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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Oct 18. 2023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인가요?

전국다운부모모임-강의준비 이야기 3 - 서론

나는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동기교수님들과, 친구들과 가끔씩 이야기하곤 한다.

(역시나 나는 글을 매끄럽게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ㅎㅎ 제목에 부제에 소제목으로 문단을 나누는 것이 웃프다) 


(1) 행복이란 (사전적 의미)


행복이라는 한자는 '다행, 행(幸)'과 '복, 복(福)'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사전적 의미는 '복된 운수(運數)'를 나타낸다. 예전에는 역병이나 사고가 많았으니, 행복이라 함은 그저 외부로부터 오는 시련이나 고난이 적은 '운'이 좋은 상태를 나타냈던 것이다. 즉, 내 스스로가 찾는 행복이라기보다는 밖에서부터 나를 찾아오는 ‘운’의 영역과도 가까운 수동의 의미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일부는 ‘행복’이라는 단어보다는 그저 영어 단어로서의 ‘happy’로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행복의 의미는 두 가지로, 기본의미는 ‘복된 좋은 운수’이며, 두 번째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 정의한다. 능동과 수동의 의미가 있는 중의적 단어로 느껴진다.



(2) 당신은 행복한가요?  


누군가 내게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인가를 물으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어요.’라고.  

    

그저 따사로운 햇빛이 집을 비추고,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그 순간 그 자체로 좋다. 친구들과 사사로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고, 남편과 매주 시간을 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와인 마시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다. 아이가 내게 혼나며 울면서도 애교를 떠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는 그 시간들도 행복하다. 오랜만에 나를 보고 반가워하고 꼭 안아주는 언니의 품 속, 그 순간이 좋다.     


그러면, 내게는 좋은 시간들만 있는가? 그렇진 않다. 

    

임신 막달로 몸이 무거웠을 때 내게 악성 민원을 넣던 어떤 이 때문에 숨도 못 쉬게 배뭉침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던 시간들, 졸업 후 임용을 준비하던 긴 기간들, 잠을 줄이지 못해 일이 쌓여만 가는 순간에 받는 스트레스들, 사람들과의 여러 관계. 가족 문제... 부정적인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란 파도가 나를 요동치는 순간들이 당연 존재했고, 그 순간들이 잦아 깊은 심해에 빠지듯 힘들어했던 날도 있었다. (어떤 때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한 달 내내 울면서 일어나고, 울면서 길을 걷고, 울면서 잠에 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일과 그렇지 못한 일들이 반복되어도, 또는 감정의 기복이 높고 낮음을 치달을 때도 ‘멀리 바라보면 그저 지나가는 순간이겠거니.’라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사실 심해 속으로 들어갈 때는 그런 노력 조차 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물가로 올라온 이후부터는 같은 문제로 덜 고생한다고 해야 할까...) 어쩜 누군가는 행복해 보이기 위한, 또는 행복해지기 위한 발버둥이라 여길지라도(어쩌면 정말 그렇다 할지라도), 큰 파도가 요동치는 순간들이 결국 시간이 지나 청량하고 잔잔한 바다가 되고, 온갖 미생물과 생물들을 품은 평온의 안식처가 되었다.     

 

즉, 나는 내 삶이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고 말할 순 없으나, '그럭저럭 좋았던 기억이 많아요,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아요. 그게 행복일 것 같아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물론 평탄하게 살아온 내 삶을 돌이켜 보면 다른 이들에게 나의 좋지 않았던 경험들은 그저 고통, 시련이 아닌 좋지 않은 기분 정도의 경험일 수 있으리라. 혼자서 걷고 말도 하고 글자도 읽을 줄 아는, 도움의 손길이 덜 가는 우리 언니의 장애 정도와 부모님의 상황, 환경 모든 것이 갖추어졌기에 할 수 있는 얄팍하고 짧은 내 인생이야기여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단어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내가 이 단어로 이 시간을 소비하고자 하는 이유는 또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기에, 혹여나 장애를 가진 자녀로 다른 비장애자녀가 행복하지 않을까, 잘 커가는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염려하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너무 공감이 가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2) 행복한 사람이란? 에 대한 나의 생각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사람이라 함은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수많은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려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심리학자도, 전문가도 아니니 아주 주관적인 정의라 생각해 주시길...)     


그렇다면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즉, 무엇이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아주 나의 주관적 견해로 아래의 요인들을 꼽아본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모두 유기적인 것이리라. 


1) 강한 좌절내구력 
2) 높은 자존감.
3)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


1) 좌절 내구력


좌절 내구력이라는 단어는 사실 조선미 선생님(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강연에서 처음 접한 단어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깊고 얕든, 많고 적든 좌절, 어려움, 실패를 겪는데, 이러한 경험에 대한 내면적인 강인함을 가지고 얼마나 탄성 있게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가를 좌절 내구력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좌절내구력이 강한 사람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였다.     

과연 내가 좌절내구력이 강한 사람일까?라는 질문에는, 사람의 경험이라는 것과 느끼는 것은 매우 상대적인 편차가 크기에 절대적인 수치를 놓고 높다 강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역시 비교할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 것인가!) 남편보다는 상대적으로 좌절 내구력이 강한 것 같고, 큰 일들을 몇 번 겪었던 부모님을 봐오면 좌절내구력, 극복력이 강하기에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높은 자존감 


여기서 자존감의 정의에 대해 논할 것은 아니지만, 자존감은 자아존중감, 즉 자신 그 자체를 존중과 사랑함을 의미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가치관이나 원칙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 반대되는 것이 나타나도 지키려는 준비가 되어 있으며, 경험에 따라 그것을 수정할 만큼 안정감을 느끼고 있음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완전히 신뢰하면서도 실패와 고난 이후에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함.

과거에 일어난 일에 과도하게 괴로워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음.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계획하며 현재를 살아감.

Bonet, J. V. (1997). Sé amigo de ti mismo: manual de autoestima (Vol. 36). Editorial sal terrae. 

(교수로서 위키백과를 레퍼런스로 활용한다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간상 논문을 읽지 못하여 논문/책을 인용한 위키백과의 글을 재인용하였습니다)  


결국 높은 자존감이 좌절 내구력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자존감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낮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3) 부모의 사랑     


이 또한 내가 심리학 논문을 읽지 않았지만... 부모의 사랑과 아이의 자존감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테다. 연호를 키우며 보았던 책들과 강연에서는 부모의 긍정적인 피드백, 지지, 인정, 아이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수용하는 능력은 아이의 자아존중감의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글 쓰기의 용이성과 단순성을 위해 ‘사랑’이라 표현하도록 한다.  

    

즉, 언니와 관련해 나를 사랑해 주는 부모님의 방식이 나를 (그럭저럭 괜찮은)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결국 좌절 내구력이 강한 사람으로 자라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는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행복한 사람의 근간이 되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했던, 사랑하는 방식’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니! )   



(3) 첫 번째 주제, 부모님이 나를 사랑했던, 사랑하는 방식

(이 밑에 쓴 글이 중복된 이야기일 것 같은데, 강연 준비를 위해 기억나는 것들을 쭉 한 번 써보고자 한다.


기억 1. 엄마 아빠는 (적어도 언니와 관련한)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     
기억 2. 엄마 아빠는 내게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려 노력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기억 3. 수많은 시간과 표현으로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기억 4. 언니의 희생과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나는 독립했다. 
기억 5. 엄마아빠는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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