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by 엠에스

<비는 내리고>


비가 후드득, 후드득

잎을 두드리고

가지를 흔들고

나무의 속살까지 스며든다.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움직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기로

스스로를 묶은 채.

한때는 나도

바람을 따라 떠나고 싶었다.


바람은 비를 안고

세상의 경계를 가볍게 넘는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모든 곳을 스쳐간다.


내 마음,

비에 젖은 들판을 떠돌다

그 바람의 그림자를 좇는다.

그 그림자 속에서

너의 숨결이 어른거린다.


그리운 너는

먼 데서 손짓하듯 떠오른다.

눈을 감으면 들리는 목소리,

눈을 뜨면 사라지는 얼굴.


나무 같은 나,

흘러가는 너.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며

조금씩 뿌리가 되어간다.


허전한 가슴속으로

빗물이 고요히 흘러든다.

그리움은 어느새

묵은 노래처럼,

빗속에 조용히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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