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날개

by 엠에스

< 노을빛 날개 >


석양이 붉게 물들 때

나는 오래전 아이가 된다.


풀빛 언덕, 소를 매어 두고

낫을 던져 웃음 짓던 친구들

찔레 줄기 씹으며

청보리 서리해 불에 구워 먹던

그 시절,

우리의 입가엔 늘 햇살이 묻어 있었다.


그립다,

보고 싶다,

가고 싶다 —

노을빛이 물든 내 고향,

내 어린 친구들…


꽃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

청춘은 연록처럼 피어났고

세상은 우리에게

끝없는 계단을 내밀었다.


출세,

명예,

돈 —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달리다 멈춘 지금, 나는 묻는다.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으련다.

빠름보다 깊음을,

높음보다 따뜻함을.


산새의 노래를 듣고

계곡의 흐름에서 묵음을 배우고

나무의 호흡 속에서

내 숨을 되찾으련다.


낙락장송이 아니어도 좋다.

냇가의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도 좋다.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 안에서 스스로 익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면 족하다.


노을빛 하늘 아래

까까머리 친구들과 다시

뛰놀 수 있다면 —

그날이 인생의 진짜 축복이리라.


마음의 결 따라

나는 날고 싶다.

그저 자유롭게,

노을빛 날개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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