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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기적, 지금 어디에 있는가

by 엠에스

<한강 기적, 지금 어디에 있는가>


--> 대한민국, 더 잘 살기 위해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열두 개의 질문


기적 이후,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대한민국은 기적의 땅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단 30여 년 만에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뤘고, 세계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 성장의 서사가 아니라, 한 민족이 가난과 억압을 돌파한 집단적 의지의 기념비였다.


1970년, 연간 GDP는 88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4년 우리는 GDP 1조 8699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도약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질문한다. “기적은 다시 한번 가능할까?” 이 질문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과거의 성취와 미래의 불안이 교차하는 변곡점이다. 성장은 멈췄고, 공동체는 피로하다. 기적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는 길고, 조용한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조용한 붕괴 – 생존은 남았지만, 생기가 사라진 사회


몰락은 종종 침묵 속에 다가온다. 그 징후는 뉴스보다 거리의 표정, 사람들의 말끝, 청년들의 눈빛에서 더 먼저 읽힌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치로 떨어졌고, 청년은 미래를 잃었으며, 교육은 고통의 시스템이 되었다. 집은 계급이 되었고, 정치는 실망으로 남았다.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성장의 둔화’가 아니라, ‘공동체의 탈진’이다. 사회적 신뢰와 집단 에너지는 고갈되고 있으며, 구조는 낡았고, 질문은 사라졌다. 우리는 이제 다시,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더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 아래의 열두 질문은 그 성찰의 출발점이다.


대한민국에 던져야 할 12개의 질문


아기를 낳지 않는 사회, 늙어가는 나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다. 2024년 출산율은 0.72명 아래로 떨어졌고, 초고령사회는 코앞이다.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청년들의 고통, 돌봄과 경제를 모두 떠안은 중장년의 피로, 노후를 불안 속에 살아가는 노인의 현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출산장려’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싶게’ 만드는 사회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청년은 왜 꿈을 꾸지 않는가

좋은 대학, 좋은 회사. 그러나 그 끝에 기다리는 건 비정규직, 불투명한 미래, 그리고 ‘공시 준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긴 청년들이 ‘현실 감각’만 배워가는 사회는 결국 창의도, 활력도 잃는다. 서울 평균 전세 6억, 체감실업률 20%. 일자리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정체성과 존엄에 관한 문제다.

집은 왜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나

한 채의 집이 인생을 가르고, 부모의 자산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한다. ‘내 집 마련’이란 말이 더 이상 설렘이 아닌 고통이 된 지금, 부동산 시장은 자산 양극화의 첨병이 되었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어야 한다.

가르침은 경쟁을 넘어설 수 있을까

교실 안에서의 경쟁, 교실 밖의 사교육, 입시로 압축된 청소년기. 교육은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생존의 전장이 되었다. 지식보다 배움, 경쟁보다 협력, 일률보다 다양성으로 가는 교육 대전환이 절실하다.

사회는 왜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가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하위 계층은 공정한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불평등은 단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아니라, 신뢰와 연대의 붕괴를 가져온다. 나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세상, 그것이 절망을 만든다.

정치는 왜 삶을 바꾸지 못하는가

정치는 국민의 대표이지만, 때론 가장 멀리 있는 존재가 된다. 진영 논리, 정쟁, 그리고 정체된 구조 속에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은 사라졌다.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시민이 정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말이 아니라 제도로, 권력이 아니라 책임으로 정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지구가 아프다, 우리는 괜찮을까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선언은 아직 선언일뿐, 행동은 더디다. 에너지 전환, 녹색 일자리, 소비 구조 개편까지, ‘생태적 전환’은 거대한 조정이 아니라, 일상의 새 길을 여는 일이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청년과 고령층,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노동의 얼굴은 다양해졌지만, 제도는 여전히 낡은 틀에 갇혀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구조는 정의롭지 않다. 일의 가치와 사람의 존엄을 함께 존중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

성별 갈등, 소통은 가능한가

젠더 갈등은 어느새 정치적 무기가 되었다.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혐오와 왜곡이 앞서고, 성평등은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 성별은 갈등의 프레임이 아니라, 다양성과 공존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가

AI, 빅데이터, 디지털 전환이 일상을 바꾸는 시대. 그러나 기술의 혜택은 불균등하고, 감시는 강화된다. 기술은 통제의 도구가 아니라, 포용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를 설계하는 윤리와 제도가 시급하다.

지방은 사라지는가

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지역은 텅 빈다. 지방 소멸은 단지 행정 단위의 축소가 아니라, 한 사회의 균형 감각이 무너지는 일이다. 지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 교육, 문화의 흐름이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주의를 넘어, 다핵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잘 살고 있는가

이 모든 문제는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출생과 청년 일자리, 부동산과 교육, 노동과 기술, 지방과 기후는 서로 얽혀 있는 사회적 생태계다. 결국 우리가 묻는 것은 단 하나다. “우리는 함께 잘 살고 있는가?”


다시, 기적을 만들 수 있는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 온 민족이다. IMF,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우리는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우리는 약한 민족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사회일 뿐이다. 기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엔 기적이 아닌, 제도화된 상식과 집단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행동해야 할 마지막 시간


2025년은 단순한 연도가 아니다. 이 해는 한국 사회의 분기점이며, 결정적 갈림길이다. 국가 채무는 이미 1300조 원이 넘는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는, 50년 뒤 두 명의 노인을 부양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연금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 이것은 통계가 아니라, 예고된 붕괴 시나리오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기회의 나라’를 물려주고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남겨질 것은 ‘기적의 폐허’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기적을 선택할 시간: 재도약을 위한 실천 전략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집단적 결단의 결과다. 그리고 그 결단은 추상적인 ‘혁신’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애주기 기반 정책 전환

출산 → 보육 → 교육 → 주거 → 노후를 아우르는 통합 복지 설계

‘한 아이 정책’이 아닌 ‘한 가족 생태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청년 기회 복원 프로젝트

청년 기본소득·공공임대 확대·학자금 상환 유예 등

청년이 삶을 설계할 시간과 실패할 기회 보장


주거의 공공성 강화

공공임대 비중 확대 및 생애 첫 주택자금 지원

주거를 투기의 대상이 아닌 기본권으로 규정


교육 불평등 해소와 미래교육 개편

지역·소득 격차를 줄이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경쟁 중심 입시’에서 ‘공존 중심 교육’으로


사회적 불평등 완화

공정 과세 강화 및 상속세 개혁

기회의 사다리 복원 위한 사회적 투자 확대


정치 시스템 혁신

국민 참여형 정책설계 플랫폼 도입

‘정쟁’이 아닌 ‘숙의’로 운영되는 거버넌스 체계 마련


지속가능한 생태전환 경제 추진

탄소세 도입, 녹색 일자리 창출

농촌·지방과 연계된 ‘기후동맹 경제’


지방 분권과 다핵 균형 사회 건설

초광역권 중심의 메가시티 네트워크 구축

교육·의료·문화의 지방 접근성 강화


우리는 다시 기적을 선택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깊이 가라앉기 전에. 지금,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무너질 것인가. 그 선택은 정부의 것도, 정치인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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