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붉게 물들 때
나는 오래전 아이가 된다.
풀빛 언덕, 소를 매어 두고
낫을 던져 웃음 짓던 친구들
찔레 줄기 씹으며
청보리 서리해 불에 구워 먹던
그 시절,
우리의 입가엔 늘 햇살이 묻어 있었다.
그립다,
보고 싶다,
가고 싶다 —
노을빛이 물든 내 고향,
내 어린 친구들…
꽃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
청춘은 연록처럼 피어났고
세상은 우리에게
끝없는 계단을 내밀었다.
출세,
명예,
돈 —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달리다 멈춘 지금, 나는 묻는다.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으련다.
빠름보다 깊음을,
높음보다 따뜻함을.
산새의 노래를 듣고
계곡의 흐름에서 묵음을 배우고
나무의 호흡 속에서
내 숨을 되찾으련다.
낙락장송이 아니어도 좋다.
냇가의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도 좋다.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 안에서 스스로 익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면 족하다.
노을빛 하늘 아래
까까머리 친구들과 다시
뛰놀 수 있다면 —
그날이 인생의 진짜 축복이리라.
마음의 결 따라
나는 날고 싶다.
그저 자유롭게,
노을빛 날개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