학은 쓸모가 있을까요?
삶은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는 늘 행복, 사랑, 성공을 꿈꾸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그것이 우리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삶의 모든 것은 본질적이면서도 한없이 무상하고,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으며,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삶은 단순히 시작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지속시켜야 하는 과업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란 아무런 제약 없는 완벽한 자유가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는 이미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매일 우리를 흔드는 삶의 고통 앞에서, 그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고통을 진단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 철학
흔히 철학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철학은 특정 행동을 권유하는 대신, 삶과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를 치유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미래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을 넘어, 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돕습니다.
철학의 주요한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직장에서의 실패, 존재론적 권태감 등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명확한 진단과 소견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철학은 각자의 고통에 맞는 진통제와 연고를 처방해 주는 일종의 '의학'과 같습니다. 둘째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실은 보이지 않는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철학에서 치료법을 구하거나, 아픈 줄도 모르고 지내다 철학 덕분에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철학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지만, 사는 것이 너무 힘겨울 때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치유가 필요한 질병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진리와 행복에 대한 욕망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온전히 충족시킬 수도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삶 앞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절망하거나, 두려움 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거나. 병에 걸렸는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듯,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 시작은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이는 단지 심리적 문제를 넘어, 각자가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고유한 경험을 쌓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재능이나 성향을 아는 것을 넘어,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영혼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저 행동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상황이 아니라, 소명이자 의무이며 목표입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너무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나머지 자신을 스스로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자신의 모순적인 행동에 혼란스러워합니다.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관망할 여유 없이 서둘러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뇌하지 않는 삶은 제자리걸음과 같습니다. 수많은 두려움과 고통이 밀려와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아낼 때, 비로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운명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주인'입니다.
철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없으며,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때 철학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상사는 그 자체로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비극이라고 판단할 때 비극이 됩니다.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슬픈지, 행복한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두려움도 힘을 잃습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온전히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처럼 이리저리 방황하기보다,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설령 그 선택의 동기가 우연이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야만 '그때 그렇게 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늪에서 벗어나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후회와 자책의 세계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희망은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아주 사소할지라도 무언가를 시도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
삶은 그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것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력을 발휘해 조금씩 차근차근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감정을 나누며 스스로가 매력적인 존재임을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되,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아야 합니다.
더 깊이 살아가는 법을 향하여
결국 철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철학은 더 많이 가지는 법이 아니라 더 깊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칩니다. 남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끌어안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삶이라는 복잡한 문제 앞에서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며,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습니다.
우리의 삶은 매일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늘 같아 보이지만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삶은 그렇게 우리에게 살아내라고, 스스로 주인이 되라고 다그칩니다. 철학은 이처럼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고통과 불안을 스스로 다루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나서는 모든 이에게 가장 쓸모 있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