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본질

지배가 아닌 '영향력의 흐름'

by 박수열

우리는 왜 '권력'이라는 단어 앞에서 본능적인 경계심을 품게 될까요? 더 높은 영향력과 자율성을 원하면서도, 막상 권력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는 꺼립니다. 마치 권력을 원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결함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권력은 우리가 회피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고용주와 피고용자,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권력은 공기처럼 존재하며 이미 모든 관계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실체: 힘이 아니라 '필요'가 만드는 흐름


권력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권력이란 타인의 행동과 선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급여, 승진 기회, 정보, 인정, 심지어 애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영향력입니다.


이 정의에서 주목할 점은 권력이 본질적으로 '관계 중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권력은 진공 상태에 홀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 '필요'와 '의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현상입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권력은 '아쉬운 것이 있는 사람'에서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방향으로 흐르는 자연스러운 중력과도 같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가 절실히 원할 때, 비로소 나에게 권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권력 자체는 도덕적으로 중립적입니다. 잘 드는 칼이 요리사의 손에 들리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지만, 강도의 손에 들리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정신이 권력이라는 날카로운 도구를 다룰 때 발생하는 '통제 불능'의 상태입니다.


권력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 뇌의 착시 현상


그렇다면 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타락하기 쉬운 걸까요? 이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인간의 뇌와 인지 과정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때문입니다. 권력을 쥐면 우리의 뇌는 '고속 주행 모드'로 전환됩니다.


첫째, 자기중심성이 강화됩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운전자가 목적지에만 집중하듯, 권력을 얻으면 목표 달성에만 몰입하게 됩니다. 원하는 것을 얻을 힘이 생겼기에,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주변의 감정을 세밀하게 살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해야 했던 시절의 긴장감이 사라지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인지적 변화입니다.


둘째, 공감 능력이 약화합니다. 조직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권력자의 뇌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미러링' 기능이 둔화한다고 합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를수록 현장의 목소리는 배경 소음처럼 희미해지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만 과도하게 커집니다. 결국 자신의 행동에는 관대하고 타인의 행동에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게 됩니다.


셋째, 도덕적 합리화가 쉬워집니다. "나는 큰 책임을 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 예외는 괜찮아"라거나 "조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라는 내적 합리화가 반복됩니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잘못은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유사한 행동에는 눈감는 위선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실의 차단'이 일어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불편한 진실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듣고 싶은 말"만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드백이 차단되면 권력자는 자신이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착각 속에 갇히게 됩니다.


책임감 있는 권력 사용을 위한 네 가지 브레이크


권력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길은 분명 존재합니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 강력한 브레이크와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듯, 권력을 다루는 데에도 내적·외적 제어 장치가 필요합니다.


첫째, 공감 역량의 의도적 배양 (시야 넓히기) 권력이 만드는 터널 시야를 극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관심의 초점을 '나의 목표'에서 '우리의 관계'로 옮겨야 합니다. 회의에서 말이 없는 팀원을 보며 "의지가 없네"라고 단정 짓는 대신, "이 구조에서 저 사람은 어떤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의도적인 공감 훈련입니다.


둘째, 지적 겸손의 체화 (사각지대 인정) 세상은 복잡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듯, 나의 판단에도 빈틈이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지적 겸손이 있어야 타인의 비판을 위협이 아닌 '내 사각지대를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겸손은 약함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성장하겠다는 학습 의지의 표현입니다.


셋째, 공식적 절차와 규범의 확립 (내비게이션 설정)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권력자가 기분에 따라 길을 바꾸지 못하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한 프로토콜로 만들어야 합니다. 명확한 권한 위임, 투명한 평가 시스템 등은 권력의 자의적 남용을 막는 가드레일 역할을 합니다. 시스템이 예측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은 리더의 눈치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넷째, 견제와 감시의 수용 (경고등 확인)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권력자의 결정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이사회, 감사위원회, 언론, 그리고 내부의 쓴 소리꾼들은 리더를 귀찮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를 막아주는 계기판의 경고등과 같습니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이 경고등이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권력의 재정의: 억압이 아닌 '성장의 플랫폼'


권력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가진 리더는 조직의 공기를 바꿉니다.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창의적인 시도를 감행합니다.


이때 권력은 누군가를 억누르는 무기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엔진이자 구성원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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