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후드득, 후드득
잎을 두드리고
가지를 흔들고
나무의 속살까지 스며든다.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움직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기로
스스로를 묶은 채.
한때는 나도
바람을 따라 떠나고 싶었다.
바람은 비를 안고
세상의 경계를 가볍게 넘는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모든 곳을 스쳐간다.
내 마음,
비에 젖은 들판을 떠돌다
그 바람의 그림자를 좇는다.
그 그림자 속에서
너의 숨결이 어른거린다.
그리운 너는
먼 데서 손짓하듯 떠오른다.
눈을 감으면 들리는 목소리,
눈을 뜨면 사라지는 얼굴.
나무 같은 나,
흘러가는 너.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며
조금씩 뿌리가 되어간다.
허전한 가슴속으로
빗물이 고요히 흘러든다.
그리움은 어느새
묵은 노래처럼,
빗속에 조용히 번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