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사회로 회귀하는 현대 사회

by 엠에스

< 부족 사회로 회귀하는 현대 사회 >

한때 ‘초연결 사회’는 기술 진보가 인류를 더욱 통합시킬 것이라는 낙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역설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전 세계가 이어진 오늘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이 나뉘어 있다. 인터넷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대신, 생각이 닮은 사람들끼리 만 연결해 주는 ‘필터 버블’을 만들었고, 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렇게 현대사회는, 문명의 발달로 극복해 왔다고 믿었던 ‘부족 사회’의 심리와 구조로 되돌아가고 있다.


문명이란 원래 부족사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태어났다.

혈연, 지연, 언어, 민족이라는 배타적 소속감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도화하고, 규칙을 세우고, 보편 윤리를 발전시켜 온 것이 바로 문명의 역사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폐쇄적 집단 속에서 자기 확신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정치, 미디어, 사회운동, 심지어 소비 패턴조차도 ‘우리’와 ‘그들’로 나뉘어 움직인다.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이러한 퇴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용자 맞춤형 정보는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의견만 반복 노출함으로써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정보 소비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세계의 전부라고 느끼게 된다. 그렇게 공통의 가치가 사라지고, 각 집단은 점점 더 닮은 생각, 감정, 언어를 공유하며 정서적으로 결속된다. 타자에 대한 이해는 증발하고, 타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대신 자리를 차지한다. 이 과정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부족주의다.


정치는 이미 오랜 시간 이 분열 구조를 반영해 왔다.

정책보다 진영, 토론보다 조롱이 앞서는 정치 담론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론장’을 파괴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특정 독자층에 의존하는 미디어는 진실보다 충성도를 중시하며, 점점 더 진영화 되고 있다. 정치와 언론이 서로를 반영하며 양극화의 메아리를 키워가는 이 악순환 속에서, 시민은 더는 정보를 통해 배우지 않고, 확인하기 위해 뉴스를 본다.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다.


이처럼 사회 전반이 감정적 부족주의로 재편되면서, 공적 영역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합리적 토론은 실종되었고, 오직 ‘내 편’만이 정의롭고 순수하며, ‘그들’은 모두 틀리고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다원성과 보편성을 토대로 삼는 문명사회가 무너지면, 그 빈자리는 광장도 토론장도 아닌 ‘부족의 아지트’가 차지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원시적인 정체성의 울타리 안으로 후퇴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나 제도의 정비가 아니다.

우리는 다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를 고민해야 한다. 공론장의 회복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른 의견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다른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인내’는 정치나 미디어가 아니라 시민 개개인에게서 시작된다. 교육도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 감정 조절,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시민 교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한다.

부족주의는 불안한 자아가 타인의 지지를 갈망하며 집단에 몰입할 때 탄생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숙은 혼자서도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내면의 자율성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동의 없이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개인이 많아질 때, 사회는 더 이상 ‘우리’와 ‘그들’로 갈라지지 않는다. 성숙한 개인만이 성숙한 문명을 지킬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이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진지한 시도 없이는, 우리는 더 깊은 부족사회로의 회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시도는 거창한 개혁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자기 안의 부족성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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